조종건 평택샬롬나비 사무총장 /
(사)한국시민교육연합 사회통합위원장

자유방임(laissez-faire) 정신을 경제면에서 체계화한 이가 근대 자본주의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다. 자유방임이란 개인에 대한 무한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된 사회를 말한다. 그러나 개인이나 조직이나, 자영업자나 다국적기업가나, 사회 자본인 신뢰를 저버리는 경우, 개인이나 집단이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 사회에서 철저히 제거해 버린다는 것이 영국사회의 힘이다. 국제도시로서의 평택도 이런 신뢰사회를 지향한다. 최근 일부 평택시민들이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돼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명을 시도하려 했던 것은 신뢰사회를 가볍게 여긴 탓이다. 그래서 평택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시민들의 자긍심에도 상처를 준 상식 밖이란 시민들의 반응이 있는 것이다.  60여명의 평택시민들이 "삼성전자 정상화 촉구 이재용 부회장 구명본부"라는 명목으로 “평택경제살리기운동본부"라는 단체를 만들어 2017년 4월 27일 오후 7시 평택남부문예회관 대강당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행사직전 취소했다. 왜 이재용 구명이 시민들에게 상식 밖일까. 그 이유는 국민의 법감정에서 벗어난 행동이고, 경제지상주의 너머에 있는 인간가치를 포기하는 것이며, 합리화의 구실일 뿐이다.

첫째, 국정농단으로 한국사회를 충격과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돼 구속된 이재용을 평택경제를 위해 구명하자는 것은 마치 추운 남극지방에서 반바지 차림의 축구대회를 여는 것과 같이 황당한 일이다. 왜냐하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맞선 국민은 예링이 통찰한 국민 법감정이 반영된 사회로의 진입을 재촉하기 때문이다. “국가에게 국민의 법감정보다 더 보호하고 장려할 만한 귀중한 자산이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보호와 장려는 정치 교육상 최고로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다. 법감정은 나무 전체를 지탱시키는 뿌리다. 만약 이 같은 뿌리가 쓸모없게 되거나 바위나 사막의 모래땅 속에서 말라버린다면 다른 모든 것은 신기루와 같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한 지역경제를 위해 구속된 경제인을 구명하는 것은 국민법감정에 벗어난 행동이다.

둘째, 그것은 경제지상주의 너머에 있는 인간가치를 포기하는 것이다. 마틴 부버는『나와 너』에서 “사람은 ‘그것’ 없이는 살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 사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라는 삶의 중요한 가치를 언급한다. 즉 사람은 ‘경제’ 없이는 살지 못한다. 그러나 ‘경제’만 가지고 사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라는 부버의 통찰력에 기대어 보면,  “평택경제살리기운동본부"라는 단체의 회원들은 평택시민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준 셈이다. 명예의 이름이 값진 향수보다 낫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부버의 주장은 법에 있어서 예링의 지적과 같은 선상에 있다. “권리의 문제를 오직 경제 이익의 척도로만 재는 데 익숙한 자가 국민의 권리와 명예가 문제되는 경우에 어떻게 다른 척도를 사용하며, 또 다른 감정을 가지리라고 기대하겠는가?”

셋째, 평택경제를 위한 이재용 구명은 합리화 구실에 불과하다. 미국의 사회윤리학자 라인홀드 니버에 의하면, 경제 지배계급은 자신의 이익을 전체 사회의 이익과 일치시키는 가짜뉴스를 만들어내고 자신이 속한 계급의 지적/도덕적 우월성을 만들어 집단이기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경제의 피지배계급도 사회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면 기존의 지배계급처럼 자신의 이익을 사회 전체의 이익과 동일시하고 이를 합리화하는 함정에 빠지는 것은 필연이라고 지적했다. 니버는 1930년대 미국 민주주의의 경제 불평등을 적나라하게 체험하면서, 민주주의의가 모든 집단의 이익을 고루 반영하는 것은 아니며, 특히 특권계급의 이익을 월등히 반영한다는 그의 관찰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지구촌사회에서 기업윤리경영은 경영의 패러다임이다. 삼성은 다국적 기업이다. 삼성이 윤리경영을 하도록 시민들이 자극한다면 세계인들이 존경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상속세법을 피하기 위해 2009년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의혹 판결 때 법치대로 했다면 이재용이 오늘의 이런 사태를 만들었겠나.  “평택경제살리기운동본부"라는 단체의 회원들이 평택경제살리기를 위해 삼성도 요구하지 않는 구명운동에 나서는 것은 삼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타지역인에게는 지역이기주의로 비쳐지며 평택시민들에게는 품위를 손상시키는 일이다. 이 단체는 플라톤 동굴의 비유처럼 시민들이 동굴 밖에 나온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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