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책 하나되는 평택, 연중 릴레이 기고 1 - 김종만 평택시도서관장

김종만 평택시도서관장

아버지들의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고된 직장생활을 감당하느라 정작 자기 집에서는 하숙생 신세로 전락했다. 게다가 외환위기 후 대량해고와 조기퇴직 바람은 아버지들의 경제력마저 상실시키며 한층 심각한 아버지의 위기를 불렀다.

평택시가 ‘올 해의 한 책’으로 선정한 <조선의 아버지들> (백승종 著)은 아버지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이 시대 아버지들을 대신해 조선시대 12명의 아버지로부터 진정한 아버지다움을 찾는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아버지들에게 500년이나 더 지난 과거의 아버지들이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과연 무엇일까? 언뜻 ‘조선의 아버지들’이라는 말에서는 철저한 가부장적 시대 엄격하고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아버지 이미지가 연상되기조차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조선의 아버지상은 우리의 짐작과는 많이 다르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 ‘좋은 아버지’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보편적 가치로서의 ‘좋은 아버지’이다. 즉, 그 시절에 좋은 아버지라면 당연히 지금도 좋은 아버지인 것이요, 동양에서 좋은 아버지라면 당연히 서양에서도 좋은 아버지여야 보편적 가치로서의 참다운 아버지상(像)인 것이다.

백승종 교수가 좋은 아버지상으로 꼽은 인물은 김숙자, 유계린, 퇴계 이황, 하서 김인후, 충무공 이순신, 명재상 이항복, 사계 김장생, 박세당, 성호 이익, 다산 정약용, 완당 김정희이다. 유일하게 불행한 아버지로 언급된 인물은 영조이다. 저자는 ‘친자살해’라는 엄청난 역사적 불행의 이면에 자리잡은 아버지 영조의 열등감과 심리적 불행을 언급했다. 아버지의 극복되지 않은 상처가 아들에게 대물림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듯 하다. 좋은 아버지상의 모델뿐만 아니라 실패담 또한 잘못된 전철을 되밟지 않기 위해 필요한 반추라 여겨진다.

저자가 ‘조선의 아버지들’을 통해서 살펴본 좋은 아버지상은 과연 무엇일까? 저자가 언급한 가치들은 대략 이렇다. 모든 사람과 사물을 귀하게 여기고 공경하는 것, 말로만 훈계하지 않고 몸소 모범을 보일 것, 시대의 과제를 회피하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 화내지 않고 조용히 거듭 타이를 것, 아버지 자신의 삶이 모범을 보일 것, 자신의 감정을 속이지 말 것 등이다. 듣고 보면 너무나 당연한 듯 보이는 가치이지만 현실에서 실천하기에는 어렵다. 좋은 아버지는 곧 좋은 사람이자 좋은 어른이라 할 수 있을 듯 하다.

이 책이 한책으로 선정된 후 한 책 선정위원들과 각 도서관 독서모임 회원들로 구성된 첫 토론회에서는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우리 사회가 아버지로부터 더 이상 배우지 못한다는 것은 중요한 문화적 자산을 잃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 목소리부터 조선시대의 아버지가 이토록 자애롭고 애정표현에 적극적이었는 지 놀라웠다는 이야기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토론이 이어졌다. 이렇듯 올해의 한책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시민들 속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해 본다.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밥상머리에서 가족들과 함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우리 시대 아버지 찾기가 시작되고 우리의 건강한 삶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올 한해 <조선의 아버지들>이 들려주는 의연하고 뭉클하고 속깊은 이야기에 시민여러분들이 함께하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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