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은 미세먼지 ‘매우나쁨’에도 실외 체육 여전

실효성 없는 경기도교육청 미세먼지 대응 매뉴얼

미세먼지가 날로 심각해지자 안성 서운면 산평리에 위치한 산평초등학교가 학생들과 교직원이 사용하는 공간 전체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했다. 사진은 공기청정기 주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학생들 모습.

대기의 흐름이 정체되는 기후·계절적 영향으로 인해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미세먼지 수치가 연일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가운데 안성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생활하는 모든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학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10일 공기청정기를 설치한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의 산평초등학교(교장 박현숙)은 미세먼지로부터 학생 및 교직원의 건강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교실과 돌봄교실, 통합지원반, 유치원 등에 18평형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교무실 등의 교직원 근무공간과 과학실에는 12평형을 설치했다.

공기청정기는 이 학교 이예지 교사가 미세먼지측정기로 학교 교실과 건물 밖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한 결과 주변에 녹지가 많은 시골학교임에도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설치를 건의해 이루어졌다. 학교 기획위원회는 날로 심해지는 미세먼지에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서둘러 학교교육환경개선비를 추가경정 예산으로 편성해 모두 13대의 공기청정기 설치를 마쳤다.

박현숙 산평초등학교장

산평초 박현숙 교장은 “아이들의 건강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학생들이 생활하는 모든 공간에서 미세먼지 수치가 좋지 않아 설치를 앞당겼다. 시골학교고 주변에 나무들도 많아 안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더 이상 미세먼지가 특정 지역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산평초는 학생들의 체내 미세먼지 배출에 도움이 되는 깨끗한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있도록 주로 다니는 복도에 음수대를 설치했다.

정수기가 아닌 음수대를 설치한 이유에 대해 박 교장은 “정수기는 컵을 사용해서 먹다보니 또 다른 위생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컵 없이도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음수대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작 미세먼지가 심각해 대기의 질이 나쁘기로 손꼽히는 평택의 초·중·고등학교 관계자들과 교육지원청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강 아무개(40, 비전동) 씨는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지난달 미세먼지 농도가 150㎍/㎥에 육박한 ‘매우나쁨’을 기록한 날에도 실외체육 수업을 하고 집에 돌아와 목이 거북하고 어지럽다”고 했다면서 “학교에서 미세먼지 수치가 높아 실외수업을 하지 말자고 건의하면 일부 교사들이 ‘죽지 않으니 나가’라는 말로 면박을 준다”고 말하고 “교사와 교육공무원들의 안일한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3월은 미세먼지가 나쁨 단계 이상이었던 날이 이틀에 한 번 꼴이었을 정도로 대기의 질이 좋지 않았다.

경기도교육청이 일선학교에 내린 미세먼지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미세먼지 ‘예비주의보’ 단계에서는 야외수업을 자제해야 하고, 이보다 더 심한 ‘주의보’ 단계와 ‘경보’ 단계에서는 야외수업을 금지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조치사항이 학교에서 교육지원청을 거쳐 도 교육청에 보고되기까지 모두 17일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또 ‘주의보’와 ‘경보’ 단계에서 실외수업을 할 경우 학교에서 사유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지만 별다른 후속조치도 없어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매뉴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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