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귀선 시인

우수가 지나고 꽃샘추위를 동반한 바람이 봄이 가까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잠자던 흙들이 기지개를 켠다. 땅속에 묻혀있던 씨앗들은 몸을 열어 연둣빛 새 생명을 밀어올리고 빈 들녘은 소란스럽게 한바탕 봄 잔치를 준비하고 있을 즈음, 나의 심연에는 분주하게 스며든 나눔의 세레나데가 있다. 몇몇 동인들과 장을 보러 마트로 향하는 발걸음이 새털처럼 가벼워진다. 누군가를 위하여 마련하는 조촐한 식사재료는 김, 햄, 맛살, 당근, 단무지, 그리고 금값에 버금가는 달걀 등이다. 무슨 요리가 준비 되는지 재료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음식을 만든다는 즐거움과 행복한 시간이 시작되고 손끝에서 완성되는 요리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한 끼 식사로 간식으로 손색없이 준비된다. 익숙한 손맛에 맛깔스런 향기까지 첨가하여 쳐다보는 봉사자들의 눈빛은 서로서로 다정을 주고받는다.

매월 넷째 주 금요일, 서부 5개면에 있는 지역 아동 센터에 따뜻하고 맛있는 김밥을 만들어 배달하는 날이다. 내가 속해있는 제일신협 홍보위원회, 지난 가을부터 신협의 홍보를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 하는 과정에 이사장님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나눔 행사다. 처음엔 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세 곳으로 늘어나 있으며 협동조합이란 명칭에 어울리는 베풂과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이일을 시작하기 전 나는 지역 아동센터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한 적이 있다. 풍선아트, 책 읽고 느낌 나누기, 인형극 놀이, 다양한 놀이를 준비하여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마음 속 감추어진 이야기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경험한 적이 있다. 지역아동 센터엔 예쁘고 귀여운 아이들과 다양한 실력을 갖춘 봉사자들과 센터 담당 선생님들의 사랑으로 시간을 메꾸어 간다. 사랑과 관심이 가득한 공간에서 아이들은 맑고 밝게 생활하고 가족 같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은 평화롭다. 자식 같고 동생 같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에서 많은 보람을 얻는다. 공부방 형식으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자원봉사자들과 친구들과 서로 소통하면서 지내는 모습들이 부모님 입장으로 보면 고마운 마음에 고개가 숙여지는 일이다. 저절로 감사 인사를 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모님들이 직장이나 일터에 나가 있으므로 방과 후 머무는 곳이 마땅치 않은 우리 아이들이 많다. 그 부모님을 대신하여 보호해주고 학과 공부도 도와주면서 건전한 오락과 서로서로 소통하면서 아름다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갖도록 지도해주는 선생님들이 있다.

평택시와 지자체 지원으로 운영이 되고 있지만 함께 한다는 공동체의 마음으로 서로가 나누는 것이다. 자원봉사자들과 센터의 담당 선생님들이 열심히 성의껏 지도하는 모습을 보면 봉사자의 한사람으로서도 감사함을 느낀다. 즐거운 환경에서 명랑하고 밝게 지내는 우리아이들에게 뜨거운 사랑이 담긴 마음의 김밥을 준비하여 아이들과 나눈다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기쁨인 동시에 의무라는 생각이다. 모두가 우리들의 아이들이 아닌가? 지금은 한 달 에 한번이지만 점차 횟수를 늘려 매주 한 번씩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며 “사랑은 나눔이다.” 라는 말을 절감한다. 나 혼자서는 어렵지만 협동하는 마음으로 하다보면 사랑과 기쁨이 배가되는 일이다.

나는 이일을 하면서 협동조합의 이름으로, 공동체의 이름으로 함께하는 아름다운 사회단체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각박한 사회 변화에 신용협동조합은 나눔의 문화를 조성하여 아름다운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작지만 아주 많은 별들이 모여 밤하늘을 수놓는 그 찬란한 빛처럼 작은 나눔이 모여서 커다란 집합 단체로 이루어 질 것을 믿는다. 요란스럽지 않으면서 알찬 내실을 거두는 오늘의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그리고 지역사회와 향유(享有)하는 협동조합으로 발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접는다. 돌아보면 모두가 다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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