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복지정책은 다양하지만 예체능 교육은 부족

2019년부터는 진흥원 지원 없어 지역 내에서 자립해야

1975년 총과 마약이 넘쳐나던 베네수엘라에서 기적처럼 시작된 엘 시스테마는 경제학자이자 음악가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Jose Antonio Abreu)박사에 의해 설립된 음악 교육운동이다. 열 명 남짓의 아이들과 함께 시작된 엘 시스테마는 세계적으로 놀랍게 성장하며 음악성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현재 엘 시스테마가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영재를 육성하거나 음악적 실력을 지향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즐거움을 배우고 행복을 찾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한국에서 한국형 엘 시스테마라 불리는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이 시작됐다. 2012년 2월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 세계 엘 시스테마 교육기관들과 활발한 교류를 전개하기 위해 기반을 공고히 하고 있다. 2013년, 평택에도 ‘꿈의 오케스트라 평택’이 창단됐다. 본지는 ‘꿈의 오케스트라 평택’이 지역 내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는데 보탬이 되고자 ‘한국형 엘 시스테마, 꿈의 오케스트라-평택’을 2회에 걸쳐 연재한다.

 

기회로서의 음악

최근 초등학교 수업 시간표를 보면 음악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이다. 모든 수업이 공부 위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취약계층 학생들은 음악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상당히 축소된 실정이다. 정부에서 다양한 복지정책으로 지원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예체능을 교육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예체능을 통한 아이들의 정서교육이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취약계층 아동에게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통해 공평한 출발기회를 보장하는 드림스타트와 평택지역의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해 더 많은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음악을 배울 기회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온화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꿈의 오케스트라’와 거점기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지원하는 ‘꿈의 오케스트라’는 지역 특성에 맞는 꿈의 오케스트라 교육 개발과 운영을 위해 각 지역에서 거점기관을 선정하여 지원한다. 거점기관은 기간에 따라 세 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 단계는 ‘예비 거점기관’ 단계이다. 이 단계는 6개월 간 지속되며 꿈의 오케스트라 거점기관이 되기 위한 운영 전략 수립을 지원한다. 두 번째 단계는 ‘신규·연속 거점기관’ 단계로 보통 꿈의 오케스트라가 1~3년차 일 경우 여기에 속한다. 지역특성에 맞는 꿈의 오케스트라 기관으로의 성장을 지원한다. 4~6년차의 ‘지역협력 거점기관’의 단계에서는, 지역 아동·청소년 오케스트라 선도 기관으로의 정착을 지원한다.

2013년 창단한 꿈의 오케스트라-평택은 올해 5년차로 거점기관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 2018년 마지막 지원을 끝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품을 떠나 지역에서 자립해야 하는 것이다.

스스로 일어서는 ‘꿈의 오케스트라’

2019년부터 꿈의 오케스트라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으로부터 자립을 해야 한다. 현재는 첫 해부터 꾸준히 받아온 진흥원 지원금과 3년 전부터 받기 시작한 평택시의 지원금으로 운영 중이지만 2019년부터는 평택시 지원금만으로 운영된다. 지원금 대부분은 주강사 11명과 보조강사 5명의 급여와 악기 유지비로 지출되며 부족한 부분은 ‘꿈의 오케스트라’ TF팀의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진흥원의 지원이 중단된 후, 꿈의 오케스트라 운영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 평택문화원 오민영 사무국장은 새로 시작하는 거점기관은 비용이 많이 필요하지만 꿈의 오케스트라 평택의 경우 5년차이고 안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지자체의 관심만 있다면 자립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찾아가는 연주회

‘꿈의 오케스트라-평택’은 올해 찾아가는 연주회를 10회 가량 계획하고 있다. 학업 등의 이유로 단원 변화가 많아 합주가 어려웠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신입단원 개별 교육을 통해 단원들의 실력 격차를 최소화할 것이라며 찾아가는 연주회를 통해 실전 경험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 전했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올해 기업체, 학교, 병원 등을 찾아 연주회를 개최하고 지역 내에 꿈의 오케스트라를 알리는 데에 주력할 계획이다.

 

인터뷰  |   평택문화원 오민영 사무국장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과 성취감 주는 음악 교육

‘꿈의 오케스트라-평택’의 행정을 담당하는 거점기관 평택문화원의 오민영 사무국장은 꿈의 오케스트라 창단부터 함께했다.

오 국장은 먼저 꿈의 오케스트라 자체가 갖고 있는 의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아이들에게 정서교육으로서의 음악이 매우 중요한데 그 중에서도 악기를 직접 다룬다는 것은 정서적 안정감은 물론 만족감과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합창단과 달리 처음에 접근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5년 간 해오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노하우도 생기고 단원들의 실력 또한 향상 되었으며 무엇보다도 오케스트라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이러한 변화를 지역사회에 알려주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오 국장은 생활이 어려워 감정적으로 메말라 있는 아이들이 음악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평택 시민들이 연주회를 찾아주고 응원해주는 등 꾸준하게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했다.

 

인터뷰 | 권교민 강사

다른 오케스트라보다 더 큰 책임감 느껴

3월 9일 꿈의 오케스트라 평택에 첫 출근한 권교민 강사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설레 보였다. 지인을 통해 ‘꿈의 오케스트라’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는 권 강사는 ‘꿈의 오케스트라-평택’의 음악감독인 노상훈 감독의 권유로 함께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호른을 전공한 권 강사는 서울 연신내에서 출퇴근을 한다. 편도 두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일주일에 두 번 씩 오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려운 친구들에게 음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좋은 취지의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에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며 그래서 더 신경이 쓰이고 성실하게 가르쳐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전했다.

권 강사는 1년 동안 아이들이 꿈을 향해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열심히 서포트하는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인터뷰  |   은혜고등학교 1학년 이은주 단원

5년 차 오케스트라의 구성원이라는 자부심과 자신감

어릴 때부터 춤과 노래를 좋아했던 이은주 학생은 2013년 꿈의 오케스트라 창단 당시 입단했다.

엄마가 젊었을 때 악기를 연주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음악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고 엄마의 지인을 통해 꿈의 오케스트라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엄마의 영향으로 악기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좋은 기회라고 느껴져 입단을 결정했다. 5년 차 오케스트라 단원인 이은주 학생이 꼽은 오케스트라 시작 전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신감’이었다. 악기를 배우고 다른 악기와 함께 연주하며, 오케스트라의 구성원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이은주 학생은 앞으로도 음악을 계속 할 것이라고 전했다. ‘꿈의 오케스트라’를 하면서 새로운 꿈이 생겼다는 것이다. 클라리넷을 전공해서 자신이 악기를 통해 꿈을 가졌던 것처럼 다른 아이들에게 그런 꿈을 가질 수 있게 돕고 싶다며 이은주 학생은 오늘도 ‘꿈의 오케스트라’에서 꿈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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