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수 본지 발행인

[평택시민신문] 박근혜 대통령이 끝내 탄핵되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일치의 파면 결정이었다. 이번 탄핵사태는 헌정사상 초유의 국가적 불행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의 법치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민주주의의 진정한 승리로 평가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대를 맞아 후퇴를 거듭해 온 민주주의를 되살리는 소중한 계기를 촛불 시민의 힘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가히 명예혁명이라 불릴 정도의 국민적 승리라 할 수 있다. 적폐 청산과 국가 대개혁을 바라는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거역하는 정치세력은 앞으로 국민의 외면 속에 역사 속으로 사라져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탄핵 결정으로 조기 대선이 본격화되면서 각 정치세력과 대권주자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누가 새로운 대통령이 되어도 국가적 난제와 경제위기,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복지와 평화의 새로운 국가를 일으켜 세우는 일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국민대통합과 대연정 등 통합의 메시지들이 필요한 상황이기는 하다. 그러나, 대통령직을 상실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언젠가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탄핵 불복을 암시하고, 자유한국당 일부 친박 의원들과 보수세력 일부가 탄핵불복을 공공연히 선언하며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상황에서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가 어느 정도로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지 의문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위안부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배상 없는 합의를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진정한 사과와 반성 없는, 헌법재판소의 법의 심판마저 거부하는 세력과 통합하고 화합하자는 것은 탄핵심판의 근본정신과 ‘촛불 민심’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국민적 요구는 철저한 적폐 청산과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 건설이다. 대선 국면과 이어지는 지방선거 국면을 맞아 평택지역의 정치세력들도 분주히 움직일 것이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고 누가 차기 시장이 되고 시·도의원이 되는가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평택시민의 정치권과 지역 정치세력에 대한 실망감만 커질 것이다.

지방자치 시대 20년이 넘지만, 아직도 평택사회에는 자치와 분권, 시민주권과 역행하는 수많은 관행과 제도, 의식이 남아 있다.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면, 평택지역 사회 지도자들 역시 개인이나 정당의 정치적 이익보다는 ‘정의롭고 공정한 평택’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 나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 나가야 한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중앙권력만의 문제는 아니다. 평택 지역사회에도, 우리의 내면에도 최순실이 내재화되어 있을 수 있다. 수많은 부조리와 적폐들이 지역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이번 탄핵 사태를 민주주의와 자치, 시민주권의 관점에서 지역을 바로 세워 나가기 위한 우리 모두의 진지한 성찰과 반성의 계기로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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