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걷기

행복마을과 평화마을로 나뉘어진 대추리 공동체
같이 살던 마을의 소소한 일상을 모으고 기억하며

양준호 온누리학습동호회사무국장

[평택시민신문] 온누리 학습동호회에서는 “평택역사 둘레길 걷기”를 2014년부터 시작하였다. 평택시 소속 공무원들이 평택의 땅을 제대로 밟아보자! 그것이 이러한 행사의 출발이었다. 그 동안의 둘레길 걷기를 통해 회원 및 평택시청 직원들은 진위 향교, 삼봉사당, 대동법 시행기념비, 현덕면 계두봉, 바람새 마을 등에 다녀왔다. 또한 평택 지역 문화연구소 김해규 선생님으로부터 평택의 역사 및 문화에 대한 강좌도 진행하였다.

2017년 2월 25일. 평택시청에 모인 사람들은 ‘대추리 평화마을’로 향하였다. 우리들은 대추리가 2004년 한·미 정부의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의한 미군기지 통합 재배치에 따라 마을과 농지 285만평이 추가 수용이 된 곳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렴풋이 그 곳 주민 모두가 ‘대추리 평화마을’에 이주하였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우리를 맞이해준 신종원 이장님은 그렇지 않다고 하셨다. 이장님은 ‘대추리에 거주하던 140여 가구 중 44가구의 주민들이 노와리에 이주하여 마을을 형성하였다’고 하셨다. 또한 ‘일부는 남산5리 행복마을에, 나머지는 다른 지역에 거주하신다’고 이장님은 덧붙였다. 우리는 이장님의 안내를 받으면서 따스한 봄 햇살을 받으며 마을을 구경하면서, 대추리 역사관 ‘달구름’으로 이동하였다.

‘달구름’은 대추리에서 살아온 주민들의 삶과 마을의 역사를 그 들의 입장에서 기록한 마을 역사관이다. 역사관이라고 하여 멋지고 웅장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건물 내부에는 난방이 되어있지 않아서 한기를 느낄 정도로 열악한 건물이다. 네모진 철판 벽에는 마을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 및 마을 사람들의 얼굴을 그린 인물화가 전시가 되어 있었다. 종이에 그리는 그림과 어딘가 달라 보여서 자세히 살펴보니 모판에 그림이 그려졌다.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어 필요가 없게 된 물건이라고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마을사람들의 그 마음을 살뜰히 헤아려준 예술가들을 생각하니 그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건물의 정중앙에는 쇠스랑 등 농기구 및 마을가게에 걸려있던 오래된 담배 광고판 등이 어지러이 놓여 있었다. 전시물과 전시공간은 남들이 봤을 때 대단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들에게 그곳은 소중한 것들을 모은 귀중한 장소다. 그리고 그분들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살았을 것이다. 그 결과로‘대추리 평화마을’은 2014년 8월에 경기도가 주최하는 행복마을 콘테스트에서 농촌운동 분야 최우수 마을에 선정되었다.

점심을 먹고 마을 안에서 목공체험을 하였다. 체험은 작은 의자 만들기다. 목공 수업을 하기 전 ‘엄기연’목수님은 나무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를 해주셨다. 나무의 입장에서 살펴보자고 하였다. 나무가 잘려진다는 것은 나무에게는 죽음이라고 볼 수 있지만 또 다른 무엇인가로 만들어지게 된다면 잘려짐이 곧 죽음이 아니라고 하였다. 이 말을 생각하면서 우리들은 마지막 행선지인 미군기지 인근지역과 분주히 움직이는 공사차량을 본 후 행사를 마쳤다.

이번 행사에서 나는‘공동체’에 대해 생각하였다. ‘대추리’라는 작은 공동체는 해체되었다. 그것은 그 마을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분들은 그런 마음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마을사람들은 마을을 떠나면서 매향제를 행하며“다시 온다”는 믿음을 가졌다. 그 믿음으로 역사관을 개관하였다. 그 행사 후 그들은 새로운 마을 안에서 다시 공동체의 삶을 꿈꾸고 있었으며, 계절별 농사체험, 전통음식 체험 등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들이 겪은 아픔을 느리지만 그러나 그들의 방식대로 치유하며 새로운 미래를 소망하고 그리고 있었다. 마치 나무의 잘려짐이 죽음이 아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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