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학생 음악 통해 인성교육 시작해 세계적 음악가로 성장 시키는 무료 음악교육 시스템으로 발전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 이후 세계적 확산…평택서도 2013년 출범, 현 단원 79명
중학생 까지 제한, 취약계층 학생 70퍼센트…성인까지 연계 지원 필요

1975년 총과 마약이 넘쳐나던 베네수엘라에서 기적처럼 시작된 엘 시스테마는 경제학자이자 음악가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Jose Antonio Abreu)박사에 의해 설립된 음악 교육운동이다. 열 명 남짓의 아이들과 함께 시작된 엘 시스테마는 세계적으로 놀랍게 성장하며 음악성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현재 엘 시스테마가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영재를 육성하거나 음악적 실력을 지향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즐거움을 배우고 행복을 찾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한국에서 한국형 엘 시스테마라 불리는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이 시작됐다. 2012년 2월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 세계 엘 시스테마 교육기관들과 활발한 교류를 전개하기 위해 기반을 공고히 하고 있으며 2013년, 평택에도 ‘꿈의 오케스트라 평택’이 창단됐다. 본지는 ‘꿈의 오케스트라 평택’이 지역 내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는데 보탬이 되고자 ‘한국형 엘 시스테마, 꿈의 오케스트라-평택’을 2회에 걸쳐 연재한다.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무상 음악 교육 ‘엘 시스테마’

남아메리카의 베네수엘라에는 ‘엘 시스테마(El Sistema)'라고 하는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엘 시스테마의 정식 명칭은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으로 1975년 경제학자이자 아마추어 음악가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설립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가 차고에서 빈민층 청소년 11명의 단원으로 출발한 엘 시스테마는 35년이 지난 2010년 현재 190여 개 센터, 26만여 명이 가입된 성장해 오케스트라의 취지에 공감한 베네수엘라 정부와 세계 각국의 음악인, 민간 기업의 후원으로 미취학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음악교육 시스템으로 정착했다.

2010년 한국에서도 취약계층 아이들을 위한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이 시범을 보였다. 한국의 엘 시스테마라고 할 수 있는 ‘꿈의 오케스트라’가 시작된 것이다.

 

한국형 엘 시스테마 ‘꿈의 오케스트라’

꿈의 오케스트라는 ‘음악을 통한 사회통합’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운영된다. 상호학습과 협력을 이끌어내는 꿈의 오케스트라 음악교육을 통해 아동·청소년의 건강하고 다면적인 성장을 유도하는 것이다. ▲지역의 특성을 살린 교육 ▲행정-교육 간의 균형 ▲아동에 대한 이해와 배려 ▲가정과 지역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지역협력체계 구축의 행정 5원칙과 ▲사회변화 ▲함께하는 연주 ▲강사-아동 간 빈도 높은 만남 ▲음악적 성취와 공연 ▲참여와 통합 ▲상호학습과 리더십 ▲즐거움 등의 교육 7원칙을 따른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지역별 거점을 지정해 운영하는데 2010년 시범 8개소를 지원한 데에 이어 2011년 1기 9개소, 2012년 2기 19개 소 등 점차 지원 규모를 늘려가고 있는 꿈의 오케스트라는 2017년 7기 44개소를 지원할 예정이다.

 

평택문화원, 꿈의 오케스트라

평택시 관내의 소외계층, 아동 청소년이 음악 교육을 통해 창의성, 자존감, 공동체 의식을 가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꿈의 오케스트라-평택’이 2013년 5월 28일 평택 청소년 문화센터에서 오리엔테이션을 가졌다. 2013년도 창단 당시 58명의 단원과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롯 등 6개 파트로 시작한 꿈의 오케스트라 평택은 2016년 기준 단원은 79명이고 악기는 12개 파트로, 악기 파트는 두 배가 늘었을 정도로 규모가 상당히 커졌다.

행정을 담당한 평택문화원은 사업의 연속성을 갖고자 장기적으로 기업체, 지역단체와의 협약을 통해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을 추진할 것이며, 더 나아가 재정 자립을 통해 이 사업이 계속될 수 있도록 TF팀(원장, 부원장, 감사)에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79명의 단원

평택은 서부, 남부, 북부로 나뉘어져있는 지역 특성상 각 지역의 아이들을 통합시키는 것이 중요했다고 한다. 특히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공동체의 가치와 합주에 필요한 마음가짐 등을 교육시키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한다. 다양한 문화적 기반의 아동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취약계층 아동과 일반계층 아동의 비율이 연중 7:3을 유지하도록 관리한다.

사회적 취약계층 아동과 일반계층 아동의 선발 기준은 조금 다르다. 취약계층 아동의 경우 악기를 다룰 줄 모르더라도 음악을 좋아하면 단원이 될 수 있고, 일반계층 아동의 경우 면접을 통해 단원으로 선발된다. 모든 교육이 무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반계층 아동들은 거의 10: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다. 단원이 80명가량인 오케스트라에서 정기적으로 연습하고 공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치유로서의 음악

처음 꿈의 오케스트라 평택 단원들이 모였을 때, 아이들 중 일부는 스스로 원해서 온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 떠밀려온 것 같았다고 한다. 선생님 말을 안 듣는 것은 기본이었고 무시하고 대들기도 부지기수였다. 아이들끼리 싸우는 일도 허다했다. 음악에 미련이 없는 아이들과 오케스트라를 함께 하는 것은 무리였고 이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일반가정의 아이들에게 ‘꿈의 오케스트라’의 이미지는 점점 나빠졌다. 교육강사들은 음악교육보다는 먼저 아이들이 음악을 배울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감성교육과 인성교육에 힘썼다.

어느 정도 강사들에게 마음을 열고 음악을 배울 준비가 되었을 때부터는 아이들이 인내심도 많이 생겼고 아이들의 마음속에 악기를 다룬다는 자부심과 합주에 대한 책임감 또한 함께 자리 잡았다.

 

인터뷰  |   음악감독 노상훈

“인내심·자부심·책임감도 늘어”

꿈의 오케스트라 평택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노상훈 감독은 꿈의 오케스트라 평택의 시작부터 함께했다. 합주를 지도하는 대표 강사였던 노 감독은 ‘꿈의 오케스트라’의 취지가 좋아 강사로 교육을 시작했다가 2016년 음악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지도하는 데에 있어서 일반 오케스트라와 꿈의 오케스트라의 가장 큰 차이점을 부모님들의 영향력으로 꼽은 노 감독은 일반적인 오케스트라의 경우 단원들이 적지 않은 비용을 교육비로 지출하고 앞으로의 진로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활동이기 때문에 부모님의 영향력이 큰 편이며, 꿈의 오케스트라는 전공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 아니라 부모님의 영향력이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꿈의 오케스트라의 운영 규정상 교육 대상은 중학교까지이다. 노 감독은 음악가로서 이 규정이 매우 아쉽다고 했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는 아주 어린 단원부터 20대 초반까지 그 연령대가 다양하다. 10대까지 무상음악교육을 지원해주고 재능이 있는 단원들을 모아 독자적인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해외 공연을 다니기도 한다. 중학교까지 제한을 둔 ‘꿈의 오케스트라’와는 다른 양상이다.

노 감독은 이런 양상에 대해 ‘꿈의 오케스트라’가 아직 시작단계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재능이 있는 단원들이 중학교를 졸업했을 때에도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음악적인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방법을 더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 감독은 대학에 가기 전까지라도 후원을 해주는 것이 지역사회의 어른들이 해줘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노 감독은 지역사회로부터 받은 지원은 오케스트라 공연을 통해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며 병원이나 노인정 등 오케스트라 공연을 즐기고 싶어도 사정상·형편상 관람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찾아가는 오케스트라 공연을 선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글 싣는 순서  ①한국형 엘 시스테마 ‘꿈의 오케스트라-평택’ ②‘꿈의 오케스트라-평택’만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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