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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국가로 가는 旅程장호순 칼럼
평택시민신문 | 승인 2017.03.08 09:09|(853호)

지금 이 난국 상황의 민주시대적 의미

장호순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 교수

개인 생활이나 인간 관계에서 법은 가급적 멀리하는 게 좋다. 법을 위반해서 경찰에 불려가거나, 법적 문제로 소송에 휘말리는 일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래서 “법 없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은 착하고 성실해서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한편 누군가에게 “법대로 하자”라고 말한다면, 더 이상 그를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법없이 살 수있는 사람은 없다. “법 없어도 살 사람”도 따지고 보면 법 덕분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생명과 재산 모두 법이 지켜주기 때문이다. 누가 나에게 신체적 폭력이나 위협을 가한다면, 그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것은 나의 주먹이나 다른 무기가 아니라 그러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이다. 누가 나의 재산을 탈취하려 한다면, 그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것은 금고도 아니고 은행도 아니다. 그러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이다. 현재 갑의 횡포에 시달리는 많은 을을 보호하는 방법도 법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개인의 권리 보호뿐만 아니라 국가사회의 안정을 위해서도 법은 반드시 필요하다. 법의 중요성은 요즘의 불안한 탄핵 정국에서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대통령은 탄핵재판으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이고, 국내 최대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구속상태이고, 북한과 주변국가들과의 관계는 백척간두 위에 있는 것처럼 위태롭다. 주말이면 수십만명이 서울도심에 모여 서로의 상반된 정치적 입장을 격렬하게 표현하고 돌아간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이라는 말이 지금의 대한민국에 딱 어울린다.

과거 한국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불안한 국내외 정세는 결국 불행한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구한말의 혼란은 일제 식민지 강점을 초래했고, 해방 후의 좌우익 대립은 분단과 전쟁으로 귀결되었다. 반민주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이 분출되면 국가안보가 위태롭다는 핑계를 대며 더욱 강압적인 군사독재자들이 정권을 장악하고 법 위에서 군림했다. 그러나 현재의 탄핵정국 하에서는 국가비상사태나 계엄령과 같은 극단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드물다.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진정한 법치 민주국가를 만드는 것이라고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 결과 비록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시국이지만 법에 따라 정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국가수반을 중도에 퇴출시키는 탄핵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도 헌법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국민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는 언론의 자유나 집회의 자유도 법에 따라 잘 보장되고 있다. 정치판에는 이념적 갈등과 정당파벌 간의 반목이 넘쳐나지만 의회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재판 결과에 대한 승복여부를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들도 있긴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로서의 품격과 안정성을 대내외로 입증하고 있다. 법을 어기면 대통령도 재벌총수도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법치주의 국가로 환골탈퇴하는 과정에 있다. 탄핵정국은 아무리 강력한 권력자도, 아무리 거대한 자본도, 아무리 교육수준이 높더라도 법을 어기면 누구든지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러야 하는, 법 앞에 평등한 민주국가로 대한민국이 진화하고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탄핵재판의 결과에 대한 불안감도 팽배해 있고, 그것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무책임한 선동가들도 있다. 법에 대한 신뢰가 아직은 사회적으로 충분히 축적되지 못한 탓인데, 그동안 권력과 자본이 법을 악용해왔기에 생긴 결과이다. 권위주의 시절의 법은 정치적 반대자들을 처벌하거나, 국민들에게 맹종을 강요하는 권력자의 통치도구에 불과했다. “법과 질서”를 강조하던 지도자들이 오히려 중대한 불법행위를 일삼은 적이 허다했다. 법의 처벌을 받는 사람들은 사소하게 법을 어긴 민초들뿐이었다.

대통령 탄핵으로 촉발된 현재의 혼란정국은 권력과 자본의 방패로 법이 악용되어온 부끄러운 역사와 단절하기 위한 産苦이다. 법 앞에서는 만민이 평등한 진정한 법치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成長痛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헌재의 탄핵판결을 수용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곧 치르게될 대통령 선거에서는 “법없이도 살 사람”을 뽑아야 할 것이다. 불법 행위자에 대해선 엄중히 “법대로” 행동하는 법치주의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그래야만 권력의 불법행위로 인한 국가적 혼란이 재발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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