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평택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즈음하여

김기수 본지 발행인

[평택시민신문] '평택 평화의 소녀상’이 오는 3월 1일 평택시청소년문화센터 앞에 세워진다. 지난 2015년 12월 28일 한일 정부 사이의 갑작스럽고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안’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거세지면서 평택에서도 평화의 소녀상 건립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평택지역 시민사회 단체를 중심으로 지난해 7월 12일 ‘평택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가 구성돼 본격적인 모금 활동을 벌여왔다. 추진위원회는 창립선언문에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는 교훈을 되새기며 평화의 소녀상을 역사교육 현장으로 만들고 가꾸어 나갈 것”을 밝히며 일본군 위안부 제도에 희생된 여성들의 인권과 명예 회복, 전쟁반대, 전쟁으로 고통받는 모든 이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적극 노력할 것 등을 선언했다.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7개월의 모금활동과 각종 캠페인을 통해 그동안 지역 시민단체 82곳과 개인 추진위원 462명, 나비회원 296명이 동참해 목표 모금액인 6000만원을 훨씬 넘긴 6948만9201원을 모금했다. 모금에 참여한 시민과 개인, 가족들의 명단은 3월 1일 제막식을 갖는 소녀상 바닥돌 뒤편에 새겨져 그 소중한 뜻을 기리게 된다. ‘평택 평화의 소녀상’ 제막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택시민에게는 여러 면에서 매우 뜻 깊은 의미를 갖는다. 평화의 소녀상 건립운동에 앞장선 분들과 동참한 평택시민들에게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하며,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갖는 두 가지 의미를 짚어보고 싶다.

우선, 평택시민의 성숙한 역사의식과 민주시민의식이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소액 모금 운동에 많은 평택시민이 동참한 것, 특히 가족단위로 모금에 동참한 평택시민이 많았다는 것은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안을 거부하고 미래세대에 다시는 아픈 역사를 물려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 평택시민이 매우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이념과 종교, 정치적 입장을 떠나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 바람직한 한일관계 정립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평택시민 사이에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정부의 합의’를 근거로 평화의 소녀상 건립 문제를 일부 편향된 이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많은 평택시민들이 이러한 시각에 흔들리지 않고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소녀상 건립 운동을 통해 ‘위안부 합의 백지화’ 요구의 정당성과 일본 정부의 공식사과 및 배상을 요구하는 범 시민적 공감대를 확산하는 성과도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소녀상 건립이 평택지역에 갖는 특별한 의미는 평택지역에서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상징물을 시민의 힘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평택은 일본 제국주의 지배의 흔적으로부터 아직도 자유롭지 못한 아픔을 간직한 지역이다. 현재 팽성에 주둔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는 청일전쟁 이후 한국을 강점한 일본제국주의의 군대가 주둔했던 지역이다. 해방 후 미군이 이 기지를 그대로 이어받으며 계속 확장해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이 주둔하는 지역이 되었다. 역사적으로도 평택은 청일전쟁의 격전장이었으며, 3·1독립만세 운동도 격렬하게 전개되었던 지역이다. 미군 주둔에 대한 찬반논란을 떠나 사드배치 문제나 남북관계 악화나 미중간의 대결 구도 속에서 평택은 지정학적 요소로 인해 불가피하게 전쟁위험이나 테러 등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에 매우 취약한 지역이 될 수밖에 없다. ‘평택 평화의 소녀상’은 평택시민과 미래세대에게 일본제국주의의 만행을 상기하고 평택 미군기지 주둔이 일제의 지배에 그 뿌리가 있다는 점과 연관해 전쟁 없는 평화에 대한 교육과 시민의식 고양의 상징물로 자리 잡게 만든다면 지역적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끝으로, 소녀상 건립으로 평택과 일본간의 우호교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한일 모두 상호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평택 평화의 소녀상’은 평택시청소년문화센터 앞에 조성된다. 이번 소녀상 건립을 위해 평택시 당국은 장소를 제공해 주는 결단을 내려주었고, 추진위원들이 중지를 모아 청소년문화센터 앞에 건립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은 일본 마츠아먀 시 및 아오모리시와 우호교류도시 협약을 맺고 10년 넘게 행정과 문화·복지·청소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해 오고 있다. 지금 소녀상 문제는 한일 관계를 냉각시키는 최대현안으로 부각되면서 한일교류, 평택과 일본 도시들과의 교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소년문화센터가 평택시가 건립한 공공시설이라는 점에서 교류 당사자인 마츠야마 시 당국이나 청소년 교류 관계자들은 두 도시의 교류, 특히 청소년 교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정한 우호협력은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역사를 바로 이해하는 것을 바탕으로 할 때 진정한 교류가 가능할 것이다. 일본 국내 여론상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이 불편해 할 수는 있겠으나 평택시 당국은 당당하고 떳떳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평택청소년문화센터 앞의 ‘평택 평화의 소녀상’은 평택과 일본 도시 사이의 교류가 미래지향적으로 되기 위해 현재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성찰하게 해주는 상징물로도 역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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