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프리즘

북한과 중국 관계는 전통 혈맹관계에서 국가 대 국가 관계로 변화
보다 실리적이고 융통성 있는 한미·한중 외교 프레임 마련 필요

오일환 교수평택대 중국학과

지난 12일 북한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의 발사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고체연료와 무한 궤도형 이동식차량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협적이다. 우리군이 북한의 대량 살상무기에 대비해 구축 해 오던 ‘킬체인 시스템’이 연료 주입 절차가 필요 없고 이동 발사가 가능한 전략무기의 등장에 따라 무력화될 개연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기술의 진전은 북한의 핵 위협을 가시화시키고 있다. 최근 북 핵 문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우려는 유엔의 대북 제재결의안 2321호로 귀결되었다.

대북 제재 국제공조 체제 속에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미온적 제재태도는 중국의 변함없는 북한 지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18일 발표 된 중국정부의 북한산 석탄 수입중단은 북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전향적 변화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 정부의 북한체제에 대한 암묵적 지지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이다. 미사일 발사 실험과 연이어 발생한 김정남 암살사건은 중국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2월 13일 김정일의 장남이며 백두혈통의 적장자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말레이시아 경찰당국의 수사과정에서 북한 공작원들의 개입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미국도 북한의 무자비한 테러에 대해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고려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인내심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김정일은 사망 직전 수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하며 중국의 경제발전을 벤치마킹하려 했었다. 그를 수행하고 직접 중국 최고 지도자들과 접촉을 통해 실무적으로 움직였던 주역은 2013년도 처형 된 장성택이다. 김정은 집권 초 체제안정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의지했던 친중 인사 장성택이 처형되면서 중국정부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이 더 이상 중국의 영향권 안에 머무르지 않고 독자적인 외교노선을 추진하게 되면서 중국 정부의 국제적 위상은 적지 않은 손상을 입게 되었다. 북한 김정은은 정권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핵 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고 동시에 숙청과 공포정치를 통해 내부적 정권 안정화에 주력하는 모양새이다. 김정은에게 정권유지를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중국의 제한적 경제원조와 미온적 후견국 역할보다는 미국의 절체절명의 체제 붕괴 위협에 맞서는 것이다. 암살 된 김정남은 북한의 3대 체제 세습에 대해 반대하고 경제 발전을 위한 중국식 개혁 개방정책의 도입을 주장해 온 친중 성향의 인사였다. 그는 이복 동생 김정은의 끊임없는 살해 위협을 피해 베이징, 마카오, 싱가포르 등지를 전전하며 고모부 장성택의 금전적 지원과 중국 정부의 보호 속에 낭인 생활을 이어왔다. 중국은 어떤 식으로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김정남과 그의 식솔들에게 안전을 보장해 왔다는 관점에서 지금 북한의 김정은 정권과 중국의 관계는 전통 혈맹관계가 아닌 철저한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변화되었다 하겠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그동안 한중관계와 한미관계의 상호 역학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는가에 대해 새롭게 성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MB 시대에는 친미 노선에 기울어 한중관계발전을 저해했고 현 정부는 출범 초기 한중관계와 한미관계의 균형 유지에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결국 사드(THAAD: 종말단계 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문제로 인해 다시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 것은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를 ‘제로섬 게임’적 태도로 이해한 원인에 기인한다. 보다 실리적이며 융통성 있는 외교 프레임을 마련해야 한다. 얼마 전 미국 국방부장관 제임스 매티스의 방한 때 논의 된 사드 조기 배치 요구에 대한 주무장관의 수용표명은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18일 독일 뮌헨 안보대화에서 윤병세 외무장관과 중국의 왕이 외교장관 사이의 회담이 양국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자리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의 보복성조치의 철회 요구에 중국은 사드 배치를 서둘지 말아달라고 제안하였다. 현재 중국 정부는 그동안 유지해 오던 대북 영향력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 처해 있다. 북한의 막무가내식 태도에 당황하고 있는 중국에게 우호 협력적 손을 내밀어 한중관계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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