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기 문화비평가의 세상읽기

현재 진행 중인 상황 설명도 본질에서 벗어난 잡동사니들로 번잡하기만 하고
심란해진 국민마음을 올해도 계속 불안하게만 하는 정치공학들 뿐

대선은 다음이다.

김종기 문화비평가

1. 탄핵의 진행이 궁금하고 걱정된다. 정치권은 오히려 태평하고, 탄핵을 전제로 이미 대선에 돌입한 분위기다. 이제 탄핵은 특검과 헌재와 일부 비주류의 언론과 애타는 국민들만의 일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국민들이 모르는 정치권의 물밑 합의라도 있다면 다행이다. 탄핵을 기정사실화하고, 헌재가 국민들의 촛불민심에 반하는 극단의 결정은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유일한 대안인 듯 해 안타깝고, 불안하게 기다리면서 이런 막중한 국가적 결정이 이렇듯 대안 없는 불리하게 불확실성에 내맡겨진다는 것이 너무 끔찍하다.

 

2. 우리사회는 이미 상식과 양식 그리고 대의가 통하지 않는 닫힌사회가 된지 오래다. 나라는 없다. 진영에 유리한 것만이 선이고, 이것이 종교적 신앙처럼 믿음이고 자부심이며 생존방식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더욱이 박 대통령도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했다. 당연하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면 탄핵은 불순세력의 책동이며 음모이고, 국가의 안정과 질서를 위협하는 공적이다. 지금 이러한 인식으로 자신감을 회복해가고 있다. 진영의 논리를 확신하고 진영을 위해 기꺼이 종교적 순교를 감행할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제 헌법재판관 전원의 찬성에 의해서만 탄핵이 가결되는 상황에 접근하고 있다. 누가 탄핵의 인용을 자신할 수 있는가? 그리고 헌재심판의 진행자체가 불가하고 국가의 비정상상황이 마냥 늘어짐도 인식해야 한다.

 

3. 우리가 정말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탄핵의 기각'이 아니라 박 대통령의 복귀가 가져올 국민과의 충돌과 혼란이다. 박 대통령이 느꼈을 상상하기 힘든 모욕감과 그분의 통치스타일을 생각할 때 복귀 후 대통령의 정치는 사생결단의 통치일 수 있다. 대통령이 통치의 권위와 신뢰를 상실할 때 국민의 저항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무력이다. 대통령은 끊임없는 유혹을 받을 것이고, 자칫 유혈의 비상시국과 혼란 그리고 불확실성이 개연성을 넘어 필연이 될 수 있다. 우리가 탄핵의 진행과 매듭을 걱정하고 주시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4. 우리는 그간 국가권력의 민낯과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똑똑히 목도했다. 그리고 요즘 상상하고 싶지 않은 역사의 또 다른 가능성을 새삼 체감한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지난 4․13총선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났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것을 생각하면 정말 아찔한 느낌이다. 우리국민들의 피와 땀 그리고 현명한 선택이 위기의 역사를 넘겨온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역사의 기로에 서있음이 분명하다. 우리는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매듭짓는데 좀 더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과 국민, 국가권력과 탄핵민의가 충돌하는 혼란을 막아야 한다.

ㅡ 정치권은 시기적 엄중성을 자각하고 헌재의 진행을 주시해아 한다. 앞문을 열어야 다음문으로 나가는 법이다. 국가의 최고 리더를 꿈꾸는 대선주자들은 먼저 탄핵에 대해 공동의 합의를 만들어 내야 한다. 정치지도자들은 더 이상 촛불민심에 편승하며 피 흘린 국민들의 뒤에서 전리품이나 취하는 비겁한 모습을 보이지 말라. 이제 국민에 앞서 역사에 책임을 지는 결단과 비전의 모습을 보이라. 대한민국의 역사를 견인하는 헌신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ㅡ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을 신속히 매듭지어야 한다. 헌재의 탄핵심의는 형사재판이 아니다. 퇴임이후에나 가능한 사법부의 재판을 헌재가 탄핵심의에서 다투는 모양은 중복이고 모순이며 그 취지가 아니다. 더욱이 국회의원의 2/3이상이 결정한 입법부의 탄핵결정이 무의미한 듯 한 헌재의 탄핵심의는 분명 옥상옥이고, 자기 정합성마저도 갖추지 못한 절차와 제도의 모순이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결정이 헌법정신을 과도하게 위배했는지를 판단하는데 그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법을 넘어서고 법으로 규율할 수 없는 통치행위가 인정되는 대통령이다. 그런 대통령의 과오를 세세하고 미시적인 법조문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기만이다. 헌재는 법조문의 미시적인 적용이 아니라 헌법 본연의 정신과 시대정신을 읽고 결단해야 한다. 국가의 구체적 실체인 국민들의 열망을 읽어내고 지켜내지 못하는 헌법재판소는 분명 자기부정이다.

ㅡ그리고 언론이다. 모든 언론 특히 종편은 탄핵의 본령을 넘어서는 유희성 방송을 자제해야 한다. 사건의 본가지를 넘어서는 흥미거리와 자극적인 방송으로 대상자를 모욕하고 국민들을 현혹하지 말라. 오랫동안 대상자를 옹호해왔던 그 언론이 마치 굶주린 야수처럼 대상자를 물어뜯는 모양이 오히려 아이러니하고 낯설게 느껴진다.

 

5. 박 대통령의 시대는 가능성의 시기였다. 박 대통령은 기득권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국가의 포지션을 재조정할 수 있는 최적의 적임자였다. 대통령에게 국민들의 어려움을 헤아려주는 따뜻한 손길을 기대했고, 대통령도 이것을 자임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은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의 자애로움이 아니라 독하고 일방적이고 오히려 엉뚱하게도 국민들과 유리된 모습들이였다. 정치적 갈등국면마다 박 대통령은 항상 승리했지만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실망과 상실감은 커져갔다. 전투에는 이겼으나 전쟁에서는 지고 있었던 것이다.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해야할 정치의 본질은 사라지고 일방주의적 억압과 통제가 우리사회를 압도하고, 새로운 비전과 전략이 아니라 과거의 생각과 구태가 자리를 잡아 갔다. 아버지가 못다한 유신의 계승을 꿈꾸었던 것일까? 정의롭지 못한 권력이 야만적 폭력성과 비열함을 노골화했다. 이것은 더 이상 이 나라를 강하게도 국민을 행복하게도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시계를 되돌려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그곳에 가두려 한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바로 이것을 걱정하고 거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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