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in 평택人 이충동 노인대학 김난영 할머니

화선지 150m에 7만 8000자 적어

김난영 할머니가 직접 쓴 금강경과 화엄경

오랜만에 눈이 내린 날 이충동 건영아파트 노인대학에서 김난영(75)할머니를 만났다.

먹물 냄새가 풍기는 노인대학 내부에는 어르신들의 서예 작품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김난영 할머니는 두루마리처럼 돌돌 말린 화선지를 펼쳤다. 긴 책상 위에 몇 번을 겹쳐도 남는 길이의 화선지에는 불경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10m 길이의 화선지에 쓰인 것은 ‘금강반야바라밀경’이라는 경전으로 육조 혜능이 듣고 깨달음을 얻은 것으로 유명하다. 금강경 한 권이 다 들어있다는 김 할머니의 10m 화선지 두루마리는 하나가 아니라 무려 열다섯 개이다. 한 권에 약 5200자가 쓰여 있으니 금강경만 무려 7만 8000자, 150m의 화선지를 채운 것이다.

불경을 쓰게 된 계기는 불심에서였다고 한다. 큰 덕, 밝을 명을 써서 ‘덕명’이라는 호를 큰스님으로부터 받은 김 할머니는 불심으로 다잡고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108배를 시작했다. 108배를 끝낸 할머니에게 큰스님은 악업을 금하고 탐욕, 노여움, 어리석음의 세 가지 독을 가라앉히는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주셨고 할머니는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108독을 하고 있다.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따라 쓰기로 결심한 것은 불경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초등학생들이 쓰는 깍두기공책에 연필로 쓰던 것이 줄 없는 화선지에 찍어낸 듯 쓰게 되기까지 김 할머니는 셀 수 없이 많은 글자를 썼다. 한글로 처음 쓴 것은 부처님을 찬탄하는 ‘화엄경 약찬게’이며 지금까지 가장 많이 쓴 것은 100번을 넘게 쓴 금강반야바라밀경이다.

김난영 할머니

노인대학에서 서예를 배운지 3년째에 들어섰고 화선지에 불경을 쓰기 시작한 것은 10년째라고 한다. 7년간 혼자서 작은 붓글씨만 쓰다 보니 큰 글자는 쓰기가 어려워 노인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현재는 큰 글씨도 잘 쓰신다고 한다.

김 할머니는 불경을 받아 적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만유의 실체인 참마음, 즉 일심의 상태에 푹 빠진 채 몇 시간이고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먹물로 쓰기 때문에 수정이 불가하니 한 글자 한 글자에 모든 마음을 다 하는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금강경을 매일 읽고 화선지에 직접 남기는 일상이 행복하다는 김난영 할머니는 덕을 밝게 쌓으라는 호 ‘덕명’ 그대로 살게되기를 바란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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