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프리즘

사드배치 문제로 급랭되고 있는 한중관계는 우리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과 경제협력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한국정부에게 한미 동맹체제 내의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그간 중국이 이룩한 경제성장과 국제지위 상승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국민적 각성이 필요하다.

평택대 중국학과 오일환 교수

1992년 한중 수교는 한국전쟁 이후 줄곧 ‘죽의 장막’에 가려 있던 중국 대륙의 문을 연 역사적 사건이었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한국 교민들이 처음 이주하기 시작한 이래 올해로 25년이 되었다. 당시 베이징에서 처음 중국 생활을 시작한 한국 교민들 대부분은 국가 공무원, 상사 주재원, 유학생 그룹으로 특정 외국인 거주 허가 지역에 살인적인 월세를 내며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을 국제 사회와 격리된 채 살아 오던 베이징의 주민들에게 한국인들은 현대식 거주지에 자신의 월급의 20배 이상에 해당하는 월세를 부담하며 자동차와 가정부를 고용하고 사는 아주 부유한 외국인의 모습이었다.

세월이 흘러 현재 한국교민 대부분은 왕징(望京)에 거주하고 있다. 1997년 200여 한국 가구가 이곳에 이주한 이후 2007년에는 20만 여 명의 베이징 거주 한국인 가운데 왕징 거주자가 7만 여 명에 이르렀다. 돌아보면 왕징은 청 왕조 시대는 수 많은 외국 사신들이 입궁 순서를 기다리며 멀리 자금성을 바라 보며 기다리던 곳이었다. 이로부터 멀리 북경을 바라보다는 의미의 ‘망경’이란 명칭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왕징은 벤츠, HP, 알리바바, 소호 등 세계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의 현대식 대형빌딩과 자동차로 가득 차 있는 국제 상업중심 지역이다. 왕징 코리아 타운 거주 한국인의 수는 최초 이주 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였지만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고 한국원화 가치가 평가절하되면서 한국인들의 수도 급감하기 시작했다.

현재 베이징 코리아 타운 왕징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수는 2만 5천명 수준으로 감소되고 있다. 중국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한국원화 가치의 절하가 맞물려 이곳에 거주하던 대부분의 한국 교민들이 살인적 임대료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가게와 집을 내 놓고 외곽지역으로 급속히 빠져 나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중관계가 싸드배치 문제로 악화일로를 걸으며 중국거주 한국기업과 한국인은 중국의 부당한 압력과 불공정 대우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비단 베이징 뿐만 아니라 그동안 중국 각지에 코리아 타운을 형성하며 경제적 부를 구가했던 산동성의 칭다오, 상하이의 홍췐루 지역의 한국 교민 감소 현상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은 단순히 한중 교류분야를 넘어 25년 역사의 주중 한국교민사회 붕괴를 야기하고 있다.

한중 수교 초 90년대 한국인들의 월등한 경제적, 사회적 비교 우위적 지위는 1998년 IMF경제 위기를 맞으며 균열이 나타났고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에 붕괴되어 버렸다. 이에 반하여 중국 경제는 국제경제적 외풍을 이겨내고 꾸준히 성장해 왔다. 물론 최근 2~3년 간의 다소 둔화된 경제 성장률로 인해 중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에 대해 적지 않은 우려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우리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그나마 플러스로 유지되고 있는 결정적 이유는 중국 경제와의 동반성장이었다. 중국은 그동안의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을 내수진작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중국의 수출 경쟁력은 이미 우리나라의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를 넘어 자동차 내수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지금 중국은 세계적 드론시장을 선도하고 전통 재래시장에서도 사용 가능한 전자결재 시스템을 상용화하고 있다.

지금 우리들의 머리 속에 중국은 어떤 모습인가? 중국은 이미 최첨단 IT사회를 실현하고 유인 우주왕복선을 타고 우주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싸드배치 문제로 급랭되고 있는 한중관계는 우리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과 경제협력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한국정부에게 한미 동맹체제 내의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 이익실현을 위한 외교정책 결정에서 경제적 요인이 중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중 경제관계의 상대적 지위변화는 왕징 코리아 타운의 한국교민들과 중국 원주민의 위상변화와 매우 닮아 있다. 왕징에서 살인적 임대료를 감당하며 고급 승용차를 타는 중국인들의 수가 늘어가는 만큼 코리아 타운 왕징의 한국 교민수는 줄어들고 있다. 그간 중국이 이룩한 경제성장과 국제지위 상승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국민적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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