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읽기

전통과 역사, 사람과 이야기가 함께 살아 있던 대추리 마을
미군에게 빼앗긴 아픔 딛고 새 둥지에서 공동체 다시 일궈
이젠 시민과 아픔과 희망 이야기 하는 평화마을로 새롭게 일어서

강미 대추리평화마을 사무국장

대추리 평화마을이 팽성읍 노와리에 이전한지 올해로 딱 10년이다. 대추리 평화마을은 주민들이 미군기지 확장대상이 된 고향의 집과 땅을 잃고, 새로운 터전으로 함께 이전해 살고 있는 마을이다. 평택시민 대부분은 대추리를 알고 있지만, 지금은 없어진 마을로 기억하고 있는 분도 있을 것이다. 예전 대추리는 드넓은 논 뜰에 황새가 날아올랐던 마을이었으나 이제는 그 위에 흙이 덮히고 활주로가 놓이고 건물이 지어져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주한미군을 위한 기지가 되었다.

대추리 마을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며 흘리던 눈물을 거두고 다시 함께 모여 예전처럼 즐겁게 살 방법을 찾았다. 새로 이주해 조성한 마을은 마을을 찾는 사람들의 눈에도 감탄할 만큼 아름답다. 전통있는 농촌마을이었으니 마을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재주가 많았으며, 마을만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었다. 이런 마을의 이야기를 가지고 대추리 역사관을 만들었으며, 체험휴양마을을 운영하기로 했다. 사업을 함께 하기 위해 주민 모두가 참여하여 협동조합도 만들었다. 다른 곳과 달리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 모두가 힘을 모아 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대추리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대추리 평화마을을 찾는다. 역사관을 둘러보며 마을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공감하고, 다시 마을을 세워가는 마을사람들을 응원한다. 평화로운 마을에서 쉼을 가지며, 워크숍을 하기도 하고, 학생들은 수련회를 하기도 한다. 초등학교는 체험학습을 하고, 캠프를 하러 오기도 한다. 작년에는 한 초등학교와 연계하여 일년내내 전교생이 마을을 방문하여 여러 가지 체험을 하며, 할아버지 할머니와 교감을 하기도 했다. 학교가 농사에 도움이 될 일이 있으면 돕기도 하는 근방의 초등학교와 연계한 사업은 마을과 학교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어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농촌체험사업이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황새울기념관도 있다. 계절에 따라 농산물 수확체험을 할 수 있고, 생활기술을 배울 수 있는 목공교실도 있다. 두부나 산자 같은 전통 음식을 만들어보는 체험프로그램도 있다. 체험행사는 분야별로 재주 있는 마을사람들이 맡아서 진행한다. 협력하여 살고 있는 공동체의 모습이다. 방문객에게는 맛있기로 소문난 대추리표 집밥을 제공한다.

올해는 특별한 해다. 대추리를 떠나 대추리 평화마을에 정착한지 10년. 대추리 마을사람들이그동안 무엇을 만들어 냈을까. 고향을 잃은 좌절과 실망에 빠져 여생을 갇혀 지내지 않았다. 다시 사람들과 만나고, 대추리와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을의 역사를 전하고 있다. 결코 없어진 마을이 아닌,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는 대추리 평화마을에는 찾아오는 많은 시민들과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있고. 유쾌하게 우스갯소리를 주고받는 마을사람들이 있다.

대추리 평화마을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마을이 정체성을 유지하며 지속되기 위해서 마을사람들이 함께 무엇을 하여야 하는지 문제다. 대부분의 농촌마을이 가지고 있는 생활비 해결 문제도 포함해서다. 마을사람들은 대추리라는 법정 이름을 되찾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마을을 지속하는 문제나 법정명 되찾기 문제는 앞으로 진행할 마을사업을 통해 찾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다음달 정월대보름 날에는 황새울 벌판에서 타오르던 달집이 마을사람들과 방문객들이 올리는소원을 담아 여전히 타오를 것이다. 깡통에 불씨를 담아 돌리며 풍년을 기원하는 쥐불놀이와 마을의 안녕을 비는 지신밟기, 신나는 연날리기가 잔치로 열릴 것이다. 가을이면 가을잔치를 할 것이고, 계절에 따라 마을을 찾아오는 이들을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맞이할 것이다.

대추리 평화마을을 방문하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 전화 걸어 “거기 대추리 평화마을이죠?” 라고 물어봐주시면 된다. 체험프로그램에 참가하지 않아도 산책삼아 마을을 방문하여 둘러봐도 좋고, 마을 역사관 안내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요청하셔도 좋다. 황새울 너른 들판은 없지만 그 안에서 농사지으며 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찾아가는 대추리 평화마을 사람들이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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