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걸의따뜻한 세상

그것은 어두운 밤하늘의 별이 되어 온 누리를

환하게 밝혔으며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심재걸국제로타리 3750지구 아카데미 교수

흐르는 물에 떠내려가는 사람의 마음은 조급하지만 언덕에 서서 흐르는 물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여유롭고 평화롭다 하였다. 촛불 혁명이라 불리며 전국을 휩쓰는 이번 분노는 마치 밀려오는 파도처럼 언덕에 서서 물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조차 탄식을 금할 수 없게 한다. 혹시나 궁금해서 국정 청문회 실황을 종편을 통해 보면 증인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결과도 밝혀지지 않은 의혹만 쏟아낼 뿐 그물로 바람 잡듯 시간은 흘러가고 굴종만 강요하며 닦달하는 모습이 차라리 애처로웠다.

진실 여부가 완전히 가려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비선 실세 스캔들은 우리나라 최고 권력의 무력함뿐만 아니라 부도덕함으로 세계의 뉴스 꺼리로 등장하고 그동안 어렵게 쌓아왔던 국격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어쩌면 현재 적출된 병리 현상들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고 지난 50여 년간 성장 과정에서 누적되어 온 것이리라. 역사는 반복되는 진행형이기 때문에 부끄럽고 힘들었던 순간이라 하더라도 사회적 트라우마 극복을 통해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된다면 그 해악은 개혁의 역사로 남겨진다.

불안하고 아쉬운 것은 난국 타결을 조언해 줄 존경받는 원로가 없다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중 한 사람이라도 국정농단이나 부정부패에 자유로운 지도가가 있었다면 그에게 길을 물어 볼 수 있었을 텐데. 촛불의 물결은 도도해도 기존의 정치인들은 눈치를 슬금슬금 살피며 정쟁에 칼날만 세우는 부역자가 많다. 침묵하는 다수 국민은 촛불시위를 찬성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정제되지 않은 한 편으로의 쏠림이 두려워 촛불 들기를 주저한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외세의 약탈과 악의축의 준동이 있어도 우리 국민은 이를 극복하고 기적적인 민족으로 오늘의 번영을 이루었듯이 우리의 민주주의와 번영의 꽃은 구호 속에 묻혀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연연히 이어오는 산과 같이 영원하고, 은근과 끈기로 민주주의 꽃을 피워 갈 것이다.

정유년 새해다. 닭이 울었다고 새벽이 온 것이 아니듯 일월 일일이 되었기에 새해가 된 것은 아니다. 새해는 지난해를 옛 것으로 규정하는 자에게만 새해가 된다. 옛 것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더 이상 옛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즉 뒤의 것을 잊어버리고 새롭게 출발하는 자에게만 진정한 새해인 것이다. 과거는 우리가 살아온 흔적이고 역사이기에 그것을 통해서 미래를 전망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흐르는 물처럼 잊어버릴 때 새 것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미래는 우리가 어떤 기대를 가지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다른 얼굴로 올 수 있다.

권력이란 참으로 더럽고 치사하다. 지나고 보니 권력이란 언제든지 구겨져 버려질 수 있는 과대 포장된 포장지에 불과하다. 공자님이 세상에 태어남을 원망(怨望)하지 말고 세상을 헛되게 살았음을 한탄(恨歎)하라고 말씀하셨듯이 과대 포장된 권력을 탐하지 말자. 부귀영화도 한 때다. 세상은 돌고 돈다. 주변에 독거노인, 결식아동, 달동네에 사는 사람들에겐 연말연시는 더욱 차갑게 다가온다. 그들에게 거리의 소요와 구호가 무슨 관계랴. 추운 겨울 어떻게 지내느냐가 관심사다. 이들에겐 무료 연탄을 배달해 주는 연탄 기부 천사들이 반가운 것이다.

특히 요즈음 소요 때문에 이들에 대한 관심이 잊혀져가고 전보다 덜 한 편이다. 소요의 열기가 이들을 보듬어 주는 애정으로 전환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그래, 세상이 아무리 어지럽더라도 흔들림 없이 내일을 위하여 사과나무를 심는 사람이 있듯이 이 혼돈의 세상에도 남을 위하여 끊임없이 어진 사랑의 손길을 베푸는 이웃이 있어 세상은 따뜻하다.

‘가난한 자의 벗 빈자들의 성녀’로 존경받는 마더 테레사의 인류애는 소박했다. 여유가 될 때마다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고 가난한 사람, 병자와 함께 사진을 찍어 그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 정도였다. 한줌의 선함과 주변에 대한 작은 관심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봉사’였다. 그것은 어두운 밤하늘의 별이 되어 온 누리를 환하게 밝혔으며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정유년 새해 지나온 부질없는 세월은 잊고 우리와 함께 하는 소외된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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