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프리즘

늘 자가당착에 빠지는 한국 정부의 원칙없는 외교
‘중국의 꿈’은 일관된 원칙과 방법으로 차근차근 실현하는데

오일환 교수 평택대 중국학과

 

중국 정부의 우리나라에 대한 태도가 심상치 않다. 지난 여름 한국 정부의 싸드 배치 결정이후 중국 진출 한국기업들의 우려의 목소리는 기우가 아니었다. 일부 낙관적 의견이 무색하게 중국 정부는 한국에 대한 규제를 본격화 하고 있다. 지난 8월에 시작된 한한령(한류 제한정책)은 한국의 연예인,드라마, 영화 심지어 원작이 한국 드라마인 작품의 방송까지도 금지하기에 이르고 있다. 그간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하던 중국정부의 한국에 대한 비관세 장벽 강화와 각종 규제 강화 조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중국에 장기 거주하는 교민들의 체류와 관련된 비자연기와 승인이 까다로워지고 싸드 배치 장소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강력한 경제 규제는 한한령 적용의 범위와 외연 확대를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 우리정부의 중국어선의 서해안 불법 어로에 대한 실탄사격 대응선포는 한중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듯 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 관료가 한중관계는 부부관계와 같아서 가끔 다투기도 하지만 다시 화목하게 서로 사랑하는 관계라고 표현하면서 우리는 한중 양국관계에 대한 중국정부의 태도에 잠시 낙관적일 수 있었다. 그런데 중국 정부의 한한령으로 중국 진출 한국 연예인의 공연이 돌연 취소되고 인기 한류드라마의 수출 길이 막히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신중한 성찰과 검토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한중 관계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은 아닌지, 우리 정부가 원칙 없는 외교로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에서 한 쪽 대리인으로 자임하며 자가당착에 빠진 것은 아닌지 점검하고 돌아봐야 한다.

얼마전 우리 정부는 6자회담의 주도국인 중국에 대해 북한에 대한 단호한 경제제재를 재촉했다. 이런 우리 정부의 주장을 과연 중국 정부가 얼마나 신중하게 받아들이고 시행할지는 미지수이다. 한중관계 악화의 구체적 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한한령의 실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무엇이 중국을 서운하게 만들었을까? 현재 중국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주도권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 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영향력 확장 기도에 대해 가장 민감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일본이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와 일본정부가 체결한 한일군사정보비밀협정은 중국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한국에서 수집된 국방정보가 오롯이 일본에 전달되는 정보 교환시스템이 한국과 일본정부 사이에 체결된 것이다. 한국에 설치된 싸드에 대해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생각하면 거기에 답이 있다. 싸드의 정보 수집가능 영역은 북한을 넘어 중국본토가 포함된다. 싸드를 통해 수집된 북한과 중국관련 정보가 한일군사정보협정을 통해 그대로 일본에게 전달되게 된 것이다. 국제지위의 상승과 이에 걸 맞는 대국의 위상을 추구하고 있는 중국의 바로 앞마당에서 한국정부는 중국과 대립각을 이루고 있는 미일 안보동맹의 선봉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이다.

현재 중국은 대내적으로 반부패운동 실천을 통해 시진핑 일인 정권강화에 성공하며 강한 정부와 국가를 표방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시진핑 정부가 정권 출범 초부터 일관되게 주장해 온 ‘중국의 꿈’을 상기해 보아야 한다. 대외적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형성은 시진핑 지도부가 간절히 원하는 중국의 꿈의 구체적 실현이자 결과이다. 중국은 과거 제국주의 열강들의 침략에 무력하게 당했던 지난 굴욕의 백 년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그 굴욕의 세월 한가운데에 일본이 있다. 가장 아픈 기억이다. 중국이 강대국의 위상을 확보하고 미국과 대등한 대국관계를 이루기 위해 가장 먼저 보여 주어야 할 것은 북한 핵에 대한 억지력이다.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성장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에 국제적 평화유지 역량을 더해야 한다. 결국  한반도의 평화유지를 명분으로 한미일 동맹에 단호히 반대하고 나아가 일본을 견제하고 미국을 아시아에서 축출하는 것이‘중국의 꿈’의 본말이다.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아베 정부의 군사대국화, 실리 없는 한국외교의 무원칙성은 빨리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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