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릴레이 기고 34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

왕조유 송탄고

행복의 노크를 받은 의자. 똑똑, 행복의 노크에 당신은 당황할 것이다. 게다가 불현 듯 찾아올 수 있기에 더욱 그럴 수 있겠다. 그러나 개의치 않고 덩그러니 놓여있는 의자에 제 주인인 행복을 앉혀 조금씩 채워 나가다 보면 어느새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눈물이 아닌 미소를 모든 이에게 선물해 주고 싶다

이 책에서 할링카가 공원에서 잿빛 하얀 조각상을 보고 마음을 빼앗긴 장면이 인상 깊었다.

어린 아이가 그 정도로 깊게 조각상에 감동을 느끼는 것이 조금 뜬금없다는 생각도 했지만 조각상 하나에 마음을 빼앗길 수 있는 순수하고 여린 아이라는 사실이 놀라웠고 돌에서도 예술적 영감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할링카가 대단해 보였다. 문득 어릴 때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을 보고 넋이 나가 계속 쳐다봤던 일이 기억이 났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새하얗지도 않고 시꺼멓게 때가 탄 눈사람을 몇 분이고 봤었다. 할링카의 조각상처럼 나는 눈사람에 새겨진 그 미소를 눈사람을 만든 사람 역시 지을 수 있기를 무심코 소망했던 것 같다.

친구가 없던 할링카가 비밀의 장소에 레나테를 데려가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장면이 나는 할링카가 처음으로 행복에 의자를 내어준 것이라 생각한다. 절대 보여주기 싫었던 비밀일기 속의 내용을 친구에게 들려주었다. 비록 인형의 입을 빌렸지만 ‘군인의 창녀’ ‘못난이’ 등 마음속의 거친 말들과 또 그 인형을 마구 때려준 행동을 그대로 친구에게 보여준 것이다.

이 장면에서 초등학교 시절 동네 친구들끼리 비밀 기지를 만들어 오후 늦게까지 놀았던 기억도 떠올랐다. 할링카가 자신만의 비밀장소를 만들었듯이 난 동네 친구들끼리 모여 허름한 재활용 박스 창고에 틀어박혀 놀았었다. 눅눅하고 냄새나는 곳이었지만 엄마한테 혼 난 후면 늘 혼자 몰래 그 곳을 찾아가 애꿎은 박스를 뜯으며 시간을 때웠다. 안식처, 그렇게 느꼈다.

요즘 아이들은 제대로 뛰어놀 시간도 공간도 없다. 할링카가 보육원에 갇혀있듯 현재의 아이들은 학원 학교 루트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분명 그들도 자기 자신 나름의 벽장, 재활용 창고를 찾고 싶을텐데. 눈사람과 조각상을 갖고 싶을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부디 잠깐이라도 자신들의 희망을 위해 시간을 내어 보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행복에 목말라 있는 당신들이 무심코 이 책을 선택했을 지도 모른다. 난 그들에게 그저 한마디를 말해주고 싶을 뿐이다.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어 주라고. 부디 행복해 지기를 바란다. 나도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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