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경 <송탄여중 교사>

▲ 김성경 <송탄여중 교사>
어린 시절, 유난히 물고기잡이를 좋아했던 나는 틈만 나면 개울로 향했다. 이런 나를 어머니는 늘 못마땅해 하셨고, 어쩔 수 없이 나는 몰래 집을 빠져나오기 위해 거짓말과 탈출(?)을 일삼았다.

한의사가 되기를 바라셨던 어머니는 이런 나를 두고보실 수 없었고, 숱한 설득과 매질로 나를 개조시키시려 안간힘을 쓰셨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의 뜻대로 변하지 않았고 그렇게 속 썩이는 못난 장남으로 초·중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난 민물고기를 먹지 않는다. 잡은 물고기는 놓아주고 오거나 함께 갔던 친구들의 몫이었다.

난 그저 물고기가 좋았다.

물고기의 생김새와 몸놀림, 서로 다른 색깔과 모양이 좋았다.

못보던 물고기라도 잡을라 치면 요리조리 살펴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난 단골 이발소 주인아저씨가 참 부러웠다.

그 이발소에는 당시에는 보기 드물던 어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물고기를 기르고 싶었다. 하지만 입밖에 말을 낼 수 없었다.

지금 우리집엔 작고 큰 어항이 6 개나 된다. 잡혀온 물고기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진위천에서 온 우리 민물고기가 살고 있다.

피라미, 줄종개, 미꾸리, 납지리, 각시붕어, 가는 돌고기, 점몰개, 밀어, 검정망둥, 모래무지, 배가시리, 돌마자, 다슬기 등. 떨어져 사시는 어머니께서 찾아오신 날, 없던 어항을 보시고는 “기어코 기르는구나.”하셨다.

얼마전 아들녀석의 교육에 대해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난 이런 말씀을 드렸다.

“어머니, 그 때 제게 물고기 도감이나 어항을 사주셨다면 저는 아마 어류학자나 수족관 가게 주인이 되어있을 지도 몰라요.”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걱정과 애정을 무시하거나 몰라서 드린 말씀이 아니다.

선생이 되어 아이들과 함께 하다보니 부모님의 자식 사랑이 무엇인지 가슴으로 느낀다. 또한 그 크신 사랑에 보답하지 못하고 있음을 뼈저리게 아파한다. 하지만 아이의 삶은 아이의 것이다.

사람은 인생의 대부분을 직업과 함께 한다. ‘사는 이유가 행복하기 위해서’라는 대전제에 동의한다면 직업 선택은 행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모들은 지나치게 현실에 얽매인 잣대로 아이들의 능력과 개성을 무시한 채, 그들의 꿈을 재단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런 현상을 아이를 통한 부모의 ‘대리만족’이라고 지적하는 것이 어색하거나 억울하지 않은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아이들이 살아갈 21세기의 삶에 대한 패러다임은 다르다.

땅에 떨어져 흙이 뒤범벅이 된 사탕을 침으로 닦아내고 다시 녹이며 달콤함에 흡족하던 우리 시대와는 다를 뿐 아니라 달라져야 한다.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등록된 직업이 2만2000여 가지에 이르고 있고 더 늘어가고 있다.

우리 부모들은 이 다양한 직업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반면에 아이들은 구체적인 직업을 설정하고 있는 경우가 해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들의 선택이 자신의 자질과 능력, 장래성은 뒤로 한 채, 겉으로 드러난 직업의 매력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고 계획과 실천 없이 막연한 꿈으로 자리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바로 여기서 부모와 교사를 비롯한 주변 어른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아이들의 선택을 점검해주고 계획과 실천에 함께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기에 마냥 두려워하거나 놓아둘 일이 아니다. 모르면 배우면 된다.

우선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대화이다. 아이들을 먼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업에 대한 정보는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알아보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일도 좋을 것이다. 막연한 걱정보다 행동이 필요한 때이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사회적 책무성을 심어주는 교육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겠다.

개울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친구들은 잡은 물고기를 나누느라 옥신각신하는 동안, 나는 개울에 다녀온 흔적을 없애느라 분주했다.

물론 어머니의 눈을 속인 적은 드물었지만...

<교단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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