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현장

한 생명이 살아간다는 것은 온 생명과의 연결된 관계로 가능한데 그것을 모르고 그저 나만 아니면 된다는 극도의 이기주의로 살아가는 것이 순수한 것인지요?

박정인
평택협동사회네트워크운영위원장

SNS 특히 페이스북을 하다보면 제가 직접 대면하지 못한 다양한 일들을 만나게 됩니다. 물론 그 일들 중에는 어쩜 이런 일도 있네, 이런 이야기도 있네 할 만한 일들이 있는가 하면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지 하는 이야기들도 많이 있습니다. 오늘 페이스북을 보다 한 페친(페이스북 친구)이 올린 글을 소개합니다.

요양보호사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11/12 민중총궐기에 다함께 가자고 연락을 하고 있다. 그랬더니, 나이가 지긋하신 우리 회원 선생님이 " 정치얘기 빼고, 순수하게 요양보호사 얘기만 하자" 고 전화가 왔다. 아 나는 이놈의 ‘순수한 조합활동’, ‘순수한 협회활동’, ‘순수한 문학 예술’. 이런 말이 제일 싫다! 공단에서도 권한이 없고, 시에도 권한이 없다는데 그럼 보건복지부에 올라가고, 경기도지사한테 쫒아가서 처우개선비 올려달라고!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하라고! 호봉제 도입하라고! 요구할 것인지, 저들이 순수하게 주는 대로, 시키는 대로 계속 할 건지 선택하라는 단체 문자들을 보냈다.

‘순수’하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순수한 사람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인가요? 한 생명이 살아간다는 것은 온 생명과의 연결된 관계로 가능한데 그것을 모르고 그저 나만 아니면 된다는 극도의 이기주의로 살아가는 것이 순수한 것인지요? 순수(純粹)의 뜻을 찾아보니 ‘1. 대상 그 자체에 전혀 이질적인 잡것의 섞임이 없음. 2. 마음속에 사사로운 욕심이나 불순한 생각이 없음. 3. 경제적 효용이나 응용(應用)을 배제하는 학문의 기초적이고 이론적인 부분’이라고 되어있네요. 아마도 위에서 ‘순수하게’라고 말씀하셨던 분은 2. 마음속에 사사로운 욕심이나 불순한 생각이 없음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것으로 짐작되는데, 그것은 우리 사회가 한 번도 온전한 자유를 가져보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합니다. 기실 온전한 자유는 둘째 치고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마저도 용인되지 않는 사회이니 오죽하겠나 싶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는 사상의 자유와 같이 수준 높은 자유까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경쟁시장의 원리 가운데 있는 자유조차도 논의될 수 없을 정도의 낮은 수준의 자유임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 또는 정부가 계속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거대한 자본으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최소한의 분배의 정의를 만들어가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헌데 지금 우리 정부는 어떤 모습입니까?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무너진 것은 바로 그 말도 안 되는 순수 타령, 빨갱이 타령, 좌파 타령, 진보 타령 때문 아닌지요?

우리나라에서 현역 국회의원들이 소속된 정당 가운데 진보정당이 어디 있습니까? 사회주의 국가도 아닌, 사회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민주주의를 선택한 북유럽국가들을 기준으로 보면 민주당은 우파, 정의당은 중도파 정도 되지 않나요?

이 혼란의 와중에도 여전히 자신의 이익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정치문제를 이야기하면 순수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국민이, 시민이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면, 참여하지 않는다면 개인의 욕심에 짓밟히게 될 뿐입니다. 위의 페북 글에 이렇게 댓글을 달았습니다.

정치만큼 순수한 게 어디 있나? 밥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 그러니 가장 순수하게 정치투쟁하자.

개인의 이익을 넘어 모두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즐거움을 넘어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

온 시민이, 온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평화~



※외부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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