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철 송탄장로교회 목사

[평택시민신문] 나는 40대 중반까지 일주일에 5일을 하루 평균 5리 이상을 달리며 건강을 일구었다.

이제 50을 목전에 두면서 뜀 보다 걷는 쪽으로 바뀐다.

기를 쓰고 달리려 하지만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 현실을 실감한다.

 

내 아이들과 함께 평택의 아름다운 ‘섶 길’을 걸었다.

총 11개 코스 중, 현덕면을 걷는 4코스 ‘명상 길’ 4킬로미터와 5코스 11킬로미터의 ‘비단길’을 걸었다.

평택 호수를 끼고 야트막한 산을 넘어 너른 들판을 걸으며 ‘길’을 생각했다.

 

인생을 '도상(途上)의 실존'이라 말한다.

모태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순간부터 죽어 다른 세상으로 옮겨가는 순간까지 ‘인생이라는 길’을 걸으며 그 길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오늘 섶 길 위에 나의 아이들이 있고 저 아이들에게 나는 아버지로 있다.

시끄럽게 재잘거리며 걷는 아이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섶 길 위가 아닌 집 안에 있었다면

저 아이들로 인한 소란스러움은 행복이 아닌 고통이었을 것이다.

 

아! 길이 좋다.

나약(懦弱)의 장소에 정주(定住)하지 않고 더 좋음을 향해 걸음이 행복하다.

그리고 나의 아이들과 함께 걸음이 더 좋다.

오늘 아버지의 뒤를 따라 힘겹게 걷는 저 어린 것들이

언제가 홀로 서야 할 때가 오면 욕망에 잡히지 않고, 걷기를 바란다.

아버지가 그리했듯, 젊은 때는 건강을 일구기 위해 뛰고

늙어가면서는 걸으며 그 속에서 인생 도상을 건강하게 일구어 가기를 바란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