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걸로타리아카데미 교수

소사벌 들녘에 황금물결이 사라지고 화려한 단풍이 퇴색되어 스산한 늦가을 바람에 서걱거리는 낙엽이 뒹굴면  '가을을 탄다'는 말을 나누며 어깨를 툭툭 다독여주는 착한 친구들이 모여 이번엔 김장봉사 할까? 연탄봉사를 할까? 어깨 너머 빈곤으로 움츠러든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하며 함께 고민하는 것을 본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봉사가 미덕인 시대가 아니고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따라서 하게하며 더 나아가 타인의 손도 함께 할 수 있도록 봉사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권면해야 한다고 2년 전 평택시민신문 기고문에서 제언한바 있다. 이전의 봉사개념이나 봉사의 사전적 해석을 한다면 자기가 아닌 타인에게 자기희생을 감수하고 베푸는 것이었지만 현 세대의 봉사는 자기개발, 자아실현을 위한 것으로 봉사를 통한 성취감, 만족감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화되었다.

인간의 속성은 의지적 존재로 선택의 자유와 그에 따른 책임을 수반하고 있는데, 봉사란 내가 주체의 입장에서 스스로의 의지로 상대에게 필요한 것(정신적 ,물질적 )을 주는 긍정적 (마약이 필요하다 해서 마약을 주는 것은 긍정적 행위가 아니다) 행위를 말한다. 반대로 받는다는 것은 주는 것(giving)을 상대의 의지로 받는다(receiving)는 것과 받은 것에 대한 반사적 작용으로 주는 것을 내가 받는다 (taking)는 복합적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서 이것이 준자에게는 보상적 의미로 돌아오는 것이다. 즉 주는 것이 원인으로 '주고받음의 작용'이 이뤄지는 것, 씨를 뿌려야 수확하듯 받기 위해서는 먼저 주어야 하는 것이 선행되는 것이 봉사의 원리다.

인간을 제외한 자연 생태계의 상생의 원리인 주고받음은 단순한 먹이와 번식의 차원이지만 인간관계의 주고받음은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모든 가치가 주고받음의 대상이 되어 인간성의 원리로 확장된다. 인간은 의지적 존재로서 반드시 주는 자가 사랑과 진정을 담아주어야 받는 자도 감사와 기쁨으로 받을 수 있고 더 나아가서 받은 자의 반사적 작용으로 주는 자도 비로소 기쁨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생활의 반복으로 기쁨과 행복이 쌓이고 이것이 바로 풍요로운 인간성을 회복하는 자아실현인 것이다.

물론 누구나 이러한 동기를 의식하고 봉사하는 것도 아니고 항상 그런 동기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지만 봉사의 지속성과 만족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주는 자와 받는 자가 수직적 관계가 아니고 상호 보완적으로 대등한 수평적 관계라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재능과 재물, 시간을 나누어 도움을 줌으로써 도움을 받는 자의 삶과 영혼 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인생과 영혼도 부유하게 만든다는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봉사다. 그 봉사는 자기 자신의 미래에 대한 보험이라고도 한다.

예로부터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다는 말처럼  제도권의  힘만 가지고는 완전한 복지는 이룰 수 없다. 평택시에는 무한돌봄센터도 있고 평택복지재단, 평택시사회복지협의회도 있어 나눔문화축제을 통해 시민의 나눔인식 개선의 계기를 마련하고  평택나눔 컨퍼런스를 통해 나눔문화 확산을 위한 공공과 시민의 역할, 공공영역의 시책을 공유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좀더 비중있는 NGO 단체와 좀더 긴밀한 네트워크를 통해 거버넌스를 구축하여야 나눔의 폭이 커지고 효율적인 공공 영역이 확장될 것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 학위를 받을 필요도 없고, 주어와 동사를 일치시킬 필요도 없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상대성이론이나 열역학 제2법칙을 알 필요도 없고 오직 사랑에 의해서 생기는 빛나는 마음과 영혼만 필요하다”고 했다. 최단시간에 부자가 된 저커버그는 딸 출산 기념으로 “딸과 모든 어린이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길 원한다.”고 어마 무시한 자신의 재산 95%를 기부하기로  했다. 우리는 저커버그 처럼 통 큰 기부는 할 수 없지만 겨울철 난방을 위한 전기요금에서 한전의 누진요금 감면 받듯, 올해 봉사의 계절에는 어려운 이웃에게 겨울철 난방을 위한 연탄 한 장으로 따뜻하게 마음을 나누는 일부터 실천해보자.

※이 기고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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