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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 퇴역하는 평택함 활용 지혜 모아야 
평택함은 1968년 2월 영국 부룩마린사에서 건조하여 1972년 미군함으로 취역하여 1996년 3월 퇴역한 함정이다. 이 배는 1997년 2월 한국 해군이 인수 1997년 4월 1일 해군 5전단 55전대 소속의 구조함으로 지난 20여년간 침몰 선박 인양과 좌초 선박 이초, 대양예인 과 대함정 소화, 그리고 항만 및 주요 수로상 장애물 제거 임무를 해온 구조전문 군함이다.
1997년 평택함 명명과 함께 다양한 구조 활동에 참여했고 지난 2016년 4월 세월호 참사때도 해난 구조에 참여했다. 평택함은 우리 고장 “평택”이라는 이름을 달고 바다를 누비며 해난 구조와 관련한 다양한 역정을 이겨내며 활동해왔다. 평택함은 명명이후 지역사회의 무관심으로 평택지역과 교류가 거의 없다가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자매결연에 애정을 가진 평택시민신문과 해군출신 평택시청 공직자, 평택함 사랑모임 등이 나서서 활발한 위문 활동을 해왔고 늦어지긴 했지만 2016년 7월 정식으로 평택시와 자매결연도 맺었다.
2016년 12월 퇴역 예정인 평택함 함은 한국 해군이 미군에게서 퇴역군함을 마지막으로 인수 활용한 함정이기도 하다. 이제 평택지역 사회 차원에서 향후 평택함을 활용해서 지역정체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할 시점이다.

 

수도권에서 휴일에 많이 찾는 대명항내 〈김포함상공원〉
서해안 다른 도시들은 퇴역 군함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여 방문객에게 지역을 널리 알리며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대명항에 위치한 〈김포함상공원〉은 52년간 바다를 지켜오다 2006년 12월 퇴역한 상륙함인 〈운봉함〉를 활용하고 있다. 운봉함은 1944년 미국서 건조됐고 2차 대전중 프랑스 남부 상륙작전과 45년 미군의 오키나와 상륙때 참가한 배로 1955년 한국해군이 인수했다. 이 배는 1966년 월남전에도 참전했던 군함이다.
<김포함상공원>은 실내에 <운봉함> 소개 코너, 상륙전과 군함 소개, 선실재현과 갑판생활 체험, 영상관, 한국전쟁 홍보관 등으로 구성돼있고, 야외무대, 분수대, 이벤트 광장 등을 갖추고 있다. 김포시는 서해 휴전선과 가깝고 해병대 등이 장기간 주둔하고 있는 장소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김포함상공원>은 서울과 인천, 수도권 지역 사람들이 많이 찾는 대명항에 위치해 있고 인근 해안을 따라 덕포진, 덕포진 교육박물관, 덕포진 전시관도 둘러볼 수 있다.

 

군산근대문화도시 사업과 연계한 〈진포해양테마공원〉
군산 내항에 위치한 <진포해양테마공원>은 고려말 왜구의 침략을 격퇴하기 위해 화약을 개발한 1380년 최무선 장군의 “진포대첩”이 있었던 역사의 현장에 세워져있다. 진포대첩은 세계해전사에서 처음으로 화포를 사용한 전투였다고 한다. 여기에는 퇴역군함인 <위봉함>이 전시 활용되고 있다. <위봉함>은 1945년 미국서 건조돼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상륙용 군함으로 1959년 한국군이 미군서 인수해 1965년 월남전에 참전했으며 김포 <운봉함>과 같이 2006년 12월 퇴역했다. 실내에는 세계 해전사와 전쟁유물 전시관, 최무선과 화포이야기, 병영생활 체험관등이 있으며 실외에는 수륙양용 장갑차와 전차, 8인치 자주포 등 다양한 군사무기 등도 전시 활용되고 있다. <진포해양테마공원>은 진포대첩의 장소정체성을 활용했고 특히 바로 옆에서 과거 무역항으로 해상물류 유통의 중심지였던 옛 군산의 모습과 전국 최대의 근대문화자원을 연계 전시해 연중 수많은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옆에 위치하고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당진 삽교함상공원〉
당진 삽교방조제 부근에 위치한 삽교함상공원·퇴역군함 2대를 활용하고 있다. <화산함>은 1945년 미국서 건조됐고 한국전쟁 등에 참여했으며 1958년 한국 해군에 인도된 후 월남전 등에 참전했고 1999년까지 해상활동을 하다가 퇴역했다. 4,000톤급으로 상륙작전과 수송임무를 주로 하는 함정이다. 현재 실내는 한국 해군과 해병대의 역사관 등 주제별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바로 옆의 <전주함>은 3,500톤급으로 1944년 미국에서 건조해 37년간 미해군 태평양함대 사령부 예속 함정으로 작전을 수행하다가 1981년 한국해군에 인도돼 1999년 퇴역했다. 실내는 전시관, 입체영상관, 기념품점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삽교함상공원>은 충청남도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 나선 사례로 적절한 친수공간을 확보하고 “삽교호 관광지”와도 연계돼있으며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접근성도 뛰어나 연중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평택함 활용 통한 평택시 장소마케팅 전략 필요
평택함은 올해말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간직한 채 고단한 역사를 마감하고 퇴역한다.  12월 퇴역식에는 평택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평택함의 마지막을 함께하면 좋을 것이다. “장소마케팅“이란 물리적 공간이나 시설물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혼과 정신이 담긴 곳으로 만들어나감으로써 지역의 장소성과 정체성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서구에서는 1970년대 이후 지역경제의 쇠퇴에 따라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장소마케팅’전략이다. 장소마케팅의 유형에는 지역재개발에 힘쓰는 지역경제 추구형, 문화관광이나 문화산업 육성을 통해 지역정체성 제고에 힘쓰는 문화적 장소마케팅, 주민화합 프로그램을 통한 지역통합형 장소마케팅 등이 있다. 한국사회에서도 지방자치제 실시와 함께 90년대 후반부터 다양한 축제등을 통해 지역을 알리고, 지역산물 판매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찾고 싶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향후 평택함도 장소마케팅적 측면에서 평택의 도시이미지를 강화하는 좋은 기회가 될수 있을 것이다. 앞서 김포, 군산, 당진뿐 아니라 이미 강릉, 창원, 고성 등이 퇴역 군함을 활용해서 도시의 장소성을 높이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평택의 해양 장소정체성과 평택함
평택함도 지역과 관련해서 몇가지 장소정체성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첫째, 평택은 대한민국의 4대 국가항구인 평택항이 위치해 있으며 해군 2함대도 주둔하고 있다. 향후 평택의 미래는 항만의 발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민들에게 해양의 중요성을 알리려는 노력의 하나로  평택함은 의미있는 장소자산일수 있다. 둘째, 평택은 이미 육해공을 아우르는 대한민국의 후방 주요 군사기지가 주둔해있는 곳으로 군사문화 유산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평택함은 보전여하에 따라 후대에 물려줄수 있는 귀중한 군사문화유산이다. 셋째, 평택은 해양과 관련한 역사인물과도 인연이 깊다. 평택은 원효 대사의 오도성지이자, 의상대사가 당나라로 유학을 떠난 곳이며, 혜초 스님께서 인도로 가는 대장정을 시작한 곳이다. 또한 평택은 조선시대 을묘왜변때 전남 달랑포에서 왜구와 싸우다가 순국한 충의공 한온장군, 손죽도 해전에서 장렬한게 전사한 충렬공 이대원 장군, 임진왜란때 이순신 장군과 함께 초기 옥포, 한산도 해전 등에서 활약한 원릉군 원균장군과 두 장군의 막하 장수로 활약하다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방덕룡 장군 등의 고향이다.

 

평택함 활용 현실화를 위한 몇 가지 실용적 검토도 있어야
평택함 활용의 현실화 관련해서 몇가지 검토도 필요하다. 우선 평택함 활용 관련해서 구조함으로 2014년 세월호 참사 등 수많은 해난 안전 사고 현장에 함께 했던 배인 만큼,  시민 청소년 안전교육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겠다. 현재 김포, 군산, 당진 사례는 단순 전시나 체험에 치중하는 측면이 강한데 평택함 자체를 시민과 청소년 교육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 단순 군사장비 전시 방식은 일회성 방문에 그칠수 있는 단점이 있는 만큼 안전 교육을 중심으로 상시 방문과 교육이 가능한 컨텐츠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둘째, 평택함에서 함께 했던 해군 장병들의 수많은 이야기도 모아서 전시와 교육자료로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 공간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중요하다. 평택함과 관련 자료의 수집 작업이 병행되지 않으면 전시 자체가 빈약해서 방문관람객이 흥미를 느끼기 어렵다. 셋째, 명분은 좋으나 인수 후에 애물단지가 되지 않도록 운영유지 재원 마련 대책, 경제성 분석, 입지 타당성 분석 등에 대한 충분하고 차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민관이 참여하여 장기 계획을 가지고 하나하나 준비하면서 만들어가는 진행형 퇴역군함 활용의 첫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나가면 좋겠다.

 

황우갑 (평택시민아카데미 회장/ 평택함 사랑모임 공동대표)

※ 이 기고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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