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우 (사)평택사회경제발전소 이사장

2012년 이후 중단되었던 평택 오산 미 공군기지의 에어쇼가 올 가을에 다시 개최된다고 한다. 이번 주말에는 에어쇼를 관람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고통은 생각하지 못한 채 주차난과 삼엄한 절차, 4km 이상을 걷는 수고와 한낮 더위를 참으며 미군기지를 방문할 것이다. 평택시는 에어쇼를 관광 축제로 여기는지 2000만원의 시민세금을 들여 주차장 확보 등 편의제공에 나서고, 8000여 만원의 시세금으로 에어쇼 기념 한미평화음악회를 초등학교 운동장을 빌려 연다고도 한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에어쇼 관람을 위해 미군기지를 방문하여 전투기들의 곡예비행에 환호하고, 각종 전시된 전쟁살상무기에 탐복하는 사이에 수많은 평택시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슬픈 현실이 펼쳐진다.

에어쇼가 열리는 평택 오산 미 공군기지(K-55)는 65여 년 동안 굉음과 진동으로 주민들을 괴롭혀왔다. 평택시 인구의 15%에 달하는 2만6400여 세대가 미군 항공기로 인해 극심한 소음피해를 입고 있으며, 소음피해가 심각한 서탄면, 진위면 일대 주민들의 경우 큰 소리로 말을 주고받아야 대화가 가능하고, 전화 통화도 불가능한 삶이 이어지고 있다.

미군기지 인근 주민들은 “비행기가 바로 머리 위에서 떠다녀요. 선회할 때는 그 소리가 대단해. 시끄러운 정도가 아니지. 심장까지 떨리는데... 그것 때문에 여기는 소 키우는 곳이 하나도 없어. 소음 때문에 다 유산하니까”라며 하소연한다.

또한 주민들은 미군기지에서 에어쇼를 준비하면서 평소보다 2~3배 많은 전투기가 운행되는 탓에 소음이 더 심해져 살 수가 없다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에어쇼를 한 번 하고 나면 마을 창문이 들썩들썩할 정도로 시끄럽고, 애들은 비행기 소리만 들어도 자지러지게 울어서 못살겠다고 우리는 평택시민이 아니냐며 울분을 표출하고 있다.

그동안 열렸던 에어쇼 소음측정결과들을 봐도 에어쇼에서는 평상시보다 비행기 출격 회수는 배, 소음도는 30%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에어쇼 기간 중에는 소음이 평상시보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 평상시에도 비행기 소음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에어쇼는 고통의 쇼이자, 주민들의 삶을 우롱하는 쇼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4년만에 다시 열리는 오산 미 공군기지의 에어쇼가 평택시민들에게는 심각한 안전상의 문제와 소음공해라는 해악을 주고 있는데, 이런 행사를 관광 축제처럼 여기는 일부 시민들의 그릇된 인식과 에어쇼 지원과 홍보에 나서고 있는 평택시의 태도는 공동체를 생각한다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무릇 축제는 모든 사람들이 즐기고 삶을 영위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을 배가 시키는 행사를 축제로 여기고 즐길 수는 없는 것이다. 함께 사는 행복한 지역공동체를 생각한다면 미군기지 소음피해로 오늘도 고통을 받고 있는 이웃의 아픔에 손을 내밀고, 함께 대책을 세워 나가는 것이 좋은 공동체의 모습일 것이다.

일부사람들은 몇만명이 모이고 외부 사람들도 많이 평택을 방문하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에어쇼는 지역경제에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군기지내에서 에어쇼를 관람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인내와 피곤함을 견뎌야 하는 일이다. 하물며 상권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입출입이 이루어지는 피곤한 행사를 구경한 뒤 지역에서 여유롭게 관광을 할 사람이 몇이나 될 수 있을까?

특히 올해 에어쇼는 검문검색이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IS가 테러 대상으로 평택 오산 미 공군지를 지목했다는 국가정보원의 발표 이후 경찰들이 평상시에도 미군기지 주변을 밤샘 지키고 있는데, 이런 위험한 테러 대상 기지에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 에어쇼를 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안전을 볼모로 한 무책임한 미군기지 행사를 위해 경찰 수백명이 주말내내 동원되고, 소방서와 유관 기관들은 만일의 사고와 위험을 대비해 비상대기 해야 하는 에어쇼는 시민안전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열려서는 안돼는 행사이다. 더욱이 오산 미 공군기지는 생화학무기인 탄저균 실험을 오랜기간 진행한 곳으로 아직도 의혹이 해소되고 있지 않으며, 안전성도 담보가 되지 않는 곳이다.

그리고 전투기들과 첨단살상무기들이 참여하는 에어쇼는 살상과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전투기와 살상무기를 미화하고 홍보하는 장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평화와 인류애를 느끼게 하고 싶다면 에어쇼에 오기 보다는 자연속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하루를 보내는 것이 더 좋은 교육이며 부모의 역할일 것이다.

굳이 에어쇼를 하지 않아도 미국 공군이 얼마나 막강한지 다 알고 있는 마당에 소음고통과 시민안전 위험을 감수하면서 에어쇼를 열 이유는 없으며, 이런 행사를 평택시가 지원하고 홍보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지금도 오산 미 공군기지는 주민들이 항의하고 있는 주택 저공비행, 불필요한 엔진테스트, 심야 훈련 등의 항공기 소음문제에는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평택시는 주민들의 피해가 발생하는데도 이에 대한 피해대책 마련은 소홀히 한 채 막대한 시민혈세를 들여 에어쇼를 지원하고, 에어쇼 기념 한미평화음악회를 개최하려 하고 있다.

제정신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민의 고통이 ‘쇼’ 가 될 수는 없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쇼’가 될 수가 없다. 평화는 ‘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과 아픔을 연민하고 어루만지면서 시작되는 것이다. 오산 미 공군기지는 에어쇼를 취소하고, 주민들의 소음고통에 대해 개선책을 제시하라! ‘그리고 평택시는 지역주민의 고통과 아픔은 외면한 채 정치적 이벤트에만 앞장서는 것을 중단하라!’ 소음피해 우려 등으로 ‘수원 군 공항 평택 이전’에는 강력 반대하면서 미군기지 소음문제와 고통을 배가하는 에어쇼에는 관대하다면 누가 평택시를 신뢰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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