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다음 세대에 오늘을 전하는 기억의 저장고”

<편집자 주> 평택시가 평택박물관 건립 타당성 조사 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1일 시민공청회를 개최하였다. 공청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박물관의 방향과 구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평택시민신문>은 시민들의 숙원사업이자 평택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박물관 건립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돕고자 서울시역사박물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등 해당지역 주민은 물론 여행객들에게도 사랑받는 6개 박물관을 방문해 전시관 구성과 운영방안에 대해 기획취재를 진행하여 7회에 걸쳐 연재 한다.

<글 싣는 순서>
①원주 고판화박물관
②군산근대역사박물관
③서울역사박물관
④음성 철박물관
⑤지붕 없는 박물관 영월군
⑥수원박물관
⑦시민에게 외면 받는 박물관, 무엇이 문제인가?

연 150만 관람객, 도시정체성의 보루로 자리매김 노력의 결과
“인기에 영합한 번쩍거리는 아이템은 지자체 공공성 훼손”
실수나 실패사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중요’
“평택박물관이 평택에 대한 호기심·이해·사랑을 불어 넣을 수 있는
 평택시 정체성의 보루가 되기를 기대해”

1. 3대가 함께 박물관을 찾아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경희궁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서울역사박물관은 2002년 5월 개관한 시립박물관으로 1993년 12월 15일 '서울특별시립박물관'이란 이름으로 착공하여 1997년 12월 31일 준공하였다.

전체 부지 7434㎡에 연면적 2만130㎡의 3층 규모로 지어진 서울역사박물관은 전시실과 시청각실·강당·휴게실·뮤지엄 샵·물품보관소·카페테리아 등의 시설과 관련연구시설·사무실을 갖추고 있다. 1층에는 기획전시실과 기증유물전시실, 뮤지엄 샵 등이 있으며, 3층에는 옛 서울과 서울사람들의 생활, 문화, 서울의 발달 등 서울을 4개의 주제로 나눠 구분 전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옛 도구를 조작해볼 수 있는 체험공간과 영상을 통한 정보제공, 과거 역사 속 서울의 모습을 재연한 미니어처 등의 볼거리가 가득해 서울시민과 서울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서울의 문화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문화공간이다.

2. 서울을 담은 기획전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기획전시실은 서울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을 1년에 5~6회정도 기획·개발하여 방문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현재는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과 함께 서울반세기종합전 ‘세상을 찍어내는 인현동 인쇄골목’을 오는 10월 23일까지 전시한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인현동은 2015년 기준 3651개의 인쇄관련 업체가 집중돼 있어 기획부터 후가공까지 인쇄의 모든 공정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인쇄골목이다. 기획전은 인현동 인쇄골목의 형성과 변화, 특징을 잘 볼 수 있도록 ‘1부 인쇄하면 왜 인현동 인쇄골목인가?’, ‘2부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처럼 이어진 골목’, ‘3부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기’, ‘4부 기로에선 인현동 인쇄골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3. 박물관을 방문한 어린이들에게 제공하는 전시해설 서비스

서울시역사박물관의 강점으로는 인근 광화문 일대에 역사유적과 박물관․미술관 등이 밀집해 있어 많은 볼거리와 이야기 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한양도성박물관 등의 분관과 연계한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기획 전시 등을 통해 역사문화 연구와 학습 허브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우수한 입지조건 등을 꼽을 수 있다.

4. 서울도시모형영상관(서울을 1/1500으로 축소한 조형물)
5. 1960년대 성장의 그늘(열악한 근로공간 재현)

다음은 서울시역사박물관의 상설 및 기획전시를 담당하고 있는 박상빈 전시과장과 유물의 수집과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한은희 유물관리과장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시민들과 서울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요인은?

2002년 개관한 서울시역사박물관은 연륜이 얼마 되지 않은 신생 박물관이다. 하지만 2015년도 이용객이 본관과 분관을 합하여 150만명에 달하고, 5개의 분관(청계천박물관, 한양도성박물관, 동대문역사관, 경교장, 백인제가옥)을 거느린 규모 있는 박물관으로 성장하였다.

아마도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입지적 조건일 것이다. 하지만 입지가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서울시역사박물관은 그 동안 ‘서울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도시정체성의 보루’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꾸준히 한길을 걸어왔다. 2015년도 통계를 보면, 경희궁·가리봉 오거리 등 서울의 정체성을 담은 다양한 대형 기획전(8회) 개최하였고,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인현동 인쇄골목, 후암동) 등 서울학에 대한 지식 기반 축적을 위한 15건의 조사를 수행하였으며, ‘서울유산’ 수집을 위한 제도 개선 및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였다. 그리고 교육프로그램도 45개 1400여 회 실시하였으며, 수준 높은 우리 동네 음악회·배리어프리 영화제 등 각종 문화행사도 72회 개최하였다.

또한, 독일 오틸리엔수도원·덴마크 오덴세박물관·코넬대 등 해외박물관과의 네트워크도 꾸준히 확장·강화하고 있다. 분관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청계천박물관을 리모델링하여 재개관하였고, 현재 한양도성박물관의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으며 새롭게 북촌이 입지한 역사가옥인 백인제가옥도 개관하였다. 82명 직원이 이룬 이러한 노력과 성과는 박물관이 150만 이용객의 사랑을 받게 된 밑거름이라고 생각한다.

넓은 광장은 1년 내내 개방되어 시민 쉼터로 이용되며, 서울시 내 한복판이라 접근성이 좋아 학술행사도 많이 열리고 시민참여도도 높다. 매분기 전시내용 안내용 홍보잡지(SEMA)도 수준이 높은 편이라 전국에 홍보하고 있다.

좋은 유물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서울역사박물관의 유물 수집 방향으로는 수집 범위의 확대, 수집 방법의 다변화, 대표 컬렉션 구축 등이 있다. 유형의 문화재를 수집하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탈피하여 역사적 가치를 지닌 유·무형의 자료 및 향후 문화유산이 될 가능성이 높은 최근 자료까지 수집 자료의 개념과 범위를 확대하였다. 공개구입과 무상기증에 치중한 수집에서 벗어나 경매구입, 현지구입, 유상기증을 강화하여 능동적인 유물 수집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이라는 장소성에 기반한 대표 유물의 집중 수집으로 타박물관과 차별화된 컬렉션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지향하는 목표는?

서울역사박물관이 내세우는 박물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는 ‘서울에 대한 호기심, 이해, 사랑을 불어 넣는 서울역사박물관’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박물관에서는 서울을 알고 사랑하게 하는 시민의 교육장, 학제적 서울연구의 지식정보 허브, 다음 세대에 오늘을 전하는 기억의 저장고, 서울의 개성과 매력을 알리는 관광거점, 시정에 역사지평을 제공하는 정책 인프라 제공 등 하위 추진 과제를 가지고 ‘서울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도시정체성의 보루’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

우리 박물관은 이러한 과제들이 착실히 수행될 때,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는 ‘늘 살아 숨 쉬는 수월성(秀越性)을 갖춘 박물관으로의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 기획전시실 ‘인현동 인쇄골목’
7. 조선시대 광화문 앞 임금 행차 모습

박물관 건립을 준비하고 있는 평택시에 조언을 한다면?

서울역사박물관과 평택시가 건립하고자 하는 박물관은 처한 입지, 대상 관람객, 비전 등이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건립단계에서 꼭 검토되어야할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우수․실패 사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실패사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주시길 바란다. 간혹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박물관 건립관련 회의에 가보면, 대부분 성공사례 혹은 지향하는 박물관에 대한 나열이 길고, 귀감으로 삼아야할 실패 사례는 짧은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대부분 ‘정체성을 어떻게 하면 확보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하면 관광자원화 할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다루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개관 후 하루에 100명도 안 오는 박물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실패사례에 대한 분명한 성찰과 정체성(특히 왜 지어져야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다른 박물관들이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성공의 첫 출발이 될 수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인기에 영합한 번쩍거리는 아이템은 관람객을 모을 수는 있지만, 지자체박물관이 추구해야할 공공성을 포기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건립하고자하는 평택시립박물관이 ‘평택시에 대한 호기심, 이해, 사랑을 불어 넣을 수 있는 평택시 정체성의 보루’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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