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여행기

박혜옥 (62)

팽성읍 송화리

남편의 교직생활 40년, 정년퇴임을 하고 남편에게 다가올 빈둥지의 공허함과 일상의 회복을 위해 2016. 3. 9. 미국 LA, 딸네 집에 3개월 예정으로 휴가를 떠났다.

미국 LA는 한국과 다른 아열대 기후로 벚꽃은 이미 지고 장미와 튤립, 등나무 등이 저마다의 멋과 향기를 뽐내고 있었다. 그곳에서 한 달 정도를 손주들과 잘 지내다가 4월 11일 중미에 있는 코스타리카로  5박6일 남편과 같이 여행을 했다.

20명의 한국인 및 미국에 이민을 와서 터전을 잡고 있는 한국인들이 일행이 되어 생사고락을 같이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한 나라지만 화산, 커피, 축구의 나라라는 이미지로 고정된 코스타리카행 비행기를 LA공항에서 탔다. 6시간 만에 내린 후안 산타마리아 공항의 첫 느낌은 4월의 더운 열대지방의 날씨와 높은 습도였다. 북위 8도에 위치한 이 나라는 파나마 운하로 유명한 파나마의 북쪽에 접해 있고 중미에서는 가장 잘 사는 나라라고 했다.

 

볼칸 아레나화산 및 바다같은 호수. 맑은 공기에 저절로 미소가…

한국인 데이빗 송 가이드의 안내로 시작된 여행
3423M의 Irazu 화산. 세계 최고 높이의 휴화산인데 엄청난 규모의 분화구와 화산재로 이루어진 대평원은 장관이었다. 30분쯤 걷다보니 고산증으로 머리가 아팠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서 본 코스타리카의 자연은 그대로가 화보였다. 무공해 하늘에는 바다도 산도 새도 꽃들도 지상의 모든 것들의 모양으로 구름들이 저무는 노을과 함께 어우러져 카메라의 앵글을 계속 맞추게 했다.

두번째로 본 화산은 백두산 정도의 높이인 볼칸 아레나 화산. 차에서 내리자 짙은 유황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분화구를 보고 감탄하는 사이 유황 안개로 순식간에 뒤덥혀 불과 10여분 만에 지나간 영상은 마치 구약성경에 기록된 홍해가 갈라지는 역사의 현장을 본 듯 했다.활화산 중 세계 최대의 아레나화산. 구름이 걸려있는 정상에는 흰 연기가 오르고 1년에 맑고 청명한 정상을 볼 수 있는 날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갔을 때는 정상이 너무나 잘 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레나산 아래 화산호수!  배를 타고 1시간 남짓 돌았는데 차라리 바다라 하는 것이 어울릴 만큼 넓고 물이 맑았다. 구름 한 점 없는 산 정상을 배경으로 뱃머리는 포토존으로 아주 훌륭했다. 덕분에 일행들은  분위기 좋은 사진을 많이 찍었다.

따바꼰 노천온천
정말 세계 최고의 온천이라 자신있게 권할 수 있다. 화산 정상에서부터 계곡을 따라 온천수가 굽이굽이 흘러 내리는 노천온천. 미국의 사업가가 100년간 코스타리카 정부로부터 임대하여 각종 시설을 잘 꾸며 놓았단다. 열대의 숲과 계곡에 잘 꾸며진 노천온천. 군데 군데 찬물도 나올 수 있고 계곡 전체가 온천이어서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심신의  피로를 씻는다. 우리 일행도 처음 경험하는 온천에서 마음껏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사진도 찍고 했다. 온천인데 모두 수영복을 입고 온천욕을 하는 점이 우리 나라와 다른 풍경이다. 따뜻하고 매끄러운 물이 여행자의 여독과 외로움을 말끔히 씻게 했다.

어둠이 내리자 조명으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호텔 안 레스토랑은 숯불 파티였다. 쇠고기스테이크, 닭고기, 돼지고기, 옥수수, 감자, 바나나를 구웠고 신선한 샐러드와 과일, 잔이 넘치게 부어주는 즉석 파인애플 주스는 별이 여섯개인 황제의 식탁이었다.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오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스타리카 커피
인간의 미각과 후각을 감동시키는 맛과 향이 온 나라에 가득차 있다. 언제 어디서나 즐길수 있는 이 나라의 자존심! 이웃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커피나무를 오랜 기간동안 수확하지만 이 나라는 법적으로 10년 수확 후에는 커피나무를 베고 다시 심는다고 한다.

체리만한 과육은 달착지근하고 납작한 보리쌀 모양의 통통한 원두가 두개씩 들어있다. 잘 건조한 후 로스팅하는데 과육채로 숙성 건조한 커피는 가격이 두 배라고 한다. 이 커피들이 이 나라 수출품 1위라고 한다. 아라비카 커피! 커피나무 장작구이 통닭을 먹었는데 커피의 향과 맛은 느끼지 못했지만 분위기는 기대치 이상이었다.

국립공원 트래킹
수천만년 전의 정글 체험이었다. 이름모를 아름드리 나무 숲! 자연 그대로의 질서있는 숲길, 도마뱀과 이구아나도 사람들과 함께 걷고 멀리 도망치지도 않았다. 나의 약함과 창조주의 능력에 감사와 신뢰의 고백을 했다.

악어 사파리 투어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밀림 속의 강에서 출발한 휘 잠시 보트를 세우고 5분간 새소리, 물소리, 자연의 소리를 들었다. 이미 나의 영혼은 이곳과 동화되어 처음으로 나 혼자만의 존재를 공감케했다.

Zarcero 나무공원
미국의 한 청년이 이곳에 관광차 왔다가 자연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코스타리카 정부로부터 100년간 임대조건으로 개발했다고 한다. 50년된 고사리나무 등 나무마다 공생하는 난꽃들, 1, 2, 3 폭포의 시원함과 웅장함,각종 동물과 곤충과 식물들이 함께 숨쉬며 우리를 반겼다.

관광 식사 중 이곳의 닭요리는 일품이었다. 이 나라의 음식은 향신료를 많이 쓰지 않는다고 한다. 팥을 삶은 앙금같은 소스에 콘칩을 찍어먹고 목장에서 갓 짜낸 시원한 우유, 돼지고기, 닭고기, 각종야채. 특히 먹을 수 없는 바나나를 구워낸 쁘라따노, 풍성한 열대 과일, 여행할 때마다 음식으로 어려웠는데 편하게 즐겁게 식사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또 하나의 자랑은 축구
월드컵 자력. 8강 진출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작은 마을을 지날때마다 보이는 성글게 심어진 잔디밭과 축구골대, 허술해 보이는 시설이지만 열정적으로 축구를 즐긴다고 한다. 공항에서 손자에게 줄 선물로 축구 유니폼 T셔츠를 샀는데 한 장에 60 달러였다. 50달러는 이 나라의 축구에 대한 자부심에 대한 로열티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5박6일의 길지 않은 여정이었으나 20명의 일행과 함께 배려와 섬김으로 함께한 시간은 현재 나의 삶 속에서 잊지못할  고운 추억이 되어 더욱 행복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같이 여행한 일행 중에 남편의 초등학교 1년 후배가 있음을 알게 되어 엄청 반가웠으며 여행이 끝나고도 후배부부와 계속 만남이 이어져 여행의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욕심 없이 자연처럼 성실하고 묵묵하게 감사하며 살아가는 코스타리카 국민들! 그들의 아름다운 천국을 축복하며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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