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종건

평택샬롬나비

사무총장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잡아갈 때,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에 침묵했다.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감금했을 때,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기에
침묵했다.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잡아갈 때,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에 침묵했다.
그들이 유태인들을 잡아갈 때,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기에 침묵했다.
결국에는 그들이 나를 잡아갈 때,
나를 위해 나서줄 사람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정부의 잘못에 대해 침묵 또는 방관의 대가가 결국 자신에게 비수였음을 회고하는 마틴 니묄러(Martin Niemoeller) 목사의 글>

 


1. 한국사회의 심각한 위기가 발생해도 정부의 대응은 무능력에 가깝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우려다. 청소년들 사이에 회자되는 ‘헬(hell)조선’이란 말로 정부의 무능력을 요약할 수 있다. 저출산과 자살률이 OECD 1위와 함께 10대의 입시지옥, 20대의 취업지옥, 30~40대의 주택지옥, 50~60대의 재취업지옥, 70대 이후의 노후지옥은 공무원을 가장 선호하도록 만든 한국사회인데도 여전히 변화의 기미가 없다. 정부가 행정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위탁받은 민간단체들이 관련 부처의 퇴직자들이라니. 그들이 일자리를 독식하고 연금도 받겠지만 높은 청년실업은 젊은이들의 결혼기피현상을 일으키고 있고 일부 젊은이는 해외 망명수준으로 조국을 포기하고 있다.

정부가 만든 양극화는 가파르건만 현 정부의 구호뿐인 경제민주화를 국민들은 경험한다. 지하철이나 기차를 탔을 때 무임승차를 했을 경우, 30배의 징벌배상제가 있건만 오히려 기업총수가 감옥에 가는 경우에는 황제노역이 준비되어 있으며 기획부동산과 보이스피싱이 난무하고 사기사건이 기승을 부려도 국민 정서에 전혀 공감되지 않는 솜방망이 처벌로 국민은 실신상태에 있다.

100억대 부당 수임료의 당사자인 최유정 변호사 사건에서 느끼는 정부에 대한 배신감과 120억원 상당의 시세 차익을 남긴 주식대박 논란 끝에 사의를 표한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징계를 의결했지만 거짓소명 부분에 한해서만 진행되고, 주식 대박에 대해서는 공직자윤리법 위반사항이 없다는 황당한 결론은 사법의 사망선고와 같은 느낌이다. 한국사회를 고통스럽게 달구었던 304명의 천하보다 고귀한 생명을 잃은 세월호 72시간 골든타임 때의 정부실종, 38명의 생명을 잃은 메르스 초기대응 골든타임 때의 정부실종, 146명의 아까운 목숨을 잃어버린 옥시 사건에서의 정부실종은 당연한 귀결이 아닌가. 결국 사전대응이 가능한 사건들임에도 정부의 무능이 빚어진 사건들이다.

 

2. 공무원 개혁이 국가의 핵심 아젠다로 떠오르고 있지만 제20대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은 분명히 박근혜 정부의 무능에 대한 채찍임을 기억해야 한다. 총선결과 여소야대가 된 것은 야당의 탁월성보다 여당과 박근혜 정부에 대한 무능과 불신이 크게 작용했다. 선거역사상 불패신화를 만들었던 박근혜 브랜드였기에 그 선거의 결과는 충격이었을 것이고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대통령의 외유로 본다 해도 이해할만하다. 그러나 이번 4.13총선의 패배원인은 국민과 함께 하겠다던 과거의 천막당사의 상징성 속에 국민은 없었고 오만과 공신들을 위한 정치였다는 국민의 배신감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박근혜 정부는 지금까지 제왕으로서의 군림정치를 청산하고 정부정책에 민의가 반영되도록 힘쓰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3. 그런데도 5월 19일,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소속 정의화 국회의장이 상정해서 통과한 늘 일하는 국회로써의 ‘상시  청문회법’을 5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했다는 것은 군림의 정치에서 민의의 정치로 선회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제정부 법제처장이 두 가지 이유를 들어 대통령의 거부권을 정당화했는데 그 이유에 국민은 안 보인다는 사실에 서글프기도 하고 분노가 끊어 오른다.

첫째, ‘상시 청문회법’이 헌법정신인 민주주의의 삼권분립 원칙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정부 법제처장은 ‘상시 청문회법’을 “헌법의 근거 없이 행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새로운 통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표현은 권력의 시선이 모아진 발언일 뿐이지 앞서 언급한 핼조선 사회의 맥락을 읽지 못하는 여전히 국민이 실종된 발언이다. 법제처장에게 묻고 싶다. 지난 19대 국회 때 삼권분립이 과연 정상이었는가. 당시 새누리당은 정부의 실책에 대해서 국민을 대신해서 얼마나 견제하며 협조했는가. 만일 ‘상시 청문회법’이 없는 상태에서도 행정부의 실종이 여전했다면, 오히려 국회가 상시 청문회를 통해 실종된 행정부를 살리는 것이 삼권분립 아닌가.

제 청장이 삼권분립의 형식을 중요시 한만큼, 그가 속한 현 정부는 삼권분립의 본질인 국민 섬기는 일을 잘 했는가. 만일 그렇다면, 성완종 게이트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경남기업의 회장이 자살직전에 남긴 유서가 거짓이란 말인가. 박근혜 후보의 선거공약인 경제민주화는 어디 있는가. 세월호 72시간 골든타임 때 생명 살리는 것보다 청와대에 보고하는 것이 선진 행정이었단 말인가. 세월호에 대한 진상은 2년이 지나도 진실이 공개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조기 대응의 실패로 메르스 사태를 키운 정부의 실종은 어떤가. 메르스 사망자가 2명 나온 2015년 6월 2일에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센터 개소식을 위해 여수를 방문했다. 비상상황이 닥쳤는데도. 국민의 생명에 별 관심이 없다는 조선일보 사설의 질타는 박근혜 정부의 현주소 아니었던가. 146명의 천하보다 소중한 목숨을 잃어버린 옥시 사건을 경험한 국민 앞에 정부의 무능은 어떤가. 민생을 위해서 상시 청문회법은 오히려 실종된 행정부의 새로운 방향이다.

둘째, 제정부 법제처장이 언급한 거부권의 둘째 이유로 행정부는 물론 기업의 위기까지 거론했다. 제 청장은 “청문회 자료와 증인 요구로 관계 공무원이나 기업인들까지 소환될 수 있어 심각한 업무 차질은 물론 기업에 대한 과중한 비용 부담과 비능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언급했다. 제 법제처장의 말 속에는 사회의 기득권층인 대기업 임원들과 중앙 공무원만 있고 다수의 국민은 없다. 이는 아직도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통치행태가 현 정부의 뿌리 속 깊이 배어있다. 2015년 청년 실업률이 9.2%이고 가계부채가 올 1분기말 1223조원을 넘어 시한폭탄이 되어 있고 부실기업의 연쇄부도가 우려되고 있다. 한국의 전체 기업 중에 부실징후기업이 36%를 넘었다. 삼성, 현대, LG, SK를 제외한 재벌기업 중 33%가 부실상태인데다가 만성화되어 있다.

이러한 부실 상황에서도 지난해 10월 임종률 금융위원장, 기획재정부장관, 금융감독원장, 청와대 경제수석은 대우조선해양에 4조 2천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지금까지 운영자금 2조 8천원 억에다가 4천억원 유상증자, 그리고 향후 1조원을 추가로 집행한다. 대우조선부채비율이 70배인데도 정부의 대응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제 청장은 정부의 무책임의 심각성과 기업을 이끄는 기득권층의 부정부패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중앙공무원과 대기업 임원의 과중한 업무에 깊이 고민하는 발상이 실망스러울 뿐이다. 오히려 ‘상시 청문회법‘은 중앙공무원과 기업인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부정부패를 막겠다는 이중의 지렛대가 아닌가. 

 

4. 오늘의 위기의 사태를 보며 여야를 막론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국회의원들이 통과시킨 ‘상시 청문회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것은 아직도 국민의식이 바뀐 시대의 흐름을 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이상 얼빠진 국회가 되서는 안 된다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목소리를 담은 것이 ‘상시 청문회법’이다. 변화된 국회의 모습을 바라는 국회의원들은 한 명당 년 10억원이 들어가며, 4년간 300명의 국회의원에게 1조2000억원의 국민 세금을 지원받고 또 4년 동안 200여 가지의 특혜와 특권도 주어진다는 것에 부담감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런 권리를 국민이 국회의원들에게 주고 있다는 것은 무능력한 정부에게 채찍을 가하고, 민의를 반영하는 정부에게는 격려를 하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상시 청문회법’은 단비와도 같은 법이다.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되려면 법제처장이 명시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이유들은 재고해야 할 것이다. 법다운 법, 공정한 법을 국민들은 목말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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