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책과 놀아볼래요?”

책 편식 줄고 관심분야 확대 등 긍정적 효과

윗줄 왼쪽부터 박정남 이경재 백인정, 아랫줄 왼쪽부터 손재련 강유정 김희주

책을 든 손은 무겁지만 발걸음은 가볍게 도서관에 책과 노닐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있다. 올해부터 오성도서관의 정식 독서모임이 된 책노사(책과 노니는 사람들)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자발적으로 모여서 만든 모임으로 시작했다.

회원은 9명이며 매월 셋째 주 화요일 오전10시에서 12시까지  책을 읽고 난 후 논제를 정해 토론을 진행한다. 달마다 읽을 책 선정은 몇 달 전부터 회원들이 논의하여 목록을 정한다.

이날은 6명이 독서모임 활동에 참여했으며, 이달의 책은 <사반의 십자가, 김동리>였다.  <사반의 십자가>는 1957년 발표된 뒤 20여 년 간의 침묵 속에 새롭게 내놓은 장편소설로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도둑 사반의 투쟁적 일생을 일대 서사시로 풀어낸 책이다. 절대 의지와 인간 의지 사이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킨 내용으로 김동리 문학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에서 원로 작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예스24 제공>

책노사 회원들은 성경과 비교를 해가며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했다. 준비해온 논제 ▲<사반의 십자가>가 성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기적을 강조한 태도가 예수를 한국적 샤머니즘화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는 점에서 책 내용 중 인상 깊은 장면 이야기하기 ▲사반과 예수가 말하는 ‘구원’의 의미가 다른데 누구에게 동의 하는가 ▲십자가에 직면한 사반과 예수의 생각이 다른데 두 인물에 대한 생각 이야기하기 등의 순으로 각자가 떠올린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작가가 의도한 바와 내가 느낀 바는 어떻게 다른지,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장면에 대한 느낌을 말하며 감탄 혹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하는 개인의 생각을 꺼내 놓으며 때로는 서로의 의견에 동의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주제가 종교와 관련된 만큼 ‘구원’, ‘십자가’, ‘신앙’, ‘원죄’ 등의 개념 이해에 대한 시각차이도 크게 느낄 수 있었고 한 마디로 정의되지 않는 개념에 대해 서로가 생각하는 의미에 대해 예를 들어가며 이해를 돕기도 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책노사에 함께 하고 있는 이경재 사서는 “지금 5개월 정도 참여했는데 우리 독서모임은 서로 참여하려는 의지가 강한 만큼 어느 독서모임보다 끈끈할 것”이라며, “다른 도서관은 사서가 주도해서 열리는 경우가 많은데 책노사는 회원들이 주도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서 형성됐다. 특정 주제의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책을 접하면서 편식을 하지 않아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그만큼 관심분야도 넓어져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말하는 이의 눈을 바라봐 주며 끄덕이는 책노사 회원들의 모습이 반짝반짝 빛나 보인다. 앞으로도 계속 책과 노니는 책노사가 다음에는 무슨 책과 놀지 궁금하다.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네이버 카페 책노사를 검색해 문의하면 된다.
 

미니인터뷰  백인정(48)

“책을 매개로 여러 인생 경험 나눌 수 있다”

혼자 책을 읽었을 때는 읽고 난 후 그 내용들이 손에서 스르륵 빠져나가듯이 다 흘러나갔다. 하지만 독서모임을 통해 정리된 내용을 다시 듣고 토론을 통해 심도 있게 한 번 더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니까 좋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을 되돌아 볼 수 있다.

처음은 독서토론 강연을 통해 만난 인연으로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왔는데 논제도 돌아가면서 직접 만든다. 나도 처음에는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과 과연 무슨 말을 해야 좋을까?’하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같은 책을 읽고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 자신의 경험을 통해 전달하는 이야기들을 듣고 있으니 배울 점이 많았다.

여기서는 책을 매개로 모두가 독서리더가 될 수 있다. 책을 좋아하면 누구나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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