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의 세상사는 이야기 - 짚풀 문화 전수자 김학규

55년동안 작품 이웃에 골고루

기술 솜씨 받을 젊은이 있으면

우리 생활속의 선조들의 지혜는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속담, 격언, 교육, 생필품 등등. 그중에서도 선조들이 직접 만든 생필품들은 그 속에 왜 그래야만 되는 지의 당위성이 포함되어 있고 그것을 아는 순간 인간과 자연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 줄을 깨닫는다.

지금은 그리 쉽게 볼 수 없을뿐더러 익숙하지도 않은 ‘짚’.
이 ‘짚’ 하나로 못 만드는 것이 없는 안중면 삼정리의 김학규 할아버지를 만나 그의 ‘짚의 문화’를 들어보았다.

길눈이 어두운 기자는 여러 번의 문의 끝에 삼정리 노인회관을 찾았다. 찾아가는 길이 좀 힘들긴 했어도 오랜만에 눈 속으로 들어오는 농촌의 풍경에서 편안함과 일한다는 시간도 잠시 잊고 여유를 즐겨보았다.

노인회관에서 맞은 김학규 할아버지. 살아온 세월의 길이가 긴 것이 느껴지면서 움푹 패이고 검게 그을린 주름살과 피부에서 김노인의 고된 삶을 읽을 수 있었다.

평택에서 태어나 한 번도 지역을 떠나 본 적이 없는 토박이중에도 진짜 토박이인 김노인은 그저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다. 농사가 그의 삶이였고 그 자체였다.

농사를 지으며 그냥 만지게 된 짚. 이 짚으로 이것저것 엮어나간 세월이 55년이다. 좋아서 한 것도 아니고 싫어서 안한 것도 아닌 그냥 만지며 꼬아나가다 보니 지금의 세월이다.

‘짚풀 문화 전수자’ 김학규씨.

이름 있는 스승에게 전수받은 것은 아니다. 오랜기간 남들보다 잘 만들고 많이 만들다보니 그저 사람들이 붙여준 명함이다.

일딴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김노인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나 만든 작품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빠르기도 빠르지만 완성된 작품속에는 장인정신이 그대로 베어나온다. 정교하고 섬세하며 체계적이다.

김노인 말에 의하면 배우기를 제대로 잘 배웠단다. 별 생각 없이 만들기 시작했는데 만들다보니 여기저기서 주문이 쇄도한다.

이야기에 이야기가 퍼져서 오는 요청이다. 그렇다고 해서 돈을 받고 파는 것도 아니다. 김노인의 작품은 농업기술센터내의 박물관에도, 남부노인회관에도 있으며 한번은 연꽃마을에서 요청해 서울 롯데월드전시관에서 전시된 적도 있다.

마을 사람들 중에는 김노인의 작품을 안 가진 사람이 없을 정도다. 만들어 나눠주고 또 만들어 나눠주고 만들어 달라면 만들어 주고 그랬다.

추수 후 탈곡을 한 볏짚. 껍질을 벗기고 단단한 짚을 발로 고정한 후 꼰다. 김노인의 손에 들어오면 짚은 꼭 요술을 부리는 것 같다.

순식간에 튼튼하고 굵기 종류도 여러 가지인 새끼가 꼬아진다.

꼬아진 새끼가 다시 김노인의 손에서 놀아나다 보면 짚신, 멍석, 보구니, 메구리, 멧방석, 메, 잿삼태기, 비료삼태기, 멧돌방석, 부리망 등등....... . 짚으로 못만드는 것이 없다.

짚을 만질 때 김노인은 머리따로 손따로이다. 손으로는 짚 작품을 만들지만 머리로는 집걱정, 자식걱정 등의 오만가지 수심을 생각한다. 그래도 작품은 제대로 뽑아지니 가히 실력가이다.

“짚의 현명함을 생각하면 정말 좋다 싶어. 여름에 서늘하고 겨울엔 따뜻하고 단단하고 질기고. 곡식을 말리거나 보관하기엔 그만이지. 아무리 좋은 냉장고도 짚의 기능 보단 못하다.”라고 김노인의 짚의 장점을 설명한다.

이렇게 얘기하는 김노인은 한 가지 소원이 있다.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인생, 가기 전에 짚풀을 엮는 자신의 기술과 솜씨를 전달하고 싶은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누가 할려고 해야 말이지”라는 그의 말속에서 안따까움이 전해진다.

뒤이어 사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전하시라는 말에 김노인은 주저함이 없이 “배워야 살고 힘이 된다”고 간단, 명료하게 얘기한다.

도둑질을 비롯해 나쁜 짓은 빼고 뭐든지 배우는 것이 피가 되고 살이 되며 세상을 살아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작품 하나만 만들어 주십사 하는 기자의 요청에 김노인은 바쁜 농번기가 지나면 꼭 하나 만들어준다고 한다.

저무는 황혼. 55년의 짚풀 인생 김노인의 소망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삼정리 노인회관을 뒤로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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