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순 교수의 지역언론에서 길 찾기

장호순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교육부가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농어촌 작은 학교 통폐합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농어촌 지역 학생수가 감소하면서 소규모 학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이로 인해 교육예산의 효율적인 집행이 필요하다는 이유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14년 자료에 의하면 전국의 초중고 학생수는 10년전에 비해 13%가 줄었다.

그런데 학생수 감소가 농어촌 지역보다는 대도시의 학생수 감소가 훨씬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사이 대도시 학생수 감소율을 보면 부산이 19.1%, 대구가 16.9%, 서울이 16.4%, 울산이 15.8%, 광주가 13.2%, 인천이 13%, 대전12.7%였다. 감소비율이 가장 낮은 시도는 충남으로 8.5%였다. 그래도 대도시에는 학교수가 계속 늘어나고, 농어촌 지역은 계속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 등 7개 광역시에 2014년 신설된 학교는 103개에 달했다. 반면 강원도 21개, 경북 37개, 전남에서 48개의 학교가 폐쇄되었다.

인구가 감소하는 농어촌 지역의 학교를 통폐합하는 것은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친 선진국에서는 예외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농어촌 소규모 학교는 도시의 대규모 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처럼 학생수만을 기준으로, 예산의 효율성만을 명분으로 내세워 통폐합하지는 않는다. 교육적 차원이나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통폐합을 통해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크고 많기 때문이다.

한국 교육부의 경우, 예산상의 이유로 통폐합을 추진하면서도, 명분은 교육논리를 내세운다.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서는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2년 한국교육개발원이 만든 자료에 의하면, 농어촌 소규모 학교 학생들은 학력, 학습동기, 사회성, 문화성 등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원인에 대해서는 상세히 진단하지도 않고, 학교가 작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농어촌 소규모 학교 학생들이 학력이나 사회성이나 문화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원인은 학교의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학생들의 가정환경이나 사회적 환경이 오히려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학생들을 큰 학교로 옮긴다고 해서 학력이나 학습동기 등이 향상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통해 농어촌 학생들의 교육이 개선되었다는 증거를 교육부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농어촌 학교 통폐합을 통해서 잃는 것은 많다. 학생들은 장거리 통학을 해야하고, 도시거주 학생들과 섞여서 학력 경쟁을 해야한다. 학습의욕이 제고되고 학력이 향상되기 보다는 자신감을 잃고 사회적 소외감을 경험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특히 부모와 헤어져 조부모들에게 위탁된 학생들의 경우, 비행 청소년이나 사회적 낙오자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을 져야하고, 학교근처 도시로 이주하고 농사지으러 출퇴근 하는 학부모들이 늘어난다. 자녀 통학편의를 위해 부모가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다. 자연 농어촌 지역사회의 공동화와 고령화는 가중된다.

농어촌 학교 통폐합은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을 가져온다. 농어촌을 책임질 미래 인재 양성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농어촌 출신 학생들에게 강요되는 도시위주의 도시형 교육은 어린 학생들에게 자신의 고향인 농어촌을 낙후한 지역, 탈출해야 하는 지역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학교에서 접하는 교사나 공부잘하는 친구들은 모두 도시출신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학교통폐합을 추진하지만, 농식품부가 농촌학교를 적극 지원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 탓이다.

지난해 한중 FTA가 발효되면서, 정부는 향후 1조원 규모의 농어촌 상생협력 지원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시와 농어촌이 상생하는 대한민국을 만들려면, 다른 어느 곳보다 농어촌 교육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 교육예산절감을 이유로 농어촌 청소년을 도시로 몰아내는 근시안적 통폐합 정책이 아니라, 농어촌 학교의 육성과 발전을 통해 농어촌의 재생과 부활을 이끌어내는 미래지향적 농어촌 교육정책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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