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째 생선장사 자매들 우애 풍부

▲ 왼쪽부터 셋째 신영, 둘째 소영, 어머니 박창순, 넷째 수영씨
네가구 24명 같은 집 ‘오순도순’

주위 부러움 사는 사랑과 정성

통복동 재래시장엔 생선가게들이 즐비하다. 그중 3대째 그 자리에서 생선가게를 해오는 백산상회는 통복동 시장 내에서도 유명하다. 다름 아닌 억척스럽게도 생선가게를 잘 운영하는 젊은 여인네들인 ‘또순이 세자매’가 있기 때문이다.

사방천지에서 풍기는 비릿한 생선내를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전해지는 사랑과 우애는 시장내에서도 자자하고 타인의 부러움을 산다.

홍어, 아구, 삼치, 꽃게, 굴 등 세세하게 따지면 모두 100여 가지의 생선과 해산물이 전시되어 있다. 가게는 그대로 바닷속 생물들의 박물관이다.

백열등과 전기장판 온돌에서부터 따스함이 전달된다. 온돌 위엔 10여 년 전부터 사용한 돈 통, 빽빽한 주문 노트, 허름한 밥통 등 온갖 잡동사니가 그대로 재래시장만의 매력이다.

아침 일찍 방문하니 물 흐르는 바닥에 상을 펴고 식사 중이다. 워낙 바쁜 시간. 순서랄 것도 없이 손이 바쁘지 않은 사람 먼저 상 앞에 앉는다.

이날 아침메뉴는 맵지 않은 꽃게탕과 김치가 전부지만 보기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간다.

백산상회의 둘째딸 안소영(42세), 셋째딸 안신영(40), 넷째딸 안수영(34)씨는 고무장화에 몸빼바지, 앞치마를 두르고 고무장갑을 끼면서 작업 무장을 끝낸다. 원래 백산상회는 1남6녀.
이중 외할머니, 어머니의 뒤를 이어 10여 년 전 딸들이 가게를 맡았다.

기자가 만난 세 자매의 얼굴에는 웃음과 명랑함이 넘쳐 났다. 두 번에 걸쳐 접해본 그녀들에게서는 생선을 자르고 다듬는 익숙한 작업과 서로 건내는 말속에서 마음적으로 풍부한 그 무엇인가를 느끼게 한다.

그녀들은 모두 어렸을 때부터 생선장사를 하는 부모를 도왔다. 지금껏 장사하면서 창피하고 쑥쓰러운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단다.

이상하게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 자녀들이 힘을 합치고 마음을 담아 가게에 정성을 쏟으며 찾아드는 손님을 맞는다.

생선가게는 세 자매 말고도 전경철(44), 최규태(41)씨 등 세 자매중 둘째와 셋째딸의 남편들도 함께 일손을 모은다. 거기에 회계를 맡아 정리하는 절약정신이 투철한 아버지 안삼용(74)세, 매일아침 가게를 방문, 잘 하고 있는 지 점검하는 총지휘자 어머니 박창순(68)세까지. 이렇게 모두가 정성을 쏟고 있으니 가게가 안될래야 안될 수 없을 듯 하다.

가장 바쁜 오전 이른 시간. 두 대의 전화에서는 연실 주문전화벨이 끊이지 않는다. 하루에 오는 전화만도 100여 통, 찾아드는 손님들이 100여 명 정도. 주로 백산상회를 찾는 손님들은 최소 3∼4년에서 길게는 10년이 넘게 이용한 고객들이다.

그들은 백산상회의 분위기를 잘 안다. 물품만 사가는 것이 아니라 가족처럼 있었던 일도 이야기하고 차 한잔의 맛도 의미하며 여유 있게 돌아간다.

부모님과 막내 동생은 원곡에서 살고 남 동생네와 세 자매네는 한 집에서 산다.

통복파출소 옆 놀이터 근처에 있는 집에서 함께 사는 인구(?)를 살펴보니 모두 24명. 4남매, 시누, 올캐, 처남, 매재 등과 그들의 2세 7명. 워낙 많다보니 어떤 때는 함께 사는 사람들의 명수가 오락가락하고 나이를 따질라치면 한참을 계산해야 한다.

잠만 따로 잘 뿐이다. 먹는 것, 세탁, 생활이 모두 함께다. 개인생활은 NO, 단체생활 OK다.

2세들인 7명도 마찬가지다. 노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같이 한다. 학용품을 빌려쓰고 빌려주는 일이 허다하다. 목욕탕도 함께 간다.

한 달에 2번 쉬는 일요일은 누구네 집으로 모이든지 야유회를 가든지 부모님의 집을 방문한다. 모이면 늘 잔치 분위기다. 매일매일 잔치 집이고 어린이날이다.

7명의 아이를 도맡아 돌보고 가르치며 키운 사람은 전적으로 수영씨가 해냈다. 고3때부터 배 안 아프고 애들이 10명이면 좋겠다는 소원이 이루어진 셈이란다.

수영씨는 조카들의 울음소리만 들어도 어떤 상황이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안다.

또 조카들은 부모에게 하지 않는 고민과 이야기를 수영씨에게 하며 해결책을 얻는다. 하루 15시간 정도 신영씨의 남동생과 언니들이 일에 몰두할 수 있게 한 데는 수영씨의 아이들 뒷바라지 힘이 큰 것도 보였다.

“함께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께서 늘상 모여 살라고 한 지침이죠. 같이 사니 생각도 행동도 비슷해지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힘이 커서 아이들한테도, 어른들한테도 많은 도움이 되고 이제 떨어져 사는 것이 겁이 난다”는 신영씨는 엄마들이 생선가게 하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 아이들의 말에서 힘을 받는단다. 만약 이다음에 물려받고 싶다면 4대째 이어줄 생각이다.

기자는 고맙다고 자매들이 싸준 갈치와 삼치 한 보따리의 무게에서 정감 있고 풍부한 집안의 사랑과 우애가 담겨 있음을 느끼고 개인위주로 가는 세태 속에서도 대대가족으로 행복하게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백산상회만의 집안 분위기 속으로 빠져든다.(전화 031-655-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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