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의 세상사는 이야기 - ‘죽인다 떡볶이’집 김광석(47)·정옥란(47) 부부

사람을 믿어야 한다는 신조로 산 신용부부

송탄 출장소 앞 국민은행 남 지점(구 주택은행) 옆에 보면 작은 떡볶이 포장마차가 오랜 기간 자리잡아 온 것이 보인다.

‘죽인다 떡볶이집’, ‘술은 절대로 안팜‘

어느새 작은 떡볶이집이 송탄에서 명물 아닌 명물이 되었으며 이 집을 모르는 사람은 간첩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작은 포장마차는 7년 전부터 김광석, 정옥란 부부가 어렵게 뿌리를 내리며 운영하고 있다. 4인 가족의 생계가 달린 만큼 아무리 작은 포터지만 그들 부부에게는 생명줄과 같은 것이다. 오랜 기간 밤일로 몸이 상하고 지쳤지만 그래도 이들 부부는 행복하다.

다름 아닌 올해 송북초교 6학년인 아들 성민이가 전국씨름대회에서 은메달을 딴데 이어 경기도 대표선수 선발전에서 금메달을 획득, 도대표로 전국체전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성민이가 씨름하는 것을 처음엔 반대했다. 운동이라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고 후원해야 하는 자금도 만만치 않고. 그러나 자식이 하고 싶어하는 일이기도 하고 15일간 성민이를 지켜본 코치의 긍정적인 전망을 전해듣고 괜히 부모 때문에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 마음을 바꾸었다.

“성민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인데 원망은 듣지 말아야지요.” 한다는 이들 부부는 나쁜 짓만 빼고 뭘 하든 뒷받침을 해줄 것이라 다짐했다.

처음에 반대했던 이들 부부는 “안 먹어도 배부르고 일이 고되고 힘들어도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이 현재의 솔직한 심정이다.

7년 전 정문 앞에서 식당을 하다 잘못되어 빚더미에 올랐다. 당시 1억원이 넘는 빚을 감당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고 앞이 캄캄했다. 그래도 정신을 차려야 했다. 남의 돈을 빌려쓴 것이 있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갚아줘야 한다고 다짐했다.

“사람이 사람을 믿고 살아야 한다”는 신조를 마음속에 새기고 배신해도 안되고 신용은 꼭 지키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떡볶이 포장마차를 하려 다시 몇 백만원의 돈을 빌렸다. 남편은 막노동을 하고 부인은 포장마차를 하는 생활이 시작됐다.

오전에 8시40분에 나와 처음엔 밤10시, 11시까지 하다 손님들의 요구가 이어져 새벽장사까지 했다.

처음 시작해 5년 동안은 하루에 3∼4시간동안이 잠자는 시간이었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하루도 쉬지 않았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했기에. 너무 피곤해 견디기 힘들면 옆에 세워둔 차안에서 잠시 눈을 붙이면서 견디었다.

막노동을 하다 3층에서 떨어져 김광석씨가 허리를 다쳐 꼼짝 못했을 때는 정말 절망이 눈앞을 가렸다. 그러나 그래도 주저앉아 있을 수 는 없었다.

포장마차를 하면서 조금씩 장사가 되는 것 같아 재미도 솔솔 붙었지만 노점상이라 단속반과 싸우는 일이 허다하고 술마신 손님과의 실랑이도 종종 있었다.

집안 살림밖에 몰랐던 옥란씨는 자신도 모르게 싸움꾼이 되었단다. 4식구가 먹고 살아야 하는데 못하게 하면 싸워야 했고 장사를 방해하면 또 지켜야 했기에 싸워야 했다.

해서 주위에서 붙여준 별명이 ‘송출앞 깡패, 보안관, 조폭’이란다. 어느순간에서부터인지 잘 알 순 없어도 억척스럽고 지독하게 변한 자신을 느끼기도 한다.

장사가 조금씩 되면서 이들 부부는 일수계를 로테이션으로 붓기 시작해 계를 타면 큰 빚 먼저 갚아나갔다.

이렇게 7년을 하다보니 태산같이 많아 보이던 빚도 전혀 줄어들 것 같지 않은 빚도 이제 다 갚아 나갔고 큰 마음의 짐을 이제야 해결했다. 얼마나 큰 짐이었던지. 갚고 보니 남은 것은 아픈 몸뚱아리 뿐이지만 정말 잘 했다는 생각에 스스로들을 격려해보기도 했다. 신용을 지키기 위해 최고 15부까지의 이잣돈은 내보기도 한 것이 아련히 기억 뒤편으로 가려한다.

이제 이들 부부에게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현재 월세를 살고 있는 셋방살이를 면하는 것. 해서 작은 집이나마 내 집이라도 마련될 때까지는 아무리 몸이 아프고 지치더라도 그만둘 수 없는 것이다.

요즘 이들 부부는 전국소년체전에 도대표로 나갈 아들 성민이를 뒷바라지 하고 아들이 걷고 싶어하는 길을 어떻게 하면 잘 닦아줄 수 있을 지 고민한다. 그리고 자기의 일을 최고로 잘하면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주려 애쓴다.

그런 그들 부부는 손으로 떡볶이를 뜯고 오뎅꼬치에 오뎅을 꽂으며 아들이 걸어가는 길이 순탄하기를 마음속 깊이 기원하면서 또 하루를 엮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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