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발행인

1. 요즘처럼 평택에 사는 것이 불안했던 시민은 없을 것이다. 지금 평택사회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평택시민들은 어서 빨리 이 사태가 진정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정부의 비밀주의로 인한 초기 대응 실패와 지역경제를 염려한 평택시 당국의 비공개 방침에 따라 평택성모병원에서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5월 20일부터 평택시민은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학교는 자발적으로 휴업에 들어갔고, 각종 미확인 정보들이 지역사회에 급속히 퍼져나갔다.

거리는 한산해졌고, 지역 상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평택은 최초환자가 발생한 지역으로 지역 이미지에도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6월 9일 현재 서울 등 타 지역으로 퍼져나간 메르스 감염자와 격리자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평택지역에서는 추가 감염자가 이틀연속 나오지 않아 진정추세에 들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하루빨리 방역당국과 평택시, 시민이 협력해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아마 한국전쟁 이후 평택 지역사회에 집단적 불안감과 공포감을 안겨 준 최초의 사태가 아닌가 한다.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대규모 전염병 등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위험에 노출돼 집단적 공포감에 휩싸인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다. 자칫 대유행이 번진다면 우리의 안전과 생명이 무방비로 불확실성에 노출되는 최악의 재앙과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했을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평택이라는 지역사회의 취약성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이다. 앞으로 상당기간 메르스 사태를 통해 겪었던 집단적 공포감과 불안감이 모든 평택시민 사이에 하나의 집단 무의식으로 남을 지도 모른다.

2.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런 집단적 공포와 불안감이 방역 잘못으로 발생한 감염병인 메르스라는 한 번의 사태만으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메르스라는 유행병 사태를 통해 앞으로 평택이라는 사회에 닥칠 최악의 상황을 단지 상상의 차원이 아니라 실제의 차원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오싹함을 금할 수 없다.

평택에는 송탄에 있는 미공군기지가 있다. 얼마 전 대규모 세균전에 사용되는 탄저균이 송탄미공군기지에 반입돼 실험된 사실이 드러났다. 탄저균은 소량이라도 공기 중에 노출되면 치사율 95%에 이르는 치명적인 생화학무기로 알려졌다. 미군은 지난 17년간이나 탄저균과 이보다 독성이 10만 배 이상 강하다고 알려진 보툴리눔 등 생화학물질을 미군의 생물학전에 대비해 평택 송탄미공군기지에서 실험해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른바 ‘주피터 프로그램’(JUPITR, 연합 주한미군 포털 및 통합위협인식)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더욱이 이 실험 결과는 미군의 아프리카·유럽·태평양사령부에도 적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전 세계 미군의 생물학전 대응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실험실로 평택 미공군기지가 이용되어 왔던 것이다. 한국 정부의 어떠한 통제도 받지 않고 평택에서 이러한 실험이 진행되다가 탄저균 유출과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면 평택시민의 목숨은 누가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메르스 사태보다 수십, 수백, 수천 배 이상의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가정하고 싶지 않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면, 평택 주한미군은 대북 억지력 차원을 넘어 소위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중동 등 세계 분쟁지역에 미군을 보내는 중간기지 역할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탄저균 등 생화학무기를 송탄미군기지에서 실험하고 전 세계에 보급하는 전진기지가 된다면, 미군이 참여하는 국제적 분쟁에 평택 미군기지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개입하게 된다. 이 경우, 분쟁이 격화된다면 평택은 전 세계 테러리스트들의 생화학전이나 테러 등의 직접적 공격대상이 될 수도 있다. 현대전쟁에서는 정규군을 포함한 정규전 보다는 테러나 전염병, 생물학전 등 비군사적 위협이 더 무섭게 대두하고 있다.

평택은 평택항이 있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검역망을 뚫고 각종 테러장비나 세균전 무기, 테러리스트들이 평택으로 유입될 위험도 크다. 더욱이 평택은 미군의 고고도마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최우선 배치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만일 사드가 평택시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평택에 배치될 경우 심각한 시민 저항과 반발도 예상되지만, 배치될 경우 중국과 미국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평택이 가상 공격대상으로 떠오르게 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3. 메르스 사태와 탄저균 사태를 보며 평택과 평택시민의 안전이 우리가 막연히 생각했던 것 보다 매우 불안한 상황이라고 느끼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평택과 평택시민이 원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만은 피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 허점투성이고,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전시작전권 반환연기 등에서 보듯 미국 의존도가 더 커지고 있어 강력한 대응책 마련에 미온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결국은 평택시민의 힘과 노력으로 이 상황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미군의 생화학 무기 관련 실험정보나 계획에 대해 철저한 정보공개와 진상규명이 필요하고, 평택시민과 한국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검역주권을 확실히 회복하고 행사하도록 요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불합리한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평택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평택시 당국의 정책 의지와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세월호 사태와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등으로 안전에 대한 시민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메르스, 탄저균 사태가 발생했다. 평택의 안전이 대한민국 안전의 시금석이되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풍요롭고 평화로운 도시인 평택과 평택시민의 안전한 일상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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