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평택시 20주년 맞는 시민의 날을 보내며

행정·자치·지방정치·교육·문화·노동·복지 등 각 영역에서
지역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공통의 지향점 찾는 노력 지속해야

▲ 김기수본지 발행인

1. 지난 10일은 평택시가 다시 하나가 된 지 20주년이 되는 뜻깊은 ‘평택시민의 날’이었다. 평택은 1914년 일제의 강제 행정구역 통폐합으로 오늘날 평택의 모습과 비슷한 모습으로 하나가 되었다. 이후 1938년 진위군이 평택군으로 명칭이 바뀌고 해방 이후 꾸준한 발전을 이루다 1980년대에 송탄읍과 평택읍이 각각 송탄시와 평택시로 독립되면서 3개 시․군 체제로 분할되었다가 1995년 지방자치가 본격 출발하면서 다시 하나의 통합 평택시로 되었다.

1995년 통합 당시 찬반 양론으로 갈등도 많았다. 특히, 송탄을 중심으로 한 북부권과 안중을 중심으로 한 서부권의 반대 여론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통합 이후에도 지역․권역간 갈등 해소와 정서적 통합이 큰 과제가 되기도 했다. 통합 20년을 맞은 지금, 평택은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해 오고 있는가. 평택이 나아 갈 도시 발전의 전망과 방향을 지역사회가 잘 인식하고 향후 20년, 30년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가. 뜻 깊은 20주년을 맞아 성찰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일 평택시와 평택시발전협의회 주최로 통합 20주년 기념 포럼이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 발표자들과 토론자들 사이에서 통합 20년에 대한 다양한 평가들이 나왔다. 대체로 통합 20년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인구 증가의 상대적 정체, 3개 권역의 정서적 일체감 부족 등 아쉬운 점도 많이 제기되었다. 주제 발표에 나선 평택대학교 강휘원 교수는 실증적 자료를 바탕으로 분야별 변화 상황을 제시하고 향후 평택시의 발전 방향을 제시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번 토론회는 평택시가 나가갈 방향에 대해 공론화하고 다양한 시민 의견들이 개진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 두 번의 토론으로 통합 20년의 성과와 문제점을 공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시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한 결집된 시민 역량을 하나로 모으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앞으로 올 한 해 동안 다양한 토론회나 연구, 분야별 발전 방안 모색 등을 통해 통합 평택시의 20년을 점검하는 기회가 많아야 한다. 이번 토론회는 그 첫 출발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2.지금 평택은 전환기적 상황이다.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평택은 평택항 개발을 통해 동북아 무역․물류 중심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하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고, 삼성전자와 엘지전자 유치, 대규모 산업단지 개발 등으로 고용과 산업 영역에서도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고덕국제신도시개발과 대규모 공공․민간 택지개발 사업으로 전형적인 도농복합도시에서 도시형 사회로 바뀌어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구수도 인근 타 지자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디기는 하지만 32만 인구가 46만으로 팽창했다. 한편으로는 미군기지 통합 이전에 따른 극심한 갈등을 겪으며 ‘평택지원 특별법’을 얻어 내 지역 발전의 기회를 만들기도 했지만, 미군 이전에 따른 군사도시 이미지 고착화와 교육․환경․범죄에 불안감과 위기 의식이 공존하는 사회가 되었고, 각종 대규모 개발로 전형적인 도농복합도시에서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사회로 변모해 가고 있다.

각종 지표들과 도시개발 계획 등을 종합하면, 평택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토대와 여건이 비교적 탄탄히 구비되어 가고 있는 도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평택시라는 기초지방자치단체나 지역 정치권 및 지역사회의 노력도 분명 무시할 수는 없지만, 대규모 개발이 미군기지 이전과 같은 국가 정책이나 중앙정부의 대규모 택지개발 및 산업정책, 대기업 입주 등과 같은 외생적 발전 계기들에 의해 지역 발전과 성장 동력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타 지자체에 비해 상대적 강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평택시나 평택시민의 주체적 노력과 역량이 결합되지 못하면 외부의 발전 논리에 지역이 끌려 다니거나 개발과 성장의 과실이 지역 주민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못하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될 수 있다. 심한 경우 지역 정치권과 개발 주체들의 성장 논리에 지역사회가 매몰되면서 지방자치의 본령인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이나 각종 영역의 자치 역량강화는 실종되고 정치적 성장 담론만 난무하거나 각종 이해집단 간의 갈등이 만연해 가는 사회로 전락할 수도 있다.

통합 20주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볼 때, 평택사회는 발전과 성장 요인도 많이 갖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궁극적으로 어떠한 사회가 될 것인지는 우리 평택시민과 지역사회의 노력에 의해서 그 성과가 판가름 날 것이라는 점이다. 향후 평택시가 어떠한 무늬의 도시를 만들것인가는 지금 우리가 어떠한 무늬의 도시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방향과 해답을 갖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현재 평택지역사회는 성장과 발전 논리를 상쇄할만한 위험과 불안 요소도 많이 갖고 있다고 본다. 우리는 평택 사회를 구성하는 평택시민의 성숙한 민주적 시민의식과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한 평택 지역 자체의 총체적 시민 역량과 자치 역량이 강화되지 않으면 지역사회는 몇몇 선출직 정치인과 개발 주도 세력에 시민의 운명을 맡기는 사회가 될 우려가 매우 크다고 본다.  평택 지역사회의 사회적 자본의 힘을 키우지 않으면, 특히 그 핵심인 광범위한 시민사회의 네트워킹에 바탕한 인적 자본의 힘을 키우지 않으면 시민이 함께 그리고 만들어 가는 도시의 색깔은 나오지 못할 것이다.

3.안타깝게도 평택지역사회는 최근 시민사회 역량과 영역이 급속하게 위축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평택의 미래는 현 시장의 슬로건 대로 ‘대한민국 신 경제도시 평택’이 될 수도 있다. 이 역시 의미 있는 청사진이다. 그러나 많은 시민은 이 도시가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도시, 복지와 삶의 질이 담보되는 지속가능 발전 도시가 되기를 원한다. 혁신도시와 스마트 시티, 창조 도시라는 말이 최근 유행이다. 과연 평택은 창조도시로 가고 있는가. 지속가능한 미래형 도시로 가고 있는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유수의 대학과 고급 연구인력과 두뇌들이 지역에 상주하며 도시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회, 개발과 환경이 조화를 이루고, 산업과 고용, 문화와 복지가 어우러지는 미래형 도시로 가고 있는가.
우리는 평택사회가 통합 20주년을 계기로 행정, 자치, 지방정치, 시민사회, 산업, 노동, 문화, 예술, 교육, 개발, 언론 등 사회 전반에 걸친 폭넓은 토론과 연구를 통해 지역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공통의 지향점을 찾아가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기를 기대한다. <평택시민신문>을 비롯한 지역 언론 역시 좀 더 성찰적으로 이 지역사회를 점검하고 시민이 함께 만들어 가는 신바람나고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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