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이주 노동자 현실 개선은 여성 인권신장의 바로미터

1908년 2월 28일 1만5천여 미국 여성노동자들은 뉴욕에서 대대적인 시위를 벌이며,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쳤다. 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투표할 수 있는 참정권을 의미했다.
오늘날 세계여성의 날은 일하는 여성들의 안전한 노동환경, 단결권 인정을 내세운 날로 세계 각국에서 기념하고 있다. 세계여성의 날 제정 이유만 놓고 보면 이 날이 여성의 정치, 경제, 사회권적 권리 신장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날이다.

세계 많은 나라는 이 날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여 여성 인권과 노동권에 대한 인식을 되새기도록 하고 있다. 특히 사회주의권 국가들은 공휴일로 지정하고 기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의미는 약간씩 퇴색하거나 변형된 경우도 있다.
베트남은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을 공휴일로, 10월 20일을 베트남 여성의 날로 지정하여 기념한다. 베트남 국민들은 이 날을 ‘어머니 날’ 혹은 ‘화이트 데이’로 여긴다. 한국에 온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들 중에 이 날에 남성이 여성에게 꽃을 선물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여성의 날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은 반면, 12월 22일이 ‘어머니 날’이다. ‘어머니 날’은 여성들이 요리와 육아 등의 가사 노동에서 해방되는 날로 국가 기념일이다. 그 밖에 캄보디아, 중국, 북한, 몽골, 네팔은 3월 8일을 공휴일로 정해 여성 인권신장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날을 기념하고 있다.

한편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아무리 많은 변화가 있다 해도, 전업주부든 직장여성이든 여전히 가부장적인 틀 속에서 아내로, 며느리로, 어머니로, 직장여성으로 살면서 알게 모르게 차별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세계여성의 날이 일부 여성운동가들이나 기억하는 날로 치부되고 있다. 그 가운데 국내 체류 중인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여성이라는 이유 외에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결 더 무거운 삶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다. 여성이주노동자들의 경우 가장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면서,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이주노동자에 비해 소수라는 이유와 최근의 다문화 열풍 속에서 결혼이주민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상대적으로 우리사회의 관심을 사지 못하는 '소외의 고착화'를 경험하고 있다. 반면, ‘여성 이주노동자’의 소외와 차별과 달리 다문화 열풍 속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은 그나마 한국사회의 구성원임을 알리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 역시 노동자로서의 삶을 살아갈 존재들이다. 그런 점에서 결혼 이주여성에게만 관심을 갖고 여성 이주노동자를 외면해 버리면, 결국 다문화라는 허상 속에서 결혼이주여성들도 구조적 차별에 갇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여성 이주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살피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살피고 보살피는 일이며, 여성 인권신장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게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