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례 기자의 세상사는 이야기>

우연한 기회에 한 장례예식장을 방문, 지역에서 10년 가까이 장례예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을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날도 망자는 있었고 장례식장은 분주하기만 했는데 망인에게 입히는 수의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낮게는 8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했는데 한번 세상에 태어났다 저 세상에 가는 망자에게도 수의가격 만큼이나 다양한 차별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물질만능의 세상이 되면서 배금주의가 팽배하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망자에게도 남겨 놓은 재산이 있고 없고에 따라 대우가 다르다는 얘기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남자요 돈 없이 죽으면 죽어서도 대우 못 받아요” “돈 없이 죽으면 마누라들이 이놈에 인간 죽어서도 속 썩인다”며 원수니 악수니 하고 “욕을 욕을 퍼붓고 장례용품도 이것저것 생각할 필요도 없이 제일 싼 것만 찾아요” “남자는 돈 없으면 아무 쓸모 없는 인간으로 구박만 받는 게 요즘 세태라니까요”

이런 저런 얘기를 들으며 새삼 대한민국의 남자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봤다. 어려서는 남자라는 이유로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고 아파도 용감한 척해야 하며 청년이 되어서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병역을 치러야 하는 남자. 그리고 결혼을 해서는 가정을 위해서 직장에 매달려야만 하는 남자. 여권신장의 위세에 눌려 퇴근을 해서도 부인 눈치를 살펴야 하고 어쩌다 술이라도 한 잔 얼큰히 마신 날에는 쥐 죽은 듯 숨을 죽이며 현관문에 들어서야 하는 남자. 또 나이를 먹어 직장에서 퇴직 당한 뒤 돈벌이를 못할 경우 식구들에게 쓸모 없는 인간대접이나 받아야 하는 불쌍한 남자.

남자는 돈이 있어야 여자에게 사람대접도 받고 남편대접 받으며 죽어서도 대접받는다는 말을 들으며 지극히 단편적인 얘기일지라도 이런 세상 현실이 너무 슬펐다.

세상은 여전히 남자가 지배하고 있고 남자가 있어야 돌아가는 세상이며 한 가장으로서 남편의 존재는 너무도 소중한 상대인데… 여자들이 돈만을 숭배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세상은 없어지길 바라며 지고지순한 사랑과 측은지심이 꽃피는 사회가 되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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