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듣고 말해요

잘 들리지는 않지만 하모니카 연주는 너무 즐거워

노인이나 장애인들에게 조그만 희망이 되고 싶어

치매예방, 천식, 심폐운동에 최고

[평택시민신문 조호기 기자] 신장2동 김문자(74세)씨는 2000년경 심장질환으로 쓰러져 몸이 마비가 된 적이 있다. 15년이 지난 지금 몸은 거의 회복되었지만 그때 잃은 청력은 돌아오지를 않아 현재는 사람입모양을 봐야만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심한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그런 김씨가 요즘 흠뻑 빠져있는 취미가 있는데 바로 하모니카다.

음악은 연주하는데 있어 청력이 매우 중요한데 김씨는 어떻게 하모니카를 연주할 수 있을까? “사람목소리는 잘 안 들리는데 하모니카소리는 들려요” 아무래도 음악이 가지고 있는 울림이 전달되나 보다.

김씨는 서울에서 살다가 평택에 이사를 왔는데 우울증과 울렁증이 심해 동사무소에 가서 소일거리를 찾다가 신장2동에서 하모니카반을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등록하게 된다. 거기서 김씨는 인생 최고의 취미를 찾게 된 것이다.

“그동안 국악도 하고 아코디언, 노래교실도 하는 등 많은걸 해왔는데 하모니카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간편하게 다루기 쉬운데다가 또 하모니카는 부르면서 숨을 쉬고 하니까 심폐도 좋아지고 치매예방도 된다고 해요. 천식, 코골이에도 좋다고 하니 여러모로 너무 좋습니다. 자격증도 20개쯤 있어요. 안 배운 게 없는데 하모니카가 제일 유용한 것 같아 누구나 배웠으면 좋겠어요” 김씨의 하모니카 예찬론은 끊일 줄을 모른다.

나이 드신 분이나 장애인에게 조그만 희망 되고 싶어

신장2동 주민자치센터에서 하모니카를 가르치는 장만수씨는 소문난 하모니카 강사이다. 전국을 다니면서 강의도 하고 제자들을 가르친다는 장만수씨에게는 특이한 제자들이 많다. 104살 되신 할머니 제자는 스타킹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간 적도 있고 84살 먹은 어떤 할머니 제자는 하모니카를 배운 뒤 다른 치매노인들이나 강원도 탄광촌까지 봉사를 다닌다고 한다.

“다양한 제자들을 배출해봤는데 김문자 할머니 같은 경우는 매우 특이하다고 봐야죠. 소리를 잘 못들으시는데 하모니카를 연주하시니까요. 지금은 처음 배우시는 거라 좀 서투시지만 시간이 지나면 멋진 하모니카 연주자가 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럼 김 할머니가 원하시는 봉사도 다니실 수 있겠지요.”

하모니카를 부르니 내 세상인 것 같다는 김 할머니는 그만큼 꿈도 크다. 어느 정도 실력이 되면 남들에게 자신의 하모니카 연주로 즐거움도 주고 장애인이나 나이 많은 사람도 배우면 된다는 희망도 주고 싶다고 말한다. ‘튼튼한 병아리가 멋진 씨암탉이 된다’고 강의실 칠판에 적혀있는 것처럼 김 할머니도 멋진 하모니카 연주자가 되어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과 희망이 되는 씨암탉이 되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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