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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순환농업센터소장       

[안성]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는 것 같다. 누가 출마하는가? 누가 당선될 것인가? 사람에 대한 관심이 높은 탓인지, 안성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기획하는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안성을 위한 마스터플랜이나 리스크를 걱정하는 소리는 듣기 어렵다. 안성은 지리적으로 보자면 교통문제, 산업 구조적으로 보자면 공업과 농축산업의 문제, 삶의 잘 향상 측면에서의 복지문제, 보편적인 과제인 일자리와 교육문제 등 다양한 현안 과제들이 있을 것이다.

 

8년 전인 2006년부터 우연히 자연순환농업을 알게 되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면서 자연순환농업의 이론과 현장을 목도한 필자로서는 (자연순환농업 차원에서 보자면)지금 안성이 커다란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진단할 수밖에 없다. 자연 순환의 생태계가 심하게 파괴되었고, 그 재앙이 이제 목까지 차올라와 있고, 안성이 그 재앙의 진원지의 하나로 지목될 개연성이 매우 높은데, 안성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자칫 안성의 브랜드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위험이 많다.

지난해인 2013년 12월 16일, 전주 MBC 방송은 다큐멘타리 ‘육식의 반란 2-분뇨사슬‘을 방영하였다. 이후 이 프로그램은 OBS를 비롯한 다른 방송을 연이어 타고 있으며,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전주 MBC의 유룡 PD는 지난 1월 27일 방송기자연합회로부터 “생생하고 충격적인 고발”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방송계 최고 권위의 ‘2013 한국방송기자대상’을 심사위원 전원 일치로 수상하였고, 이에 앞서 ‘제 280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경제보도 부문과 ‘2013년 한국방송기자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금 인터넷 각 사이트나 블로그에서는 이 동영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다양한 시청 소감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인터넷 포탈에서 ‘분뇨 사슬’을 치면 쉽게 볼 수 있다.

인류는 태초부터 적어도 6천년 이상을 먹고 → 싸고 → 토양에 환원하고 → 작물을 키워서 → 다시 먹고 → 싸고 하는 자연순환 생태계를 보존해왔다. 그런데, 독일의 리이비히를 중심으로 한 화학자들이 화학 비료를 개발한 것은 1800년대 중반인 불과 150년 전쯤이었다.

화학비료 사용은 증산을 가져왔지만, 토양의 미생물 발란스를 파괴하였고, 토양은 고화-산성화되었으며, 유해균과 해충의 창궐로 농약 사용이 불가피해졌던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6천년 이상 자연순환을 가능케 했던 천연비료 제조 공장이었던 ‘두엄’이 사라지고, 인분과 축분은 함께 바다에 버려졌다. 국제적인 압력으로 해양 투기가 금지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분뇨 사슬’ 프로그램은 농축산 선진국이라는 네덜란드와 미국에서 분뇨가 어떻게 생태계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지, 그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하수와 하천이 오염되고, 토양이 황폐해지면서,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현장을 보여준다. 분뇨 문제 해결을 위해서 사육 두수를 제한하라는 요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OECD는 다음 차례가 바로 대한민국임을 수차례 경고해왔는데, 우리는 오히려 태평하다. 안성은 수도권에서 축산이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도시다. 청미천과 죽산천 등은 2천만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를 공급하는 팔당 상류의 큰 하천이다. 팔당 상수원 보호가 주된 임무인 한강유역환경청의 진단에 의하면, 청미천과 죽산천 등의 축분과 비점오염 (화학비료, 농약 등) 등이 수질 악화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지금 안성에서 생산되고 있는 분뇨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해양 투기 금지로 바다로 못 간다면, 토양과 하천으로 가고 있다는 말이지 않는가?

안성의 토양과 하천이 분뇨와 화학비료, 농약으로 죽어가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조만간 친환경 생태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안성이 자연 순환 생태계를 파괴하는 진원지라는 오명을 덮어쓸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삶의 터전인 환경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데, 정치, 경제, 교육, 문화, 교통이 무슨 대수인가? 자연순환농업을 하자는 것은, 단순히 분뇨를 좋은 비료로 만들어서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친환경 고품질 농작물을 생산하자는 의미를 넘어서서, 자연 생태계를 살리는 길을 찾자는 것이다. 분뇨 문제가 축산인들 만의 문제가 아니고, 화학비료와 농약 문제가 농업인들만의 문제가 아님은 명백하다. 화학비료, 농약, 항생제를 쓰면 안 된다. 분뇨 자원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더 늦기 전에 지금 ‘안성 의제’로 다루어야 한다.

자연 순환 생태계 파괴의 실상이나 폐해 그리고 해법에 대해서, 안성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알아보고, 토론하고, 고민하고, 답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 자치안성신문 발언대 기고로 올려진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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