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도시공사가 포승2산단을 민간개발사업자와 같이 추진하면서 엄청난 재정적인 손실을 초래해 지난해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았지만 이에 대한 의혹이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감사원이 2013년 12월 16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평택도시공사는 2011년 9월 22일 우양HC와 공동 출자해 설립한 SPC(특수목적법인)로 하여금 사업비 2130억 원을 대출받도록 채무보증을 서 포승2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포승2산단 조성사업은 원래 우양HC가 필요한 공장용지를 직접 개발하기 위해 2010년 2월 26일 경기도로부터 개발계획을 승인받아 추진해왔고, 그 과정에서 사업비를 조달하지 못해 75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상태에서 같은 해 10월 13일 포기했었다. 그런데, 평택도시공사가 우양과 같이 SPC를 설립하고 이 사업을 같이 추진함으로써 이미 발생한 75억 원의 부채를 떠안는 꼴이 됐다.

문제는 평택도시공사가 이런 과정에서 이사회에 보고하거나 의결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 공사 간부 A처장이 SPC의 설립에 직접 간여하고 그 후 채무보증을 제공해 2130억 원을 대출받도록 했다. 2130억 원의 대출금은 2011년 평택도시공사 1년 예산의 두 배가 넘는 236.9%에 해당되는 금액이었다. 이 같은 채무보증을 하거나 사업위험을 전부 부담하는 중요한 방침을 결정할 때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공사 정관에 명시돼 있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공사 간부 한 사람이 이토록 엄청난 일을 벌였고, 당시 사장이었던 장아무개 씨에게 보고하고 결재를 받았다는 것이다. 장 사장은 2011년 10월 31일 개인적인 사유로 사퇴했다.

게다가 A처장은 대출을 받으면서 금융비용을 최소화해야 함에도 B투자증권이 요구하는 대로 높은 이자와 금융자문수수료까지 지급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사채 발행금리 4%로 금융비용을 최소화해야 함에도 B투자증권이 요구한 대로 2011년 9월 24일 1580억 원의 대출금 약정을 체결하면서 6.75%의 이자율로 선이자 168억6116만 원과 별도로 7억3140만 원의 금융수수료를 지급했다.

또 2011년 11월 10일 550억 원의 대출약정을 체결하면서 당초 제시된 대출 이자율 6.75%보다 1% 더 높은 7.75%의 대출이자율을 적용해 선이자 79억7600만원을 공제하도록 하고 금융자문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4억7500만 원을 추가지급하도록 했다. 또한 ‘대출 및 금융자문계약’을 체결한 C증권주식회사로부터 아무런 금융자문을 받지 않았음에도 2011년 11월 4일 C증권에 1억1000만원을 지급했다. 그 결과 실제로 SPC 앞으로 입금된 금액은 1869억여 원밖에 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공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을 경우 2년간 최대 149억여 원의 비용을 부담하면 되는데 A처장은 262억여 원의 금융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업무를 처리해 결과적으로 113억 원의 부당한 추가부담을 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신동아건설과 공사계약을 체결하면서도 정당한 공사금액 409억 원보다 30억 원 더 높게 439억 원을 책정해 시공을 맡겼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재정적으로 끼친 전체 손실액만 계산해도 218억 원이나 된다. 이처럼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대한 문책으로 감사원은 평택도시공사 앞으로 보낸 공문에서 A처장에게 정직 처분할 것을 권고했다.

평택도시공사는 평택시가 설립한 공기업인데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지역개발과 관련된 각종 사업을 성실히 하라고 일을 맡겼지 거래처에 듬뿍듬뿍 돈을 쥐어주면서 마구 선심이나 쓰고 다니라고 설립한 공기업이 아니다. 감사원의 지적대로라면 A처장은 2개월 정직이 아니라 당장 해임을 시키고 재정적으로 입힌 손실까지 물어내도록 조치하는 것이 옳다. 자기 돈이 아니라고 그렇게 혈세를 함부로 낭비해도 되는가.

그러나, 과연 A처장이 그렇게 무모하고 무식한 사람이어서 혼자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이에 대해 의아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적어도 20여 년간 성실하게 공무원생활을 했던 사람이다. 다시 말하면 공직사회의 생리를 잘 아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자기분수를 넘는 일을 함부로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비록 평택시 산하의 공기업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중간관리자의 위치에서 그는 여전히 자신의 직무에 맞게 처신해야 함에도 독단적으로 수천억대의 금전을 마음대로 주물렀다는 것은 그의 배후에 거부하기 힘든 어떤 세력에 의해 조종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데 생각이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A처장은 한낱 깃털에 불과하고 몸통은 따로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세간에서 제기하고 있는 의혹이다. 그런데 그 몸통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모든 잘못은 오로지 A처장이 뒤집어쓰고 있다.

도대체 몸통은 누군인가? 평택시는 대답해야 한다. 지금 평택시민들은 몹시 분노하고 있다. 엊그제 성균관대유치촉구시민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은 검찰청에서 이에 대해 진실을 철저히 밝혀달라고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시민들이 그토록 원하는 브레인시티 조성사업과 성균관대 유치사업에는 소극적이면서 민간개발사업인 포승2산단에는 왜 평택시가 끼어들어 2130억원의 채무보증을 서주고 금융기관에는 금융자문수수료를 후하게 지급했는지, 또 공사비는 왜 과다하게 책정해 도급계약을 체결했는지 사법 당국은 수사를 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런데,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해야 할 평택시의회가 왜 이렇게 잠잠한지 모르겠다. 산업건설위 소속의 한 시의원은 이에 대해 기자의 질문을 받고 검찰이 내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회는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뿐이라고 대답했다.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검찰의 수사와는 별개로 평택시의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자체적으로 조사특위를 꾸려 명쾌하게 진상을 밝혀야 할 의회가 집행부를 봐주고 있는 것인지, 지방선거가 코 앞에 다가와 귀찮은 일을 하기 싫어서인지 알 수가 없다. 만일 시의원들이 무기력한 모습으로 직무유기를 한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민들로부터 가혹하게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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