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초 안양에서 활동할 때 나는 하아무개 전 안양시의원에 의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했다. 3선이었던 하 씨는 안양시공무원노조로부터 ‘불량시의원’으로 낙인찍힐 만큼 사업을 하면서 거의 상습적으로 고액의 세금을 탈세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시민들을 속여서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입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인물로 지난해 8월 소속 정당에서 제명을 당하고 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서도 자체 조사를 거쳐 끝내는 본회의에서 제명을 당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우선 시의원들이 같은 배를 탄 입장에서 동료의원을 심판하고 깊은 바다를 향해 떠밀어내는 것이 인간적으로 매우 난처한 일이었다. 이에 안양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시의회를 향해 줄기차게 그의 제명을 요구했고, 특히 그를 감싸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서는 다음해에 있을 선거에서 낙선운동를 벌이겠다고 위협을 가했다. 그래서 시의회 윤리특별위에서는 그의 제명을 의결하고 지난해 10월 초에 본회의에 상정했다. 그러나 한때 같은 당 소속이었던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또 다시 안양시의회는 시민들로부터 거센 항의와 비난을 받아야 했다. 특히 똘똘 뭉쳐서 반대를 했던 민주당 시의원들은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엄청난 공분을 샀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가까스로 살아남은 하 의원을 끝까지 끌어내리기 위해 또 다시 빌미를 찾았다. 그것은 하 의원이 시의회 관할구역 밖인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로 이사해 살면서 지역구에 위장전입한 사실과 거액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데다 세비조차 가압류된 상태에서 자신의 자동차를 타인의 명의로 등록해 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시의회에 제명처리를 요청했다. 시의회 윤리특위는 다시 조사에 들어가 윤리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11월 중순 본회의에 징계건을 상정했다. 이번에도 민주당은 완전히 찬성하지 않았다. 9명의 민주당 의원들 중 3명만 돌아서 찬성했다. 다행히 전체 22명 중 3분의2 정족수에 해당하는 15명을 간신히 채웠다.

나는 그 과정을 줄곧 지켜보고 취재하면서 충실하게 보도하려고 애썼다. 정의당 소속의 한 여성의원이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하 의원을 반드시 제명시켜야 할 당위성을 소신있게 주장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별도로 인터뷰를 청하기도 했다. 손정욱 안양시의원으로 그녀는 기자의 인터뷰에 쾌히 응하면서 동료의원을 제명하는 일이 결코 즐거울 리 없지만 윤리를 위반한 사실이 명확히 드러난 이상 계속 눈감아 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그가 제명될 때까지 자신이 총대를 메고 앞장서겠다고 했다.

나는 그녀의 소신발언을 그대로 정리해 당시 몸담고 있던 지역신문에 크게 보도를 했다. 그러나 다른 지역신문들은 하 의원이 제명되는 일련의 과정을 소극적으로 보도하거나 비중있게 취급하지 않았다. 어떤 신문은 하 의원을 감싸는 듯한 태도로 보도하면서 그의 제명처리에 적극 참여한 새누리당과 정의당, 무소속 의원들의 윤리의식을 문제 삼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후 시의원직을 상실한 하 씨가 기자와 신문사 사주를 상대로 ‘출판물에의한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가서 조사를 받아보니 피고소인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비방할 목적으로 손 의원과 인터뷰를 했고, 시의회에서 고소인을 제명의 사유로 삼은 것도 모두 사실이 아니어서 신문에 허위보도를 했다는 것이 고소인 측 주장이었다. 정말 터무니없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시민사회단체의 문제제기, 시의회의 의결과정, 손정욱 시의원의 발언과 특별인터뷰 등을 통해 모든 과정을 소상하게 보도했을 뿐이었다. 하 씨의 윤리위반죄도 시민사회단체가 제시한 근거와 주장, 시의회의 조사와 확인, 의결 등을 거쳐 드러난 사실을 보도했고, 그것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자신의 입장과 배치된다고 언론사가 허위보도를 했다고 하는 것도 어불성설이었다. 손 의원도 역시 고소를 당했다.

경찰에서 1차 조사를 받은 후 나는 연말에 그 신문사를 떠났고, 새해에는 평택시민신문으로 직장을 옮겼다. 한동안 잊고 있던 중 지난 1월 중순 안양동안경찰서에서 ‘수원검찰청 안양지청에 송치했다’는 담당 경찰관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또 먼 거리를 달려가 1~2시간씩 조사를 받아야 하나 성가신 생각에 잠깐 우울했다. 무고한 사람 하루 생업을 못하게 하니 원망스러울 뿐 죄가 될 우려 때문이 아니었다. 그러나 곧 결백이 증명됐다. 얼마 후 집에 차례로 날아온 경찰서와 검찰청의 통지서는 ‘죄가 안됨’이라는 처분결과였다. 손정욱 안양시의원도 그렇게 처분결과를 통보받았다고 한다.

언론이 다 좋은 일만 보도할 수는 없다. 불미스러운 일도 제대로 알려서 경각심을 고취시켜야 할 사회적 책임도 있다. 그러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실보도인지 터무니없이 날조해 어느 누구를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 쓴 기사인지 잘 헤아려서 ‘출판물에의한 명예훼손죄’의 여부가 성립되는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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