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군포시의 슬로건은 ‘책읽는 도시’이다. 그래서 시는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책에 두고 시민들이 한 권의 책이라도 읽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단순히 말과 구호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시청의 조직 속에 아예 독서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부서를 만들었다. ‘책읽는군포실’이 그것인데 5급 사무관을 실장으로 앉히고 몇 개의 팀으로 나눠 대시민 홍보와 독서 장려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역점시책사업인 ‘책읽는군포’를 위해 시가 벌이는 주요 행사로는 독서골든벨, 밥이 되는 인문학강의, 책읽는도시 심포지엄, 전국독서토론대회, 책축제 등 초·중·고생을 비롯해 대학생과 공무원, 일반 주민들까지 전 시민을 대상으로 연중 실시한다. 적극 참여해 성과가 우수한 개인이나 단체에게는 푸짐한 상이나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책을 읽음으로써 교양을 쌓는 것도 큰 유익이어서 얻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를 비판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교육지원청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야 할 일인데 왜 자치단체가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낼 수도 있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개발사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화려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자치단체나 단체장이 마땅히 해야 할 일 같은데 시민들에게 책이나 열심히 읽으라니 무슨 얼빠진 소리인가 싶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요즘 난폭하고 정서가 메마른 시대에 이것만큼 좋은 정책이 어디 있을까. 그렇다고 시가 각종 산업이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발전을 위해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책을 읽고 소감을 나누는 문화를 적극 권장함으로써 시민들의 삶의 질이 정서적인 균형을 갖추면서 높아지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덩달아 군포시의 대외적인 이미지도 훨씬 좋아졌다.

기자는 지난 한 해 동안 군포시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김윤주 군포시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초등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이다. 그런 그가 인구 30만 명의 군포시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독서를 통해 가능했다. 비록 정규학교에서 다양한 과목의 교과서를 배우지는 못했지만 그는 많은 책을 읽으며 교양을 쌓았고, 인격을 수양했으며, 지도자로서 필요한 덕목을 배웠다. 그래서 그가 대학을 나오고 대학원까지 나온 사람들을 이기고 시장이 된 것이다.

서울대 총장을 지낸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부르짖는데 대해 매우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주장하면서 창조적인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독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고를 창의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물을 다른 시각에서 보는 것이 필요하며, 그 출발점이 질문이고, 질문은 호기심이 생겨야 가능하며, 호기심은 독서에서 비롯된다는 논리를 제시한다. 그래서 그는 서울대 총장시절 학생들에게 독서를 매우 강조했다는 사실을 회고했다. 우리나라는 첨단적이고 원천적인 기술이 부족해 외국에서 가져와 개발하는 것은 잘 하는데 이제는 그 반대가 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외국의 원천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제는 원천기술을 연구해 로열티를 받아내고 수출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하는 창조경제라는 것이다.

다행히 평택에서는 평택시민신문과 평택시립도서관이 함께 하는 ‘한 책 하나되는 평택’이 올해도 8년째를 맞아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평택시민신문에서 꾸준히 좋은 책을 소개하며 저자초청 강연도 하는 등 시민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책 읽는 평택시, 책으로 문화축제도 할줄 아는 평택시로 거듭나는 공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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