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大器晩成) (사)한국전통민요협회 평택지부와 한소리 예술단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서정적 표현을 명쾌한 소리로 풀어내는 경기민요는 197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로 지정됐다. 평택은 경기민요 이수자인 박향임(54) 씨가 2007년 (사)한국전통민요협회 평택지부를 인준 받으며 부흥의 계기를 마련했다. 20여 년 경력의 박 지부장은 지역 국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사)한국예술인총연합회 경기도연합회로부터 경기예술대상 국악대상을 수상하며, 그 빛을 보게 됐다.

성악단원에서 국악가로
박향임 지부장은 사실 성당 성가대에서 솔리스트로도 활동한 경력이 있는 서양음악가였다. 그런 그녀가 국악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20여 년 전이었다. 대한항공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며 성당뿐만 아니라 사내 합창단까지 왕성한 활동을 해오던 박 지부장은 결혼하며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첫째 딸을 출산한 후에도 계속 노래를 부르고 싶었지만, 출산의 여파와 나이라는 제약으로 성악활동을 오래 할 수 없음을 느꼈어요”. 음악에 대한 열정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관심이 많았던 우리 옛 소리 국악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30대 중반이라는 늦은 나이에 접한 국악의 길은 그리 녹록지 않은 여정이었다.

늦은 시작, 험난했던 여정
처음 국악을 배우기 시작한 박 지부장은 2~3년간은 이곳저곳을 떠돌며 국악의 기초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성악을 오랫동안 해오긴 했지만, 늦은 나이에 국악이라는 부문에 뛰어들다 보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어린아이들은 스펀지가 물 빨아들이듯이 쭉쭉 흡수하는데, 저는 그렇지 못했었죠”.
본격적인 국악인의 길을 걷기 위해선 훌륭한 스승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녀는 경기민요 보유자인 이춘희 선생을 찾아가 그 밑에서 민요를 배우게 됐다.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답게 이춘희 선생의 지도는 엄격했고, 그만큼 더욱 피나는 노력이 수반돼야만 했다.
“매일 같이 선생님께 혼나고, 그만두라는 말까지 듣고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여러 번이었어요. 그래도 국악, 경기민요가 너무 좋아서 그만둘 수는 없었어요”.
늦은 나이에 새로운 길을 택하며 어려운 점은 그뿐만 아니었다. 국악을 배우며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던 그녀는 개인적인 사유로 남편과 각자의 길을 걷게 됐고, 두 남매를 혼자 키우게 됐다. 이후 노래를 업으로 삼아 어린 남매를 키우기 위해 활동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고, 현장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끼니를 때우기 일수였다. 국악에 대한 사랑으로 힘든 시간을 버텨온 그녀는 2005년 문화재관리국의 엄정한 이수자 심사를 거쳐 이수자격을 획득했다. 또한, 박 지부장의 장성한 딸 역시 성악가의 길을 걸으며, 모녀가 동·서양 음악의 길을 나란히 걷게 됐다.

한소리예술단의 태동

2005년 이수자로 등록된 후 박 지부장은 평택 지역 내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경기민요의 대중화를 위해 박향임 국악예술원을 설립해 꾸준히 강습을 펼치고, 각종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공연을 해왔다. 그 결과 2007년 (사)한국전통민요협회 평택지부가 인준됐고, 평택지부 회원을 모아 ‘한소리예술단’을 출범하게 됐다.
2008년부터는 시민이 더 가까이서 경기민요를 접할 수 있도록 매년 정기공연을 개최하고 있다. 공연 개최 5년 차를 맞이하는 올해도 오는 11월 6일 남부문예회관에서 ‘국악의 대향연’이라는 제목으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관련기사 12면) 특히, ‘한소리 예술단’의 공연은 전통 경기민요만이 아니라, 성악, 비보잉, 타악, 한국무용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수준 높은 무대로 정평이 나 있다. 또, 사회공헌을 위해 10년간 청북요양원에서 재능기부 봉사를 해오고 있으며, ‘찾아가는 우리문화’라는 명칭으로 지역의 요양원, 노인대학 등에서 경기민요 강습과 공연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화성시까지 출강 갈 정도로 활동영역이 넓어졌다.
박 지부장과 평택지부, 한소리예술단의 활발한 활동으로 인해 그녀는 2012년 경기예술대상 국악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게 됐다. 평탄치 않은 인생을 걸어온 그녀의 노력이 결실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 2010년 제2회 정기공연에서 한 무대에 오른 박향임 지부장(첫 번째 줄 왼쪽)과 이춘희 선생(첫 번째 줄 오른쪽)
평택 최초 아마추어 국악경연대회 개최
국악의 대중화에 앞장 서온 그녀는 이제 보기만 하는 국악이 아닌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노후 여가로서의 기틀을 잡기 위한 모험을 시도한다. 평택 최초 아마추어 국악경연대회인 ‘제1회 평택 은빛 전국 민요 경연대회’를 11월 6일 개최하는 것이다. (관련기사 12면 제5회 국악의 대향현 참조)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으로 민요 강좌를 많이 다녀보니, 어르신들의 국악에 대한 관심도가 무척 높고 그 인구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런데 막상 열심히 배운 노래를 부를 기회는 많지 않더라고요”.
노인들의 국악에 대한 욕구와 목표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평택지부 자체적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그녀는 앞으로 은빛경연대회의 활성화를 제1목표로 삼고, 지역사회의 봉사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평택에서의 활동은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갈 길이 멀지만, 더욱 열심히 활동해서 언젠가는 평택의 모든 시민이 민요 한 곡 정도씩은 부를 수 있게 되는 것이 저의 꿈이에요”.
늦은 나이에 시작해 20여 년간 순탄치 않은 국악의 길을 걸어온 박향임 지부장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제 시작하는 국악경연대회와 한소리예술단의 모든 활동이 더욱 성장해 나가길 기원한다.
황영민기자 youngmin@pt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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