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구치소 교정위원 이승정씨

작은 철창을 사이로 세상과 차단되어 있는 수용자들에게 따뜻하고도 작은 정을 보낸다. 이제까지 잘못 살아왔다는 그들에게 교화의 손길을 뻗쳐 좌절의 늪 속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삶의 의미와 스스로의 가치를 되심어 준다. 바다처럼 넓고 하늘처럼 높은 부모와도 같은 마음이 전해진다.

합정동 혼수 및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동화상사'의 이승정(평택성당 카톨릭 신자·53)씨는 정부가 법정기념일인 교정의 날로 지정한 지난 10월28일 법무무 연수원에서 개최된 '제1회 교정의 날' 기념식에서 그동안 수용자 교정교화에 현신 봉사한 교정위원으로 공로를 인정받는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큰 상입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하는 이승정위원은 옆에서 아무소리 않고 도와준 부인 정희채(52세)씨에게 고마움의 미소를 보낸다.
이위원이 교정교화의 봉사를 시작한 지도 만 6년이 되어 간다. 40대 초반 군에 가 있던 아들이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있었던 때를 잊지 못한다.

얼마나 간절히 빌었던가! "내 아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자신의 목숨을 가져가도 좋으니 꼭 살려달라고......". 그때만큼 간절한 적이 없었고 세상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실지로 자신이 죽음의 문턱까지 간 기분이었다.

다행히 수술 후 아들은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으며 그때부터 그냥 저냥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반성했다. 새로운 인간으로 새 삶을 살겠다고 부인에게 약속했다.
그 다음부터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 부인을 비롯한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는 일은 하지 않았고 결심하고 성당에 다니면서 하느님의 말씀대로 살았으며 그 말씀을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전했다. 평택 구치지소에서 하는 교정교화의 일도 그 중의 하나다.

일주일에 두 번 수요일과 금요일 이승정씨는 어김없이 평택구치소로 발길을 옮긴다. 이날은 무슨 일이 있어도 구치소로 간다. 한 번도 게을리 한 적이 없고 빠진 적이 없다. 무슨 일이 생길라치면 그 날 그 시간은 꼭 피한다.

갈 때는 수용자들과 나누어야 할 음식을 꼭 준비한다. 이 비용은 평택구치소 후원회에서 모은 기금으로 쓸 때도 있고 모자라면 자신의 주머니를 털기도 한다.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할 때는 부인 정씨의 끊이지 않는 손길도 필요하다.

구치소로 간 그는 천주교 교화 종교위원으로 천주교에 관심 갖는 사람들을 모아 하느님의 말씀과 성령을 전하고 사회에 적응하기에 필요한 여러 가지 말들을 조목조목 알려준다. 교리상식, 사회상식, 사회경험담 등을 통해 배척되고 버림받은 수용자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생의 가치관을 확립'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나의 삶과 존재가 타인에게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할 것과 자기 자신이 종이 되는 삶이 아니라 마음의 주인이 되는 삶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자신의 교화를 통해 해 준 말을 가슴에 담고 산다는 퇴소자들의 편지를 받았을 때나 고마움을 잊지 못해 헌금을 전해줄 때는 가슴 뭉클함과 함께 삶의 보람이 겹쳐진다.

보람도 있지만 안타까움도 많다. 퇴소후 자신을 찾아와 도와달라는 사람들이 종종 있을 때 현실적으론 참으로 어렵고 너무 잘해 주면 스스로 자립하는 것에 방해가 될까봐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이위원은 재소자 교화뿐만이 아니라 독거노인들도 도울뿐더러 다른 사람들이 기피하는 죽은 사람들의 시체를 씻고 염하는 것도 봉사한다. 어떻게 하면 노인들이 무료양로원에서 생활할 수 있는지 백방으로 알아본다.

잊지 못하는 안정리의 한 할머니가 있다. 7∼8년 전의 일이다. 오갈 데 없는 할머니를 무료양로원에 입소시켰을 때 그 할머니의 주머니에서 나온 한 주먹의 돈 뭉치. 자신은 이제 이 돈이 필요 없다며 너무너무 고맙다고 이위원에게 전했다. 대략 1∼2백 만원이 되는 돈은 그 할머니의 전 재산인 것이다. 받을 수 없다했지만 한사코 받아달라는 할머니 요청에 받은 돈 그대로를 양로원의 수녀에게 전달했다.

"평생 타인의 전 재산을 선물로 받아 보았습니다.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다는 봉사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으며 앞으로 내가 하는 일이 그들에게 상당히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고 그 때의 일을 회고하며 남은 여생 끝까지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 것이라 말한다.

이위원은 자신이 도와준 사람들을 도와주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마음속에 궁금한 사람은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찾아본다. 그 때 받는 기분은 또 다른 느낌이다.

찾는 누군가가 있으면 새벽에 자다말고도 부랴부랴 나가는 이위원은 오늘도 자신을 기다려주는 구치소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의 발걸음 속에는 희망과 사랑이 그득하고 그것은 소외되고 어려운 누군가에게 전달될 몫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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