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불법 폐기물 사태·브레인시티사업 표류
쌍용차 갈등·유천취수장 갈등·왜곡된 고교 입시 현장 등
연초부터 주요 모순과 현안 한꺼번에 터져 답답한 현실
깨어 있는 시민의식이 평택 미래 밝힐 것

 

▲ 김기수 <발행인>

1. 2013년 계사년 새해 벽두부터 평택지역 사회를 흔드는, 지금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평택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 미군기지 불법 폐기물 사건에 이어 브레인시티 사업 표류 문제, 쌍용자동차 사태, 안성과 유천취수장 갈등 문제, 고교입시 대거 탈락 사태 등 심각한 사안들이 한꺼번에 터지고 있다. 물론 이 사건이나 현상들이 연초에 갑자기 발생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혜와 풍요, 다산을 상징한다는 뱀의 해가 되자마자 우리를 답답하게 하고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여러 사건들의 소용돌이를 보면서 우리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평택은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 심각하게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연말 미군기지 이전공사 현장의 폐기물이 불법으로 인근 논과 밭에 다량으로 불법 매립된 것이 관계자들의 폭로 등으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시민들이 경악했다. 처절했던 미군기지 통합 평택 이전 반대 운동을 제압하며 기지 공사가 진행될 때만해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불법 폐기물 매립이 정부가 진행하는 기지이전 사업에서 이루어지리라고는 꿈에도 상상을 못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평택시민의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 평택은 너무 조용하다. 시민들이 이 사건이 갖는 의미, 앞으로 미군과 공존해 나가야할 평택이 당면해야할 시련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 백주 대낮에 자행되었을 법한 불법적 사건이 갖는 심각한 의미를 아직 채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 충격적 사건들은 미군기지 이전이 가져다 줄 평택의 미래가 어떠할 것인가에 대한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워주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2.  한편, 연초부터 브레인시티 개발과 관련된 갈등이 최고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성대 유치를 중심으로 하는 브레인시티 개발 사업은 그동안 수없이 다루어졌고 평택시 당국과 경기도, 성균관대학교와 사업시행사, 재산권이 묶여 있는 해당 지역 주민들, 성대유치를 바라는 평택시민들의 입장과 주장이 얽히고 설켜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2월말까지 사업 구도가 확정되지 않으면 사업취소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는 풍문이 무성한 가운데, 서로 책임전가를 위한 명분 쌓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한 현실이 지속되고 있지만 똑같은 말만 메아리치고 있다.

전임 시장 때 무리하게 추진한 사업이며 시행사가 자금력이 없어 추진이 안 된다는 입장과 사업 당사자 가운데 하나인 평택시가 적극적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 되풀이되고 있다. 오죽 답답했으면 시민단체에서 감사원에 누구의 입장이 옳은 것인지 감사해달라는 시민감사 청구를 해 감사원에서 감사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이 사업이 안될 경우의 후폭풍을 깊이 염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내년 지방선거와 맞물려 브레인시티 사태는 평택사회의 뇌관으로 떠오를지도 모를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도시의 미래 경쟁력과 시민 모두가 행복한 평택은 한갓 구호가 되어 가고 있다.

쌍용차 사태는 어떤가. 지금 쌍용차 무급휴직자 복귀 문제와 쌍용차 국정조사를 놓고 정치권과 노사, 지역사회가 심각한 갈등과 대립을 노정하고 있다. 지난 4년 간 쌍용차 사태는 숫한 아픔과 고통, 갈등과 대립을 낳으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쌍용차 앞 철탑 농성이 70여일을 넘기고 있는 반면, 국정조사를 반대하는 지역시민단체의 움직임도 나타나면서 쌍용차 사태로 인한 지역 주민간의 갈등도 우려되고 있다. 과연 무엇이 쌍용차 사태 해결의 해답인지 답답할 뿐이다. 사태해결의 열쇠가 국정조사라고 주장하는 입장에서 볼 때, 모든 중간적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문제해결에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국정조사든 ‘2 플러스 4’ 방식이든 이해관계자들의 대타협과 상생만이 쌍용차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고 보지만, 그간의 갈등과 불신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쌍용차문제로 지역사회가 또 다시 갈등의 회오리에 빠져들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국정조사반대 시민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했던 평택시장에 대한 비판과 김시장의 갈팡질팡 행보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인근 안성시에서 유천취수장으로 인한 상수원보호구역 때문에 지역발전이 저해된다며 안성천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서 안성과 지역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수년전 진위천 상수원 보호구역 문제로 용인시와 홍역을 치렀던 평택은 이번엔 안성과 홍역을 치러야 하는가 생각하면 답답할 뿐이다. 이 문제로 평택과 안성이 이웃사촌에서 서로 극한적으로 대립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안성이든 평택이든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합의점을 찾아가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는 사태는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안성의 도를 넘은 듯한 주장도 문제이지만, 평택시가 평택시민 모르게 안성과 취수장 이전을 요구하는 안성의 논리에 휘말려들 수도 있는 연구용역 협약을 비공개로 체결했다는 점은 심각한 우려를 낳게 한다. 안성시는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렸고, 평택시는 쉬쉬했다. 평택시민이 화가 난 것은 왜 평택시 당국이 이처럼 중요한 사항을 시민에게 숨겼는가 하는 점이다.

올 한 해 상수원보호구역 문제로 평택과 안성이 대립하는 것이 불가피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이 또한 갈길 많은 평택의 입장에서 볼 때 답답한 현실이지만, 평택시민들은 평택시 당국이 평택시민의 젖줄인 유천취수장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해야 하는 형국이 된 것은 아닌지 씁쓸하기도 하다. 평택시 당국의 밀실행정이 비단 이번 사안뿐인가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평택과 평택시민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중대한 사안들이 밀실 속에서 결정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처사다.

또한 2013년도 고교 입시에서 237명의 학생이 대거 탈락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평택의 교육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어 오늘 우리의 현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있다. 237명의 학생이 탈락한 것은 사전 예측의 잘못이라고 쳐도 이후 탈락학생을 구제하는 과정에서 신설되는 비전 고등학교에 학생들을 대거 배정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평택지역 고등학교에 균등하게 학생들을 증원했다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지만, 소위 ‘잘나가는’ 평택고 등 5개 학교에는 학생 배정이 안되고 신설 학교에 학생들을 몰아넣은 것이다. 이는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고 비교육적이다.

다른 곳도 아닌 교육 당국에 의해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은 충격적이기도 하다. 이 같은 사태가 왜 이루어졌는가. 평택고 등 소위 ‘잘나가는’ 학교에서 대학 입시 성적 등을 고려해 이들 학생 배정에 강하게 반발했을 것이고 이를 교육청이 원칙에 입각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학부모들이 평택지역 고교 평준화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대학 입시 성적과 학교간의 과도한 입시경쟁이 탈락학생 수용 거부로 나타났고, 이를 교육당국이 제대로 통제하거나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이 많은 시민들의 시각이다. 경기도 교육청과 평택시교육청, 나아가 평택지역 고교 교사와 학부모, 평택시민 모두 이 사태를 심각하고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 우리 지역의 자화상이다. 비교육적 처사가 교육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다수의 시민은 무관심하다. 이 사태는 분명히 원인 규명이 되어야 하고 재발방지 대책이 분명히 나와야 하며, 근본적 방지책이 고교 평준화라면 당연히 고교 평준화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

3. 새해 들어 이처럼 많은 현안들이 터지고 있지만 무엇하나 제대로 해결되는 것이 없다. 정치인은 어디에 있는지, 특히 브레인시티 사업 등과 관련해서는 왜 국회의원의 목소리가 없는 것인지, 주요 현안을 놓고 왜 선출직 공직자들은 함께 사태 해결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인지 안타깝다. 무엇보다 이런 현안들이 정치인들에게 맡겨서 풀릴 수 있는 사안들인지도 의문이다.

평택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시민의 힘이 아닐까. 미군기지 불법 폐기물 사태의 바람직한 해결책, 브레인시티 사업의 정확한 현실 진단과 해결책 도출, 쌍용차 문제의 바람직한 해결책, 안성과의 유천취수장을 둘러 싼 갈등의 해결책, 평택 지역 고교 교육의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는 해결책. 이 모든 현안의 해결책은 어떻게 나올까. 누가 해결할까. 해답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한가지 명확한 답은 있다. 이 모든 문제들은 평택시민이 주인이 되어 나서지 않는 한 제대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깨어 있는 시민만이 평택의 미래를 밝게 할 수 있다. 희망은 평택시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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