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수 <발행인>

필자는 24일 밤 유로2012 8강전인 이탈리아와 잉글랜드의 경기를 오스트리아의 한 작은 마을에서 광장의 모니터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광장의 축구응원 문화는 유럽에서도 매우 발달되어 있는데, 비록 시골의 작은 마을이라도 그러한 문화를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성공한 지역언론의 역할과 그 비결을 찾고자 필자는 독일과 이곳 오스트리아의 지역언론을 취재하더 중 작은 지역에 와서 마침 유로2012를 접하게 된 것이다.

한국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작은 지역이라는 점에서 유럽의 일상적인 시민들의 문화를 접할 수 있어서 베를린이나 여타의 대도시에서 경험한 것과는 다른 현지 체험이었다. 경기는 열띠게 전개됐으나 득점없이 승부를 가르지 못해 승부차기 끝에 극적으로 이탈리아가 이겼다. 오스트리아 시민들은 밤12시가 다 될 때까지 각자의 팀을 응원하며 유럽 한여름 밤의 광장문화를 즐겼다.

난 이러한 현장을 함께 온 동료들과 같이 즐기면서도 내가 왜 여기에 왔나 하고 생각하니 즐거움 속에 나의 현 상황의 절박함과 어려움이 나의 가슴을 무겁게 한다.

나는 요즘 어려움에 처한 <평택시민신문>의 미래 전망과 나 자신의 삶의 방향을 고민하며 새로운 길찾기를 위해 이곳에 온 것 이다. 지금 <평택시민신문>이 처한 상황은 그리 녹녹치 못하다. 경기침체 등의 외적여건이나 급변하는 언론환경 등 많은 요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부 구성원들의 역할, 특히 신문사의 경영과 편집을 총괄하는 권한과 역할을 다 맡았던 발행인 겸 편집국장인 나 자신의 문제도 컸다. 16년을 매일매일 지역현장에서 씨름하며 몸과 마음도 많이 피폐해지고 힘도 고갈되어갔다. 그렇다고 쉬며 재충전할 여력도 없다.

이번 ‘길찾기’는 그래서 내게는 매우 소중하다.

이 시점에서 나는 자문해본다. <평택시민신문>이 지난 16년 동안 이 지역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왔는지를. 평택 사회에서 과연 지난 16년 동안 <평택시민신문>은 지역민들에게 어떠한 존재였을까. 지역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역할을 해왔는가. 근본적 질문을 던져본다.

비록 부족하고 모자란 모습은 있었어도 이 신문이 있어서 적어도 평택시민들은 이러한 역할을 하는 신문이 없는 다른 지역 시민들에 비해 조금은 더 행복하고 다행스럽지 않겠는가 생각해본다.

이같은 생각은 <평택시민신문>을 발행해왔던 구성원들의 자화자찬같고 스스로 자만하는 것 같지만, 그러한 자긍심과 자부심이 없었다면 왜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신문을 발행해 왔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평택시민들과 독자들이 어떻게 평가할지는 미지수다. 아마도 대체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쉬움도 많이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평택시민신문>은 지역사회에 꼭 있어야 할 신문일까 라고 질문을 던져보자. 그래도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인가?

그 반응이 긍정적이기를 필자는 기대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비슷한 기능을 하는 다른 지역신문들도 이제는 많이 생겼고, 이 신문들이 때로는 <평택시민신문>보다 더 훌륭하게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미래전망을 세워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나의 대답은 이렇다. <평택시민신문>은 앞으로도 계속 존재해야 하며, 존재할 뿐만 아니라 지금보다 더 소중한 공적역할을 수행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평택시민신문> 16년의 역사는 이미 소중한 평택지역사회 역사의 한부분이며, 이 신문이 계속 앞으로도 그러한 역할을 해나가는 것은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매우 소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역시 듣기에 따라서는 자만으로 보일 수도 있다.

난 2002년 한여름에도 독일에 온 적이 있다. 당시 한일 월드컵이 끝나 한국축구가 전 세계에 강한 인상을 남긴 직후라 어디가나 축구이야기였다. 당시에는 외국의 성공한 지역신문사례를 배우기 위해 독일을 찾았고 당시의 배움이 <평택시민신문>과 나 자신에게 큰 힘이 되었다.

이제 1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길을 찾기 위해 이곳을 찾은 내 모습에 안타까움도 느껴지기도 하지만 수십 년 내지 백여 년의 역사를 가진 이곳의 지역언론에 비하면 10년 동안에 모든 것이 많이 이루어졌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도 건방진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10년 전의 초창기, 아무것도 모르며 길찾기에 나선 당시 보다는 많은 성과와 한계 속에서 나선 새로운 길찾기라는 점에서 분명히 10년 전의 막연했던 길찾기보다는 희망적인 길찾기이다. 현실의 어려움도 많았지만 <평택시민신문>은 지역언론으로서, 특히 지난 16년간 평택사회의 소중한 자산이자 가치로 성장해 오고 있다.

이번 연수는 지역언론인으로서의 나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고 성찰하며 <평택시민신문>의 미래전망과 구체적 방향을 설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결과는 <평택시민신문>에 오롯이 담길 것이다.

<평택시민신문>은 앞으로 10년이나 20년 후에도 여전히 지역시민과 함께 평택사회의 길찾기를 위해 앞장서는 소중한 언론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

6월26일 아침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 도른비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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