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수 <발행인>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이 지난 1일 대추리 평택미군기지 건설현장에서 한국과 미국의 주한미군 이전사업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평택 현장사무소 준공 및 입주식’을 가졌다.

이날 입주식으로 주한미군기지 평택이전 사업의 현장사무소에 한미 사업 관리부서 인원 400여명이 상주하게 된다고 한다. 이날 입주식과 관련해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금년부터 평택기지 건설의 설계와 공사 발주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만큼, 2012년을 ‘기지이전 기반을 구축하는 해’로 선정하고 미국 국방성 설계 기준에 맞춰 공사가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야흐로 미군기지 평택시대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이번 입주식을 통해 국방부는 미군기지 평택이전이 가속도룰 내며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것을 대내외에 천명하고 싶어 했을 것이고, 소기의 효과를 보았다고 생각한다.

숫한 상처와 아픔, 갈등을 겪으며 대추리 땅을 미군기지에 내주었던 기억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필자는 이번 현장사무소 준공 및 입주식을 접하는 순간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착잡한 감정에 빠져들었다.

미군기지 평택이전과 관련된 주민의 아픔과 상처가 아직도 치유되지 않았는데, 미군기지 이전으로 평택을 지원하겠다는 평택지원 특별법이 발효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평택시민들 사이에서는 과연 정부가 평택을 지원한 것이 무엇이 있느냐며 이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가 이렇게 대대적으로 미군기지 이전 공사를 본격화한다며 행사를 벌이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과연 평택시 당국은 미군을 맞을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정부는 평택시민의 아픔과 정서를 제대로 헤아리고 있는지, 평택시민은 미군과 공존할 마음의 자세를 갖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물론 2006년 5월 대추리의 격렬한 충돌 이후 2007년 11월 미군기지 이전 기공식이 대대적으로 열린 바 있고, 지난해 9월에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사업의 첫 번째 건축공사인 초등학교 및 고등학교 건설 사업 기공식도 열렸다. 그러나 당시에는 막연하나마 미군기지 평택이전이 앞으로 먼 훗날의 일처럼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현장 사무소 입주식을 접한 느낌은 바로 ‘현장감’이었다. 정말 미군이 본격적으로 밀려오는구나 하는 생생한 자각이었다.

그렇기에 순간적으로, 그런데 평택은 정말 미군을 맞을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 하는 걱정과 자책감이 크게 밀려 왔다. 더 늦기 전에 미군기지 평택이전에 대한 지역사회 차원의 중간 점검과 필요한 대책을 세워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밀려왔다.

오늘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된 지역사회의 대응 문제를 한꺼번에 다 짚을 수는 없다. 또한 그동안 지역 언론을 비롯해 지역사회가 제대로 대응 못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시간도 얼마 없다.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된 공개적이고 본격적인 논의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강조하며, 세 가지 측면에서 현 상황을 짚어보고 향후의 대응방안을 살펴보고 싶다. 

우선, 미군기지 이전 공사가 어느만큼 진척되었으며, 언제 어떠한 규모로 미군이 오는 것인지 공사 진행현황과 미군 이전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상세히 평택시민들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바람직한 한미관계나 향후 지역사회에서 미군과 평택시민이 협력 속에 공존하려면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된 정보가 수시로 상세하게 평택시민에게 공유되어야 한다. 국방부와 평택시 당국은 이를 위한 장치와 구조를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역 언론 역시 미군기지 이전에 대한 심층 보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평택 사회는 지역 차원에서 향후 있을 수 있는 환경·교육·문화적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또한 충돌이 발생했을 때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민간차원의 미군기지 이전 대응 범시민 기구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학계, 언론계, 종교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망라된 범시민 기구를 통해 그동안 미군기지 이전사업 경과를 분석하고 정부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특히 앞으로 지역사회가 미군과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는 무엇인지를 점검하고 구체적 실행계획을 세워나가야 한다.

평택시 당국은 미군기지 이전에 따라 예상되는 각종 문제점을 도출하고 평택시 차원에서 풀어나갈 것과 민간과 함께 풀어나갈 것을 나누어 민간 사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려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또한 시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주한미군 평택이전관련 각종 대응사업을 공개적이고 활발하게 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

지난해 9월 동아시아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 미군기지 평택이전에 찬성하는 여론보다 반대하는 여론이 높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또한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국제화 계획지구로 지정된 고덕국제신도시가 장기간 표류하면서 주민여론이 매우 악화됐고, 최근에는 평택시 기독교연합회 개발대책위원회에서 각종 평택지원 사업이 차질을 빗을 경우 미군기지 평택이전을 수용할 수 없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역사회가 미군기지 이전으로 다시 불필요한 대립과 갈등을 겪을 필요는 없지만, 평택지원 사업의 현황을 점검하고, 미군이전으로 인해 예상되는 소음·범죄·환경오염 등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대응책을 제대로 마련하고 있는지, 무엇보다 미군과 평택 지역사회가 장기적으로 공존해 나갈 지역사회의 전략은 수립되어 있는지 긴급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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