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성진 편집주간

1. 축제-개인 또는 공동체에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결속력을 주는 사건이나 시기를 기념하여 의식을 행하는 행위(다음백과사전). 사전적 의미로는 굳이 공동체가 아니고 개인의 경우에도 축제를 벌이고 특별한 행위를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실제로 개인이나 몇몇 친지, 가족들이 갖는 행위를 축제라고 부르는 것은 어색하다. 그만큼 공동체적 의미가 덧붙여지고 공동체 구성원의 상당수가 참여해야 축제라고 부르는 것이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평택지역에서 1년 동안 벌어지는 축제가 몇 개인지를 꼽는 일은 시청 공무원, 그것도 행사 관련 공무원들이나 할 일이다. 기자도 잘 모르고 구태여 세어볼 일도 아니다. 시민 입장에선 더더욱 그럴 것이다. 내가 사는 곳이나 아주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는 축제라면 모를까, 거기서 거기인 행사장에 가 봐야 피곤하기만 했던 기억을 조금쯤을 갖고 있을 터.

그렇지만 멀리서 열리는 축제라도 내 관심을 끌만한 무엇이 있다면 피곤을 무릅쓰고, 가족을 차에 태워 운전대를 잡는다. 요즘의 초등생 학부모님들은 그 관심에 ‘교육 효과’가 보태지면 천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하루에 훌쩍 다녀오는 게 아니라 밤을 새워 구경하고, 때론 추위에 떠는 일이 있어도, 떠나길 꺼려하는 아이들을 부추긴다.

사정이 이러하니 축제를 준비하는 지자체 공무원들은 죽을 맛이다. 자체 회의를 통해 온갖 아이디어를 모으고 다른 지자체를 방문해 성공한 축제를 벤치마킹하고 지역은 물론 전국을 대상으로 홍보를 하느라 온 힘이 들어간다. 어렵게 마련한 축제 자리에 손님이 들끓으면 준비한 보람이 있고, 단체장의 칭찬도 받겠지만, 전국에서 한 해 동안 열리는 수백 축제 가운데 이런 ‘영광’을 누리는 게 몇 개나 될까?

2. 축제를 빛내는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이벤트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르면 ‘머릿수’입니다. 머릿수, 즉 참여자 숫자가 축제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합니다. 스타 연예인을 모셔 와도 관객이 ‘기대보다 적으면’ 성공한 축제가 되지 못한다는 거지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축제 참여자의 절대 숫자가 아니라 ‘기대’보다 많으냐, 적으냐 하는 ‘상대적인’ 수라는 점입니다. 어떤 축제가 열릴 때 사람들은 거기에 얼마나 많은 이가 참여할 지에 대해서 미리 기대하는 바가 있습니다. 동네 차원의 축제엔 많아야 100명이 기대치지요. 그런데 120명이 참여하면 그건 성공한 축제라는 말입니다. 1만 명이 행사장을 채울 것으로 기대했는데 9000명이 입장했다면 그건 실패한 축제로 평가되고요.

축제에선 축제의 주제만큼이나 사람 수에 집중하게 됩니다. 사람 구경이 최고의 구경거리인 셈이지요. 특별한 볼거리가 없어도, 먹을거리가 없어도, 사람만 넘치면 “실컷 구경했네, 배불리 먹었네”라는 참가 후기를 인터넷에 남깁니다.

이쯤에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축제에 참석한 나는 “아, 사람이 많네”하고 감탄하는 관찰자 처지로 스스로를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또 한 명의 축제 참가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람 구경하러 갔는데, 내가 바로 그 구경거리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기분은 참 묘해서 거북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구경거리가 되는 것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축제 현장에선 자신이 구경거리가 되는 것을 자각하지 못합니다. 그런 한 사람 한 사람이 축제를 풍성하게 하는데, 정작 자신이 그 풍성한 축제의 한 요소였다는 것을 모릅니다. 2002년 축구 월드컵 때 대한민국에 마련된 수백 곳의 축제현장에 몰린 사람들이 텔레비전이 집에 없었기 때문이 아닌 것이지요.

3. 지난주에 평택에서 열린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는 이런 뜻에서 성공한 축제였을까요? 역도는 그렇게 박진감 넘치는 경기는 아닙니다. 평택이 내세울 만한 선수도 없었구요. 이번 행사를 준비한 평택시와 역도관련 인사들은 관중이 얼마나 될 것으로 ‘기대’했을까요?

이 글을 쓰는 사람은 대회를 준비한 사람들의 ‘기대’보다는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의 ‘기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보여줄 것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경기장을 찾을 때 “혹시 나 혼자 구경하는 건 아닐까” 하고 기대치를 낮추었는데, 수십 명의 관객이 열심히 응원하고 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면서 “잘 왔군” 했습니다. 물론 낮은 기대치를 갖고 경기장을 찾은 나도 수십 명을 채운 하나이지요. 축제는 그렇게 진행되고 발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11일부터 열리는 경기도민체육대회는 프로스포츠보다는 재미가 덜하겠지요. 집에서 누워 영국의 프로축구를 보는 것이 더 재미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많이 경기장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내가 축제를 만들어 보려구요. 축제 속의 내가 되면서 내 안의 축제를 만들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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