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수 발행인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주말을 거치며 평택지역 갑·을 선거구 공천을 확정했다. 갑선거구는 새누리당 원유철 후보와 민주당 이근홍 후보의 양자구도에 진보신당의 김기홍 후보가 진보진영 후보로 대결하는 3파전이 예견되고 있다. 통합진보당 송치용 후보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차원의 전국적 단일후보 협상을 통해 평택갑·을 선거구는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한다는 결정에 따라 을 선거구 김양현 후보와 함께 동반 사퇴했다.

상대적으로 예비후보가 많아 유권자의 관심이 컸던 을 선거구의 경우, 새누리당 이재영 후보와 민주당 오세호 후보가 각각 여론조사 경선과 당내 경선을 통해 공천권을 따내 양자대결 구도를 예고했다. 그러나, 일부 공천 탈락자들 사이에서 공천결과에 반발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어 후보등록 까지 최종 상황은 조금 유동적이다.

이로써 일단, 지난해 12월 예비후보 등록 이후 3개월여 기간에 걸쳐 진행된 19대 총선의 갑·을 선거구 공천 윤곽이 나왔다. 큰 변수가 없는 한 갑 선거구는 원유철 의원의 4선 고지 점령 여부가 관심사가 되고, 을 선거구의 경우 이재영 후보와 오세호 후보 중에 한 사람이 국회의원이 될 전망이다. 물론 최종 후보 등록 시 무소속 출마의 변수가 남아 있지만, 현재로서는 양당 대결구도가 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전망이다.

필자는 이번 공천 과정과 결과를 보면서 평택지역의 정치현실과 향후 지역사회의 정치적 지형 및 리더십 재편과 관련해 기대감 보다는 우려감을 더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솔직히 말씀드리고 싶다. 물론, 공천자로 확정된 후보들이 주요 정당의 많은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공천을 받았다는 점에서 충분한 경쟁력과 장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또한 아직 총선의 본선이 시작되기 전이고 누가 당선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선거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을 높여야 할 언론인의 입장에서 기대감 보다는 우려감을 미리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역시 고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공천과정과 결과를 보면서 주요 정당의 변화의지에 대한 실망감과 특히 지역 정치 현실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공천 과정을 정리해 보자. 이번 총선이 변화와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염원을 실현시키고, 지역의 각종 현안을 중앙 정치무대와 국회에서 풀어나갈 적임자를 뽑는 선거라는 점에서 보다 개혁적이고 참신한 인물이 많이 나와 기존 정치권에 변화를 가져다주기를 많은 시민은 바랐다. 이러한 기대감 속에 시민운동가 출신 등 새로운 인물이 대거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선거전에 뛰어든 것은 긍정적으로 바라볼 측면이 많이 있다. 그러나 공천 결과를 보면, 갑선거구의 공직자 출신 이근홍 민주당 후보가 본선에 오른 것을 빼면, 을 선거구는 여야를 막론하고 시민운동가 출신이나 기성 정치인이 아닌 새로운 정치신인들은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물론 긴 시간 정당 활동을 해 오지 못한 약점은 있겠지만, 당내 기득권층의 반발이든 여론조사이든 당내 경선이든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한 한계를 보여주었다. 결론적으로 갑·을 선거구 모두 기성 정치인이나 공직자 출신이 공천을 받아 공천의 참신성이나 신선함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가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의 기대감을 어느 정도 충족시킬지, 총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이들 후보군들이 어느 만큼 끌어 올릴지 궁금하다.

다음으로, 야권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경선도 치르지 않고 중앙당 차원의 결정에 따라 민주당 후보에게 양보하며 후보 사퇴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다. 야당의 총선승리와 대선승리를 위해 전국적 차원의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당위성을 부정하거나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다.

문제는 평택지역이 통합진보당이 양보를 받아낸 16개 전략지역에 들지 못할 뿐 아니라 76개 경선지역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진보진영이 무기력한 지역인가 하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평택 진보진영은 최근 역대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10퍼센트에서 14퍼센트에 이르는 득표율을 기록할 정도로 힘과 결집력이 큰 지역이었다. 특히, 최근 쌍용자동차 무급휴직자 복직 문제나 비정규직 문제, 미군기지 이전 문제 등 진보진영이 큰 관심을 갖는 현안들이 중첩돼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지역에서 후보를 받아 내기는커녕 76개 경선지역에도 들지 못했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한 것이다. 선거 과정과 선거 이후 평택지역 사회의 진보진영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총선 이후 평택 지역사회의 정치 지형이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우려감이다. 총선 이후 곧바로 대통령 선거가 진행된다. 대선 이후에는 2014년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이다. 국가적으로도 그렇고 지역적으로도 그렇고 정치적 리더십의 교체기, 권력의 교체기라고 볼 수 있다.

잘 알다시피 평택시장은 민주당 출신이다. 총선에서 갑·을 선거구에서 어느 정당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권력관계가 재편될 전망이다. 더욱이, 이번 총선을 위해 출마한 지역구 도의원 3명의 후임자를 뽑는 선거도 함께 치러지게 된다. 평택시장과 국회의원 및 시·도의원의 정치적 역학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 상생할 것인지 갈등과 대립을 키울 것인지 궁금하다. 또한 공천에서 탈락한 주요 정당 후보자들의 향후 행보도 큰 관심사다. 선의의 경쟁과 협력 속에 지방정치를 꽃피울 것인지, 대립과 갈등 관계로 변해갈지도 궁금하다.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 결과로 협력과 선의의 경쟁이 아닌 갈등과 대립의 정치적 리더십이 형성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각 정당의 공천과정은 평택 유권자들에게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나 감동을 주기에는 무언가 부족해 보인다. 이번 공천을 지켜보며 들었던 필자의 향후 평택지역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염려가 기우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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