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성진 편집주간

1. 독자들이 보기엔 그 신문이 그 신문처럼 보이겠지만 신문쟁이들 사이에선 신문 지면의 변화를 놓고 연구도 많이 하고 때론 치열한 토론도 합니다.

지면의 겉모습이 단정해지고 왠지 깔끔하게 보이는 변화가 있다면 이는 ‘지면개선’이라고 부릅니다. 신문 전체에서 지면의 기사 배치가 달라지고 눈에 확 띄는 변화가 있다면 ‘지면개편’이라고 합니다. 신문 판형을 달리 한다던가, 제호의 모양새를 바꾸는 변화로 마치 새로운 신문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면 ‘지면혁신’이라고 부릅니다.

신문의 겉모양을 바꾸기보다는 기사 내용을 충실히 하고 오탈자 없는 글과 쉽고도 정확한 제목으로 독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변화가 신문 만드는 이들이 해야 할 바른 길임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어느 신문이든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를 꾸준히 시도하고 있으며 그 변화들이 모여서 오늘날의 모양새를 만들어 왔습니다.

2. 신문의 속 내용과 함께 겉모양을 바꾸려 하는 데는 두 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세상이 날로 변하기 때문에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신문도 변신을 꾀하는 것이 첫 번째 까닭입니다. 두 번째 배경은 신문사의 자체 역량의 변화입니다. 전에는 충분한 인력이 없고 경험도 부족해 좋은 신문을 만들지 못하다가 인력이 보강돼서 변화를 이끌어갈 힘이 생겼을 때도 지면 변화의 욕심이 생기는 것이겠지요.

지면 변화의 배경에서 첫 번째가 훨씬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신문을 읽어주었던 독자들은 자꾸 나이를 먹어가고(신문을 읽는 노동보다는 텔레비전을 보는 편안함을 택하죠) 새로운 세대는 신문보다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소통하려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지역주간신문이라 하더라도 가만히 있으면 옛 독자는 줄어들고 새 독자는 늘지 않아 순식간에 독자 없는 미디어가 되기 십상입니다. 지금 전국의 수 백 지역신문들이 각자 또는 모여서 고민하고 한숨 쉬는 문제입니다.

내적 역량의 반영일 수밖에 없는 지면의 변화가 항상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경영여건이 어려워 충분한 인력이 없어서 심층 취재 기사나 재미있는 사람기사를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문을 계속 발행하기 위해서도 지면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3. 2009년 8월 <평택시민신문> 지면의 변화가 ‘지면개선’과 ‘지면개편’의 중간쯤에 있었다면 이번의 개편은 ‘지면개편’에 무게 중심이 있습니다. 물론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과 함께 신문사 내부 역량을 최대한 쏟아 부을 수 있는 틀을 만들려 하는 것입니다.

나이 들어가는 독자들을 위해선 기사 글씨를 더 키웠습니다. 40대 후반 이상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신문 읽기가 조금 편해지리라 기대합니다. 평택에서 태어난 사람뿐 아니라 나이들어 평택으로 오신 분들을 위해서 평택 게시판을 1면에 새로 만들었습니다. 평택의 소소한 역사를 한 주일 단위로나마 섭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택의 주요 공공기관 단체들 창립기념일을 실은 이유는 현재 평택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많은 고정독자를 확보했다고 자신하는 1면의 ‘평택in 평택인’은 3면으로 옮겼습니다. 사람이야기를 홀대하는 것이 아니라 2면과 3면에 사람이야기를 배치하면서(이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변화입니다) 함께 싣기 위함입니다.

어떤 변화도 마찬가지지만, 이번 지면 변화가 하루아침에 정착되기는 어려울 것이고 독자들께서 수긍하는 신문이 되기까지는 또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칭찬과 격려도 감사하지만 따가운 질책이 신문을 만드는 <평택시민신문> 가족이나 독자, 그리고 평택 지역사회 발전에 좋은 거름이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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