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 설

▲ 발행인 김기수

퇴역한 주한미군 병사들의 잇단 증언으로 주한미군 기지에서 고엽제와 맹독성 화학물질 등이 광범위하게 매립되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증폭되면서 온 나라가 공포와 분노, 걱정으로 들끓고 있다. 연일 추가 폭로가 이어지며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듯이 그동안 쉬쉬하며 비밀리에 부쳐졌던, 누구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싶지 않았던 주한미군기지 내의 광범위한 환경오염 문제가 전면적인 국민적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 주한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고엽제를 매몰했다는 퇴역 군인의 증언이 나온 이후 경기도 부천의 옛 미군기지 캠프 머서에서 고엽제 불법 매립의혹이 제기되고, 인천시 부평 미군기지 캠프마켓에서 맹독성 유해화학물질이 불법 폐기됐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 뿐 아니다. 군산 미군기지 캠프 울프에서도 고엽제가 매몰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심지어 춘천의 미군기지 캠프 페이지에서는 고엽제 뿐 아니라 핵무기 사고까지 있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전방 비무장지대에 광범위하게 고엽제가 살포됐으며, 전국의 주한미군 기지에서는 고엽제가 일상적으로 살포됐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미군기지의 환경 오염 문제는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며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앞으로 미군기지 오염문제는 한·미간의 중요한 쟁점과 현안이 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어 죽은 미선·효순양 사건과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 이후 최대의 반미 현안으로 부각될 소지를 다분히 갖고 있다. 실제, 부천과 부평 등지에 이어 동두천에서도 미군기지 오염 문제를 전면 재조사하라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높아 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평택이다. 평택은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해 전국민적 관심을 끌었던 주한미군 평택이전 반대 투쟁이 격렬하게 진행됐던 경험이 있다. 소위 ‘대추리 사태’로 표현되는 평택의 주한미군 평택이전 반대 감정은 현재 잠복중이다. 기지 이전 건설도 부분적인 마찰과 불협화음은 있지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평택의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즈(K-6)나 오산미공군기지(K-55)에서 고엽제나 맹독성 화학물질의 불법 매립의혹이 폭로되거나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다른 지역의 오염 문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문제로 발전하게 된다.

다른 지역의 오염 문제는 치유하며 해결해 나가면 되는 과거 오염의 문제라면, 전국 미군이 다 모이는 평택은 현재와 미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전례에 비추어 앞으로 미군이 총 집결하는 평택에서 미군 부대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면, 한·미간의 안보 현안으로 직결되는 중대한 국면으로 비화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택 평화센터 등 평택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미군기지 인근지역에 대한 환경 조사 및 주민건강조사를 시급히 실시할 것을 평택시 당국과 지역 정치권에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 시민단체들은 진위천 인접한 곳에 미 공군의 오염물질처리장이 운용되고 있어 진위천으로 오염물질이 유입될 우려를 제기하고 있고, 미군기지 인근 지역의 토양과 수질 상태에 대한 조사 및 주민 건강 실태조사를 촉구했다.

우리는 평택시 당국과 지역 정치권이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문제가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현실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활용해 미군당국에게 평택과 송탄의 주한미군 기지에 대한 전면적 오염 실태 조사를 먼저 제기하고 환경 정보 공유와 유사시를 대비한 한미공동대응방안을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마련하라고 촉구하고자 한다. 아직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평택 미군기지에 고엽제를 매몰했다는 증언은 나오고 있지 않다. 그러나 당장의 면피나 모면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더 큰 소용돌이가 몰아치기 전에 미래를 대비한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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